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현대차‧기아에 '르쌍쉐'의 분전이 필요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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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우 기자
입력 2022-07-0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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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애덤 스미스는 대표 저서 ‘국부론’을 통해 시장 독과점의 폐단을 신랄히 비판했다. 상공업자들이 윗선에 로비를 벌이고 독과점에 골몰한다며, 이를 ‘보이지 않는 손’이라 지칭했다.

반면 애덤 스미스와 동시대를 살았던 박제가는 ‘북학의’를 통해 독과점을 나쁘게 보지 않았다. 그는 “이윤이 없으니 농사를 짓지 않고, 농사를 짓지 않으니 쌀값이 오르지 않는가”라며 상인의 이익 추구와 쏠림 현상을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봤다.

국내 자동차 시장은 오랫동안 독과점 현상을 두고 갑론을박이 끊이지 않고 있다. 1998년 외환위기 파고에 현대자동차가 기아를 인수한 뒤 20년 이상 독과점이 이어지고 있다. 현대차그룹에 필적할 만한 경쟁자가 등장하지 않았던 것이 가장 큰 이유겠다.

지난해 현대차그룹의 내수 장악률(국내 완성차 5사 기준)은 80% 후반대까지 올라갔다. 올해는 90%까지 가능하지 않겠냐는 예측도 나온다. 이는 완성차 제조사를 보유한 국가 중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대기록이다. 일본 도요타는 내수시장에서 36.2%(2020년 기준,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세계자동차통계), 독일 폭스바겐은 36.5%, 미국 3대장인 제너럴모터스(GM), 포드, 스텔란티스가 각각 10%대 수준이다.
 

제네시스 'G70 슈팅 브레이크' 외관 디자인 [사진=제네시스]

혹자는 시장 경쟁에 충실한 결과이기에 현대차그룹의 독과점은 박수를 받아야 마땅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독과점에 따른 ‘고비용 저효율’ 문제를 수긍하듯, 최근 현대차그룹도 해외 생산기지 확충 행보에 분주한 형편이다. 

이러한 흐름에서 국내 완성차 3사인 한국GM과 쌍용차, 르노코리아차의 최근 행보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오랜 판매 부진을 떨쳐내겠다는 듯 미래 비전을 공격적으로 발표하고 신차 출시를 서두르고 있다.

하반기 출격을 앞둔 르노코리아차의 ‘XM3’ 하이브리드 모델은 고유가 흐름에 부응하면서 흥행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의 하이브리드 모델 다수가 출고대란에 빠진 점도 틈새전략으로 작용할 조짐이다.

쌍용차가 사활을 걸고 출시하는 ‘토레스’도 가격경쟁력이 돋보인다. 현대차그룹의 중형 SUV 모델을 의식한 가격 전략을 그대로 투영하고 있다. 한국GM 역시 대형 픽업트럭 ‘시에라’를 들여와 국내에서 볼 수 없던 ‘찐 미국차’로 승부수를 던졌다. 차후 10종의 전기차를 선보여 한국 시장의 급격한 전동화 흐름에서 성과를 내겠다는 구상이다.

한발 늦었지만 3사의 분전은 가뭄의 단비와 같다. 시장 경쟁 논리로 인해 단 하나의 기업만이 살아남을 수밖에 없더라도, 다수의 경쟁 파트너 확보는 시장에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3사가 판매 반등을 이뤄낸다면 국내 완성차 산업의 경쟁력 제고부터 소비자의 선택권 강화, 부품 협력업체들의 개발 경쟁 등 각종 선순환 열매를 맺을 것이라 확신한다.

현대차그룹도 이들 3사의 심기일전에 제스처를 취해야 할 때다. 카플레이션(자동차+인플레이션) 등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가격 선택권이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는 소비자 의견에 귀를 기울여야겠다. 최근 유럽에서만 출시할 줄 알았던 제네시스 ‘G70 슈팅 브레이크’를 국내에 선보인 점은 이러한 피드백에 반응한 결과다. 국내 시장이 ‘왜건의 무덤’으로 악명을 떨치고 있지만,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히면서 시장 가능성을 타진해보겠다는 판단이다.

모쪼록 국내 완성차 시장이 활력을 잃지 않고 미래 모빌리티 산업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려면 선의의 경쟁이 꾸준히 펼쳐져야 한다. 내심 현대차그룹도 내수 독과점 해소를 원할지 모른다. 내수 독과점보다 중국 시장의 회복과 북미·유럽 시장의 쾌속 질주에 깊은 갈증을 느끼지 않을까.

 

[김상우 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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