[전문가 기고] 국산 전기차 미래 경쟁력 확보···'자율주행 규제'부터 바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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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 기자
입력 2022-07-1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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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호근 대덕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

전기차라는 단어를 들으면 많은 사람들이 테슬라를 떠올린다. 그런데 지난해 11월 미국 전기차 기업 '리비안'은 테슬라 대항마로 꼽힐 정도로 화려하게 주식시장에서 데뷔했다. 5거래일 연속 급등세를 펼치면서 포드와 GM 시가총액을 뛰어넘어 테슬라, 도요타에 이어 글로벌 자동차 회사 중에서 시가총액 3위로 올라서기도 했다.

리비안은 2009년 설립됐고, 미국에서 인기가 많은 픽업트럭을 전기차로 만드는 데 있어서는 가장 경쟁력이 앞선 회사로 평가받고 있다. 실제 리비안이 가진 가장 큰 강점(Strength)은 전기 픽업트럭을 처음 상용화했다는 것이다.

픽업트럭은 자동차 본고장인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차종으로 꼽힌다. 작년 미국에서 판매된 자동차 5대 중 1대(21%), 판매 상위 10개 모델 중 절반이 픽업트럭이었을 정도다. 하지만 픽업트럭은 덩치가 커서 배터리가 많이 필요해 무겁고, 그에 따라 주행거리가 짧아지는 문제가 있다. 험로 주행이 잦은 픽업트럭 특성상 차체가 배터리 등 부품을 안전하게 보호해야 하는 문제도 있었다.

리비안은 이러한 차체 플랫폼과 배터리 패키징 기술로 어느 정도 극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알루미늄 합금과 고강도 강철 및 탄소섬유 복합재를 사용해 하부 충격에 차량을 보호하도록 설계됐고, 극한의 고온(54도)과 저온(영하 32도)에 견딜 수 있는 배터리 팩을 장착해 완충 시 505㎞를 달릴 수 있어 GM이 개발 중인 픽업트럭(약 480㎞)보다 주행거리도 더 경쟁력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러한 기대감이 너무 크게 반영된 것인지 상장 첫날 29%나 오르더니 상장한 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공모가 대비 두 배 이상으로 주가가 뛰어올랐다. 그러나 다른 회사들과의 경쟁력에 대한 우려와 부진한 실적 등으로 인해 정신을 차린 투자자들이 빠져나가면서 다시 하루 만에 주가가 15%나 급락해 시총 순위 5위로 내려앉았다.

가장 큰 문제는 테슬라와 달리 경쟁모델이 많다는 것이었다. 테슬라 '사이버트럭'을 비롯해 포드 'F-150 라이트닝', GM 'GMC 허머 EV' 등 대형 업체 전기 픽업트럭이 연말 이후 줄줄이 출시될 예정이었다는 점이 가장 큰 위협 요인이었다.

미국 CNBC의 유명 주식 해설가 짐 크레이머는 "테슬라가 전기차 시장에 뛰어들 때는 (경쟁자가) 아무도 없었지만 리비안은 상황이 전혀 다르다"고 말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미국뿐 아니라 중국에서도 우링이라는 눈여겨볼 만한 전기차 제조업체가 있다. 중국에서 경트럭, 픽업트럭, MPV 등 주로 가성비 좋은 업무용 차량 제조업체였다. 우리나라로 말하자면 다마스나 라보 같은 차종을 생산하는 회사였던 것이다. 우링에서 만든 훙광 미니 EV는 가격 경쟁력이 심상치 않다. 단돈 2만8800위엔(약 500만원)에 구입할 수 있어 주목을 받았다.

이렇듯 미국과 중국에서 다양한 기업들이 전기차 시장의 미래 패권을 놓고 경쟁이 치열해지는 형국이다. 아직 미국 테슬라가 버티고 있지만, 향후 어느 나라 기업이 전기차 시장의 미래를 선도해 나갈지 짐작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우리나라 기업이 이 같은 경쟁에서 상당히 뒤처져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미국과 중국 기업에 비해 국내 기업의 제품 경쟁력이 뒤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는 국내 규제가 미국과 중국 등 경쟁국에 비해 기업에 불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미래 전기차는 결국 자율주행 부문을 떼어 놓고 생각할 수 없다. 이를 고려하면 자율주행 관련 데이터 축적이 상당히 중요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미국은 기업이 하면 안 되는 사업만 명확히 하고 나머지 영역을 허용하는 네거티브(negative) 위주라 새로운 자율주행 관련 기술을 과감하게 도입하기가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반면 우리나라 규제는 기업이 할 수 있는 사업을 정해주는 포지티브(positive) 방식 위주라 새로운 기술을 과감히 도입하기가 어렵다. 이 같은 규제하에서는 자율주행차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보행자와의 아이 콘텍트 등 새로운 기술이 발전하기가 어렵다. 미래 전기차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규제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한 시기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 [사진=대덕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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