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사망' 후폭풍...'반한감정' 자극하는 日 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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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휘 기자
입력 2022-07-11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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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 언론 "총격범 가정, 모친이 통일교에 빠지면서 파탄"

[출처=일본 야후 사이트 캡처]

일본 보수 우익의 상징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전직 해상자위대원의 총에 맞아 숨지면서 일본의 우경화가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과 우경화가 주춤할 것이라는 관측이 엇갈리고 있다.
 
지난 10일 치러진 일본 참의원 선거에서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이끄는 집권 자민당이 대승을 거뒀다. 125석을 놓고 치러진 선거에서 집권 자민당은 63석, 연립 여당인 공명당은 13석을 얻었다.
 
참의원 전체 의석 수는 248석이며, 의원 임기는 6년이다. 3년마다 전체 의원의 절반을 새로 뽑는다. 이번 선거로 바뀌지 않는 기존 의석 수를 포함하면 자민당은 119석, 공명당은 27석을 확보해 여권이 전체 146석을 차지하게 됐다. 개헌 세력 등을 더하면 그 수는 개헌 발의 요건인 3분의2를 넘기게 된다.
 
이는 선거 이틀 전 발생한 아베 전 총리 총격 사망 사건이 보수 진영을 결집시킨 결과로 풀이된다. 자민당은 고인의 평생 숙원이었던 개헌을 추진해 '전쟁이 가능한 일본'으로 탈바꿈하는 데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기시다 총리는 선거 당일 밤 "(개헌) 발의를 위해 3분의2 결집을 위한 노력을 계속해 가능한 한 빨리 발의해 국민투표로 연결하겠다"고 밝혔다.

◆힘 받는 '온건파' 기시다...2015 위안부 합의 주도
 
일각에선 '온건파'에 속하는 기시다 총리가 힘을 받으면 우경화가 다소 주춤해지는 것 아니냐며 기대하는 시선도 있다. 기시다 총리는 역대 자민당 총리 가운데 가장 온건한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부의 분배를 중시하는 '새로운 자본주의'를 내세워 기존 아베노믹스가 이루지 못한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을 이루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기시다 총리는 또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한‧일 관계 개선, 한‧미‧일 3국 협력 강화 노력에 적극 호응할 가능성이 높다. 박근혜 정부 시절 '2015년 한‧일 위안부 문제 협상'을 진두지휘했던 일본 측 인사가 당시 외무대신이었던 기시다 총리였다.
 
한국에서는 '위안부 피해자 당사자의 의견은 무시한 날치기 합의'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지만, 일본에서도 보수 진영을 중심으로 '왜 또 돈을 줘야 하는가'라는 불만의 목소리가 많았다. 이에 아베 정권의 지지율도 하락했다.
 
일본 언론 보도 등에 따르면 당시 아베 총리는 "일본 정부는 (위안부 문제에) 책임을 통감"이라고 기술된 합의안에 막판까지 난색을 보였다. 그러나 기시다 대신은 "여기서 정리해야 한다. 지금 합의하지 못하면 내년 한‧일 관계는 표류한다"며 협상 체결을 강하게 밀어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내 '반한 감정' 고조 우려
 
다만 우려되는 것은 일본 내 '반한 감정'이 고조될 가능성이다. 주후쿠오카 대한민국 총영사관은 지난 8일 '한국인 대상 혐오 범죄 가능성을 주의하라'는 트위터를 올렸다가 항의를 받고 삭제했다.
 
당시 영사관은 "아베 전 총리 피격 상황이 발생함에 따라 우리 국민 대상 혐오 범죄 가능성이 제기됐다"며 "주의 환기를 위한 안전 공지를 게재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위험지역에는 접근하지 마시고 신변의 위협을 느끼거나 위험한 상황 발생 시 즉시 공관 긴급전화 및 경찰(110)에 신고해 주시기 바란다"고 적었다.
 
