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사 간담회 뒷얘기] 은행에 날 세운 이복현, 카드‧캐피털엔 격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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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훈 기자
입력 2022-07-08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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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사진=금융감독원]

“제2금융권에 맞는 역할을 잘해주고 있고,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만 해달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최근 열린 여전사(여신전문금융사) CEO(최고경영자)와의 간담회에서 꺼낸 말이다. 지금껏 알려졌던 차갑고 냉소적인 이미지와는 대비된다는 평가가 업계에서 나왔다. 이날 간담회의 전반적인 분위기도 이 원장이 업권 전체를 격려하는 기조가 강했다고 한다. 간담회에 참석한 업체 CEO들 역시, 편안한 마음으로 금융당국에 필요한 의견을 전달할 수 있었다. 간담회가 끝난 뒤, 이 원장에 대한 대표들의 평가는 “겸손하고 소신 있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이를 지켜보는 은행권에선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이복현 원장이 취임 후 가장 먼저 만난 은행장들과는 냉소적이고 잘못된 부분을 지적하는 언급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이 원장의 태도 변화에 대한 해석이 분분하다. 최근 논란이 된 ‘관치금융’ 여론을 의식한 행동이란 의견도 있고, 업권별 ‘맞춤형 대응 전략’을 수립 중이라는 분석도 있다.
 
여신 간담회 내내 차분한 태도 견지
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장과 여전사 수장들의 간담회는 여신업체에 대한 유동성 관리 당부와 규제 완화 약속이 주제였다.
 
이 자리에 참석한 한 카드업체 대표는 “상견례 자리이다 보니 특별한 얘기는 거의 없었다”며 “많이들 관심을 보이는 금리 인하 등에 대한 언급은 사실상 없었다”고 전했다.
 
이 원장은 간담회 내내 차분한 태도를 견지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유동성과 관련된 당부를 할 때도 “부탁할 게 많아서 미안하다”며 “글로벌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현 상황에서 한 번쯤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며 정중하게 말을 꺼냈다.
 
2금융권의 역할에 대한 공로도 치하했다. 이 원장은 “2금융권이 1금융권과 역할이 다르다는 걸 잘 이해하고 있다”며 “취약차주 지원에 대한 역할을 잘해주고 있고, 앞으로도 지금처럼만 해달라”고 격려했다. 이어 “지금처럼 잘하려면 유동성 손실 흡수 능력을 잘 관리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신업권의 최대 관심사인 ‘규제 완화’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의견을 피력했다. 이 원장은 “금융위원회와 잘 협력해서 필요한 사안들을 개선해나갈 것”이라며 “이 부분에 대해선 김주현 금융위원장 내정자도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고, 정부 역시 같은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각 업체 대표들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소상공인 지원 등 상생 차원에서 진행 중인 사업들을 적극 피력했다. 일부 캐피털 업체 대표는 향후 큰 유동성 위기가 올 경우, 예전처럼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나서 줄 것을 부탁하기도 했다.
 
이후 진행될 추가 간담회는 카드와 캐피털 업권별로 나눠 따로 실시할 가능성이 높다. 이 원장은 “여신업계 내에서도 업권별 이슈가 서로 다른 것 같다”며 “스몰 그룹(카드, 캐피털 분리)을 만들어서 한 번 더 간담회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말을 맺었다.
 
한 카드사 대표는 “(간담회가) 만약 경직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면, 각 업체 대표들이 경영상 강점 등에 대한 얘기를 쉽게 꺼내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며 “(이 원장에게) 전체 업권에 대한 일정 수준의 흡수 능력을 갖췄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다”고 전했다.
 
시중에 알려진 이미지와 상반…'관치금융' 논란 의식했나
여전사 CEO들과의 간담회에서 보인 이복현 원장의 태도는 그동안 알려졌던 이미지와 상반된다. 불과 보름 전에 이뤄졌던 은행장 간담회에서는 “금리 상승기에 예대금리차(예금금리와 대출금리 간 차이)가 확대되는 경향이 있어 (은행들의) 지나친 이익 추구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며 직접적인 경고 메시지를 날리기도 했다.
 
이 원장의 경고에 따라 시중은행들은 즉각적인 대출금리 인하에 나섰다. KB국민은행은 지난 4월부터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 금리를 각각 최대 0.45%포인트, 0.55%포인트 낮춘 뒤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다. 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나머지 은행들도 기존 대출금리 감면, 신규 대출금리 인하 등의 방식을 통해 상단을 낮추고 있다.
 
이외에도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후 자체적인 취약차주 관리 방안, 내부통제 강화 등을 언급했다. 단순 내용적인 측면만 보더라도 ‘격려’보다는 ‘질타’하는 성향이 강했던 셈이다.
 
이 원장의 태도 전환에 대한 해석도 분분하다. 가장 많이 언급되는 건 최근 불거진 ‘관치금융’ 논란을 의식한 행보라는 해석이다. 민간에 대한 과도한 개입이 아니냐는 비판이 거세지자 한발 물러섰다는 뜻이다. 실제로 이 원장은 ‘이자 장사 비난’(지난달 20일)→‘금리, 시장 자율적 결정 영역’(지난달 23일)→‘대출금리 인하 의견, 조심스럽다’(5일) 순으로 발언 수위를 낮추기도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 원장이 취임 초기인 데다, 검사 출신으로 금융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어 이러한 비난 여론이 다소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며 “이후 적절한 완급 조절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른 쪽에서는 업권별 ‘맞춤형 대응 전략’을 수립 중이라는 분석도 있다. 금융업계의 맏형 격인 은행을 강하게 조이며 분위기를 조성한 후, 업권별로 대하는 태도를 다르게 가져가는 식이다. 시장의 관심은 8일 예정된 저축은행의 각 업체 CEO 간담회에 쏠린다. 이날 이 원장이 취하는 태도를 통해 전체적인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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