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급발진 재판을 우영우 변호사가 맡는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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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한지 기자
입력 2022-07-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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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스틸컷. [사진=ENA]

"과일 사서 가시는데 차가 '부웅' 하면서 출발하더라고요. 과속방지턱에서 한 번 붕 뜨고. 운전을 왜 저렇게 하나? 하고 끝까지 바라봤죠."

선선한 바람이 부는 2020년 10월 판교 한 도로에서 반자율주행 자동차 급발진 추정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목격자인 과일가게 주인은 '운전을 왜 저렇게 하나?'하고 휘둥그레 쳐다봤다고 한다.

사고 피해자는 운전경력 23년의 베테랑 여성 운전자 전모씨. 그녀는 차를 잠시 정차하고 세탁물을 찾은 다음 과일을 사고 차량에 돌아왔다. 그러고는 출발하자마자 500m가량을 시속 120km로 내달렸다. "이거, 이거, 안 돼! 안 돼! 안 돼! 아악!" 괴성을 지르며.

스피드 광(光)인가. 시속 30km를 준수해야 하는 스쿨존과 신호등, 서너 개의 교차로를 쏜살같이 통과했다. 역주행과 끼어들기를 마다하며 차량과 보행자들을 용케도 피했다. 차량은 판교의 한 청소년수련관 입구를 지나 국기게양대 건조물을 정면으로 들이받고 멈춰 섰다.

그녀는 왜 그랬을까. 이 사고로 눈뼈와 얼굴뼈, 목, 척추, 팔과 다리뼈 등이 모두 부러졌다.

이달 초 열린 전씨의 첫 재판. 또랑또랑한 목소리의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5부 최규연 부장판사는 "사안과 내용 등이 쉽게 파악하기 어려운 내용이어서 증거조사 신청을 되도록 채택할 테니 '채택하면 안 된다' 식의 의견을 내지 말아 달라"고 양측에 당부했다.

이어 "감정이 필요하다든지, 검증이 필요하다든지 등의 방향으로 의견을 내는 것이 재판을 진행하는 데 도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적극적인 증거 채택 요구는 최대한 많은 증거와 자료를 살펴보겠다는 것이며 곧 실체적 진실을 밝혀내겠다는 의지이기도 하다.

재판에서 전씨 측 변호인은 블랙박스에 녹음된 음향 분석과 ADAS를 작동시키는 ASDM 분석 등 4가지 기술적 감정이나 피고가 신청한 차량 검증 등을 신청했다. 자동차 제조사 측 변호인은 원고의 무리한 주장에 대해서는 의견을 밝히도록 하겠다고 반박했다.

최근 신드롬급 인기를 끌고 있는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주인공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우영우 변호사(우변)가 이 사건 전씨의 변호를 맡는다면 어떨까.

드라마에서 우변은 남편의 계속되는 도 넘는 막말에 앞에 있는 다리미로 때려 뇌출혈로 쓰러져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된 한 아내의 사건을 맡게 된다. 시니어 변호사는 집행유예 정도만 받아오라고 하지만, 우변은 집행유예 이상의 것을 욕심내며 이렇게 말한다.

"이 사건은 재미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고래 퀴즈 같아요. 몸무게가 22톤인 암컷 향고래가 500kg에 달하는 대왕오징어를 먹고 6시간 뒤 1.3톤짜리 알을 낳았다면 이 암컷 향고래의 몸무게는 얼마일까요? 정답은 고래는 알을 낳을 수 없다입니다. 고래는 포유류라 알이 아닌 새끼를 낳으니까요. 무게에만 초점을 맞추면 문제를 풀 수 없습니다. 핵심을 봐야 해요."

재판에서 우변은 남편의 뇌출혈 사망 원인 자체가 아내의 폭행으로 인한 외상성경막하 출혈이 아니라 원래의 지병으로 인한 자발성경막하 출혈이었음을 밝혀낸다. 집행유예나 형량 감경이 아니라 살인미수 무죄를 받아낸 것이다. '생각의 전환'이다.

급발진 재판을 우변이 맡는다면 우변은 이렇게 말할 것이다. "차량에 결함이 있음을 피해자가 입증하는 것이 아니라, 차량에 결함이 없음을 제조사가 입증하라." 이른바 '입증책임 전환'이다.

자동차와 같은 제조물들은 제조물책임법상 재판에서 크게 3가지 정도를 입증하면 입증책임이 전환될 수 있다. △사용자가 제조물을 정상적으로 사용하고 있었다는 점 △통상 이런 사고로 인한 손해가 제조물의 결함이 없이는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 △이 사고의 손해가 제조물을 제조한 제조자의 실질적인 지배하에 있었다는 점 등을 입증하면, 반대로 제조사 쪽에서 이 제조물이 과실이 없었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대법원 판단을 기다리고 있는 급발진 소송 첫 승소 사건에서 2심 재판부는 '운전자의 과실이 없어 보이니까 제조사가 반대로 차량의 결함이 없었음을 입증하지 않으면 차량의 결함으로 인한 급발진 사고'라는 취지로 운전자에게 무죄를 선고하기도 했다.

자동차 급발진 재판의 관건은 '입증책임 전환'이다. 더 이상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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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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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가로 이야기하자면
    자동차 급발진 재판의 관건은 '입증책임 전환'이다. 더 이상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지 말라. 란 것은 운전수가 있기에 운전을 잘못하는 환경으로 판단하는데, 반대로 운전수 없이 급발진사고은 어떻게 판단해야 할 지 여쭈어 봅니다.
    바로 과학으로써 '생각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나는 이것을 풀겠다고 수 없이 연구하는 기관을 찾고 있습니다.
    급발진사고에 대해서 우리나라에서 어느 기관이 연구하는 기관인가요?

    기사와 같이 과학으로써 '생각의 전환'이 있어야 만 풀수가 있다고 나는 생각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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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를 보고서
    공감되는 내용들이 많이 있어서 이야기 해 봅니다.
    급발진사고은 "무게에만 초점을 맞추면 문제를 풀 수 없습니다. 핵심을 봐야 해요."
    바로 '생각의 전환'이 있어야 풀수가 있는 문제입니다.
    그런데 "차량에 결함이 있음을 피해자가 입증하는 것이 아니라, 차량에 결함이 없음을 제조사가 입증하라." 이른바 '입증책임 전환'이다. 란 것은
    내 생각으로 이야기하자면
    생산자도 급발진사고가 어떻게 발생하고 있는지 모른다. 라고 이야기하고 싶어요.
    나는 과학자 및 자동차전문가들이 사고방식을 바뀌어야 만 풀수가 있는 문제라고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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