실제로 아베 전 총리가 사망한 이후 일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용의자가 재일 한국인이 아니냐고 주장하는 글들이 올라왔다. 경찰이 현장에서 체포한 용의자 야마가미 데쓰야(山上徹也)의 신상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면서 의혹은 가라앉았지만, 이번에는 야마가미 용의자가 사건을 감행한 배경에는 '통일교'에 의한 가정 파탄이 있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지난 8일 일본 나라시에서 가두 연설을 하던 아베 신조 전 총리에게 총격을 가한 용의자 야마가미 데쓰야(41)가 현장에서 체포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용의자 가정, 모친이 통일교에 빠지면서 붕괴"
 
일본의 유력 출판사 고단샤가 발행하는 잡지 겐다이 비즈니스(現代ビジネス)는 10일 '아베 총리를 저격한 야마가미 데쓰야와 통일교회의 관계를 동급생들이 증언!-대학중퇴, 통일교 시설에 시험사격까지'라는 단독기사를 내보냈다.
 
문춘온라인(文春オンライン)도 같은 날 '모친은 종교에 빠졌고, 큰 병에 고통받던 형은 자살...야마가미 용의자가 자살을 시도하게 된 불우한 가정환경...'이라는 제목의 기사로 용의자의 가정이 붕괴되는 과정을 집중 조명했다.
 
해당 매체 등에 따르면 야마가미 용의자는 1981년 3남매 중 차남으로 태어났다. 부친이 건축회사를 경영해 유복한 가정환경에서 유아기를 보냈으나 5살 때 아버지가 갑자기 사망했다. 그 후 모친은 종교에 빠져 2002년 파산 선고를 받을 정도로 막대한 기부금을 종교단체에 후원했다. 그 과정에서 병을 앓고 있던 형은 자살했고, 성적이 우수했던 야마가미 용의자는 대학을 중퇴하는 등 가정은 철저하게 망가졌다.
 
매체는 야마가미 모친의 지인을 인용해 "(모친이) 종교활동으로 며칠씩 집을 비우기도 했고 '아무리 돈이 있어도 모자란다', '한국에도 가고 싶다'고 하면서 집을 돌보지 않는 느낌이었다"고 보도했다.
 
야마가미 용의자는 경찰에 체포된 후 "아베 전 총리에게 불만이 있어 죽이려는 생각으로 노렸다"면서도 "정치 신조와 관련된 원한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어머니가 (종교단체) 신자로 거액을 기부해 파산했다"며 "반드시 벌을 줘야 한다고 원망해왔다"고 진술했다.
 
당초 야마가미는 종교단체의 최고 간부를 살해할 생각이었지만 접근하기 어려워 아베 전 총리로 목표를 바꿨다고 밝혔다. 해당 종교가 일본에서 확산하는데 아베 전 총리가 기여했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문제의 종교단체가 바로 한국에서 온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이라는 것이 일본 매체의 설명이다. 아베 전 총리는 지난해 9월 통일교 관련 단체 천주가정연합(UPF)이 공동 개최한 '싱크탱크(THINK TANK) 2022 희망전진대회'에 영상 특별연설자로 나서기도 했다. 
 
이에 통일교 측은 11일 입장문을 내고 "야마가미 데쓰야는 가정연합에 속한 신자가 아니며 과거에도 본 연합에 가입했다는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이어 "용의자의 모친은 월 1회 가정연합의 교회 행사에 참석해왔다"면서도 "일본의 정상급 지도자인 아베 전 총리가 본 연합에 영상 연설을 보냈다는 이유에서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는 용의자의 주장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11일 일본 도쿄 자민당 본부에 마련된 아베 신조 전 총리 빈소를 찾은 한 조문객이 고인의 영정 사진 앞에서 두 손을 모은 채 절을 하고 있다. 아베 전 총리는 지난 8일 일본 참의원 선거 유세 지원 도중 총격을 받아 사망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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