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만에 순유출 최고…신흥국 채권펀드 엑소더스 언제 끝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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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은숙 국제경제팀 팀장
입력 2022-07-11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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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국 채권 시장의 고통이 심화하고 있다. 올해 들어 신흥국 채권펀드에서 무려 500억 달러가 유출됐다고 10일(이하 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보도했다. 문제는 투자금 유출이 당분간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인플레이션(물가상승세)을 잡기 위해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이 금리를 빠르게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FT는 이날 "17년만에 신흥국 채권펀드에서의 순유출이 가장 많았으며, 이는 2015년 중국 경제위기 당시보다 훨씬 유출량이 많은 것이다"라고 JP모건의 데이터를 인용해서 보도했다. 윌리엄 블레어의 신흥시장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마르코 루이저는 "(투자금 유출이) 매우 강하게 발생하고 있다"면서 "글로벌 인플레이션 급등, 중앙은행 통화정책 긴축,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신흥시장 국채 시장에 퍼펙트 스톰'을 몰고 왔다"고 지적했다.

신흥국 국채는 선진국 국채에 비해 위험도가 높은 자산으로 분류된다. 2022년 초부터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긴축적 통화정책으로 선회했다. 긴축 기조 등으로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가 줄어들면서 신흥국 채권 시장도 크게 위축됐다. 신흥시장의 달러 표시 국채 등 자산을 추종하는 JP모건의 EMBI 글로벌 다각화(Global Diversified) 지수는 올해 들어 무려 18.6%나 하락했다.

코로나19 이후 신흥시장은 이미 재정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이런 가운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움직임은 더 큰 타격을 줬다. 미국 국채 금리가 상승하면서, 신흥국 채권의 매력은 줄었기 때문이다. FT는 "일부 투자자들은 또 미국의 통화정책 긴축 흐름과 독일·이탈리아 등 다른 대형시장의 경기압박 확대가 광범위한 경기하강 위험을 높였다고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원자재 가격이 상승한 것은 원자재 수입 비중이 높은 터키 등에 큰 타격을 줬다. 무엇보다 상품 가격이 달러로 책정되어 있기 때문에, 신흥 시장 국가들의 달러 대비 통화의 약세는 비용의 압박을 더욱 키웠다.

크리스티안 마지오 TD증권 이머징마켓 전략실장은 "신흥국 관련 자산들은 경기 순환과 상당히 밀접한 상관관계를 보이고 있다"면서 "성장 전망이 날이 갈수록 악화하면서 신흥시장에 대한 투자도 위축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미국의 고용지표가 예상보다 호조를 보이면서 연준이 더욱 강력하게 긴축정책을 추진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시장에서 경기침체 우려로 하락했던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고용지표 발표 후 상승하고 있다. 지난주 미국 노동부의 발표에 따르면 6월 비농업 부문 신규 고용은 37만2000명을 기록해 시장 예상치인 25만 명을 대폭 웃돌았다. 여전히 탄탄한 고용지표는 연준이 경기침체에 대한 공포와 우려를 딛고 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해 준다.

이제 시장에서는 13일 발표되는 미국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에 주목하고 있다. 예상치를 웃도는 물가는 연준을 더욱 자극할 수 있으며, 이렇게 되면 달러의 추가 강세도 예상된다. 캐피털 이코노믹스(CE)의 요나스 골터만 선임 이코노미스트 다우존스에 "미국 경제가 다른 주요국 경제보다 비교적 양호한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연준도 더욱 매파적인 성향을 보여 향후 달러인덱스가 2% 더 오를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달러의 추가 상승은 신흥국 자산시장에 더 압박을 가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연준의 매파 행보가 이어지는 가운데, 신흥국 투자 엑소더스는 올해 내에 추가로 더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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