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인사이드] 상대가 관계 회복 노력 없으면....대법 "유책배우자, 이혼 청구 허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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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영 기자
입력 2022-07-13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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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혼인 계속 의사를 인정할 때, 상대 배우자 언행ㆍ태도 종합해야"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배우자가 관계 회복을 위한 노력이 없다면 유책 배우자여도 이혼을 청구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이혼소송에서 한 차례 패소한 유책배우자가 다시 이혼을 청구한 사건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인천가정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A씨와 B씨는 2010년 혼인신고를 마치고 그해 아이를 낳았다. 두 사람 사이는 이듬해부터 갈등이 생기기 시작했는데 급기야 남편 A씨가 2016년 5월 집을 나간다. A씨는 아내 B씨를 상대로 이혼 소송을 냈다. 그러나 법원은 집을 나간 A씨의 이혼 청구를 기각했다. 혼인 파탄의 책임이 더 있다고 판단한 이유에서다.

두 사람은 별거 생활을 이어갔다. A씨는 딸을 키우는 아내 B씨에게 양육비를 지급하면서 아파트 담보대출금도 갚아 나갔다. A씨는 아이가 보고 싶을 때 B씨에게 먼저 연락했는데, 어느 날 B씨가 아이와 함께 사는 아파트 잠금장치를 바꿨다. 그럼에도 A씨는 B씨와의 관계 개선이 선행되지 않으면 집으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맞섰다.

남편 A씨는 2019년 9월 다시 이혼소송을 제기하게 된다. 이번에도 A씨는 B씨와 이혼할 생각이 없다는 입장을 고집했다. 두 번째 소송에서도 1·2심은 유책 배우자인 A씨의 이혼 청구를 기각했다. 종전 이혼소송에서 패소 판결을 받았는데도 혼인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도 하지 않으면서 동일한 소송을 제기한다는 판단에서였다. 

남편 A씨는 결국 대법원에 상고했다. 대법원은 "원심이 B씨에게 진정으로 혼인 관계를 지속할 마음이 있는지 살피지 않았다"면서 "A씨의 유책성이 어느 정도 희석됐는지 원심이 제대로 살피지 않은 채 이혼 청구를 기각했다"고 판단해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민법 제840조에는 재판상 이혼원인을 규정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배우자에게 부정한 행위 △배우자가 악의로 다른 일방을 유기 △배우자 또는 그 직계존속으로 심히 부당한 대우 △자기의 직계존속이 배우자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 △배우자의 생사가 3년 이상 분명하지 않음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 등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상대 배우자의 혼인 계속 의사를 인정하려면 배우자의 주관적인 의사만을 판단할 것이 아니"라면서 "혼인 생활의 전 과정과 이혼 소송 중에 드러난 언행이나 태도 등을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어 "B씨는 A씨와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았고, A씨는 양육비를 꾸준히 지급했다"고 부연했다.  

특히 대법원은 갈등이 지속되는 부부관계를 유지하는 게 아이의 정서에 도움이 되는지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봤다. 대법원 관계자는 "유책 배우자의 이혼 청구를 예외적으로 허용할 수 있는 판단 기준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판결"이라면서 "혼인 계속 의사를 인정할 때 상대 배우자의 언행과 태도를 종합해 혼인 관계 회복을 위한 노력을 했는지 객관적인 판단을 해야 한다는 점을 최초로 명시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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