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NOㆍ대마 OK"… 태국, 각종 규제 풀어 관광산업 회복 '총력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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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진 기자
입력 2022-06-2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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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월부터 야외마스크 의무화 해제·타일랜드 패스 철폐

  • 관광산업 위기에 태국 경제 침체

  • 대마 재배까지 허용·대낮 주류 판매도 부분적 허용

지난 26일 태국 파타야 지역 주민들이 관광객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EPA·연합뉴스]

태국 정부가 관광 산업 활성화를 위해 각종 규제까지 풀고 있다. 코로나 유행이 정점을 지났다고 하지만 태국은 코로나 이전처럼 관광객들로 붐비지 않는다. 국내총생산에서 12%를 차지하는 관광산업이 침체되자 태국 경제는 위기에 빠졌다.

결국 관광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태국 정부는 방역조치 완화뿐 아니라 대마초 재배 합법화라는 파격적 정책까지 내놓는 등 관광산업 부활에 사활을 걸고 있다. 
 
야외 마스크 의무화 해제·타일랜드 패스 철폐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은 다음 달 1일부터 태국 정부가 코로나 방역을 위해 고수하던 야외 마스크 의무화와 타일랜드 패스 등 규제를 철폐한다고 최근 보도했다. 코로나 유행이 정점을 지났지만 관광업이 활성화하지 않자 태국 정부가 각종 방역 규제까지 풀며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나선 것이다. 

지난 17일 태국 정부 코로나19 상황관리센터(Centre for COVID-19 Situation Administration·CCSA)는 다음 달 1일부터 태국 전역을 '그린존'으로 지정한다고 밝혔다. 그린존은 코로나 상황이 가장 심각하지 않은 지역을 의미한다. 앞서 태국 정부는 코로나 상황에 따라 각 지역을 오렌지존, 블루존, 그린존으로 구분해 왔다. 

그린존으로 설정되면 술집과 가라오케 등 유흥업소 영업시간이 코로나19 이전처럼 다음날 오전 2시까지로 연장된다. 현재 태국 유흥업소는 자정까지만 영업할 수 있다. CCSA 관계자는 "코로나 방역수칙을 성실히 준수하고 있는 국민들의 자세 등을 감안하면 규제가 완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CCSA는 열흘마다 코로나 감염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또한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화도 해제될 방침이다. CCSA 발표에 따르면 다음 달부터 실외에서 마스크 착용 여부는 자발적으로 결정하면 된다. 태국 수도 방콕 찻찻 싯티판 시장도 지난 6일 열린 회의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에 대해 "공공장소에서 착용 의무를 해제해도 될 때가 아닌가”라며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화 해제 검토를 지시하기도 했다. 

현재 태국 전체 일일 코로나 확진자는 2000~3000명으로 이미 정점을 지났다. 다만 CCSA는 실외 마스크 의무 착용을 해제하면서도 대중교통, 시장, 콘서트장처럼 사람들이 밀집한 곳에서는 여전히 마스크를 착용할 것을 권고했다.

외국인이 태국을 방문할 때 등록하는 시스템인 '타일랜드 패스'도 다음 달 폐지된다. 타일랜드 패스는 태국에 입국하려는 사람이 항공 일정과 백신접종 증명, 보험증서 정보 등을 사전에 기입해야 하는 플랫폼이다. 외국인은 1만 달러 이상 의료보험 보장액이 포함된 여행자 보험에 가입해야만 했다. 특히 신청 후 승인까지 일주일 정도까지 걸리는 점 때문에 태국 관광업계는 타일랜드 패스 폐지를 꾸준히 요구해왔다. 

태국 정부는 이미 지난 4월부터 입국 시 코로나19 유전자증폭(PCR) 검사 음성결과서 구비를 폐지했다. 이어 5월부터는 입국 당일 PCR 검사와 격리 호텔 1박 규정도 없앴다. 여기에 타일랜드 패스까지 폐지하면 태국 입국 시 받게 되는 장애물이 사실상 모두 없어지는 것이다. 
 
태국 경제 마비시킨 관광산업 침체
 
 

2010년부터 2020년까지 태국 경제 성장률. 2020년 코로나 유행으로 관광산업이 침체되면서 경제성장률이 -6.1%까지 하락했다. [사진=세계은행(WB) 홈페이지 캡처]

태국 정부가 이토록 적극적으로 방역 조치 등 규제를 완화하는 것은 관광산업이 태국 국내총생산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태국 관광산업은 2019년 기준 태국 GDP에서 12%를 차지했다. 특히 전체 노동시장 고용에서는 20%를 담당했다. 

그러나 코로나가 유행하고 태국을 찾는 관광객은 급격히 감소하면서 경제는 큰 타격을 받았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기 전인 2019년 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약 4000만명에 달했지만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2020년에는 670만명 수준으로 줄었다. 

2019년 태국 경제성장률은 2.3%였지만 코로나가 유행한 2020년에는 -6.1%로 역성장했다. 이는 1998년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가장 심각한 수준이다. 
 
태국 시암 상업은행(Siam Commercial Bank) 산하 연구 기관인 경제 정보 센터(EIC)는 향후 몇 년 안에 관광산업이 지금의 두 배 규모로 성장할 수 있다면서 관광산업 회복은 높은 인플레이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중국의 봉쇄 등이 경제에 미치는 타격을 어느 정도 상쇄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EIC는 올해 태국을 찾는 외국인 방문객 예상치를 기존 570만명에서 740만명으로 상향 조정했다. 반면 신용평가사 피치레이팅스는 올해와 내년에는 각각 650만명과 2200만명으로 예상했다. 2023년 외국인 방문객 예상 수치는 코로나 유행 전인 2019년 대비 55% 수준이다. 

피치레이팅스는 2022년 태국 경제가 내수 회복과 입국 관광 일부 회복에 따라 3.2% 성장할 것이라고 봤다. 이는 지난해 1.5% 성장률에서 오른 수치다. 그럼에도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관광산업이 회복하는 일은 앞으로 수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태국을 찾는 관광객 중 큰 부분을 차지하는 중국 관광객 방문자 수가 여전히 회복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태국 국립 통계청에 따르면 중국에서 온 관광객은 2019년 기준 1090만명으로 전체 관광객 중 약 27%를 차지했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중국인의 해외여행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급기야 대마 재배 합법화·낮 시간 주류 판매까지 허용 

지난 13일 한 상인이 태국 카오산로드에서 대마 관련 물품을 팔고 있다. [사진=연합뉴스·로이터]

관광산업 침체로 태국 정부는 최근 큰 결단을 내렸다. 태국 정부는 지난 9일부터 자국 내 대마 재배를 합법화했다. 앞선 2018년 이미 태국 정부는 의료용 대마를 허용했지만 이제 가정에서 대마를 재배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이다. 

대마초를 이미 합법화하고 있는 미국과 유럽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이 같은 파격적 결정을 한 것이다. 피팟 랏차낏쁘라깐 태국 관광체육부 장관은 대마초 합법화가 더 많은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태국 내에서 대마초 재배 합법화에 따른 우려도 적지 않다. 특히 10대 청소년의 오남용과 과다 섭취가 문제되고 있다. 이 같은 문제가 떠오르자 태국 정부는 20세 미만 청소년에 대한 대마초(Marijuana)·삼(Cannabis) 이용 금지 규정을 공포할 예정이다. 아누틴 찬위라꾼 태국 부총리 겸 보건장관은 지난 16일 20세 미만은 의사 허가 없이 대마 제품을 소지할 수 없다고 말했다. 

대마뿐 아니라 낮 시간 술 판매 규제도 일부 해제됐다. 기존 태국에서는 법에 따라 오후 2∼5시에는 식당과 슈퍼마켓 어디든 술을 판매할 수 없었다.

태국 정부 코로나19 상황관리센터는 지난 17일 회의를 열고 관광객 유치 차원에서 호텔에 한해 다음 달 1일부터 해당 시간에도 술을 팔 수 있도록 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아예 오후 술 판매 금지 규정을 없애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야당인 끌라당의 아따윗 수완나빡디 사무총장은 "1972년 이후로 오후 2~5시에 술판매 금지법이 존재했다. 이 법은 술에 취한 공무원은 일을 못할 것이라는 구시대적인 발상에서 만들어졌다"며 호텔이 아닌 곳에서도 술을 팔 수 있도록 해당 법 개정을 촉구했다. 그는 동남아시아 어떤 나라도 술 판매 시간을 제한하지 않는다며 코로나19로 이미 타격을 받은 관광업계에 술 판매 금지는 여전히 걸림돌이 되는 만큼 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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