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YS의 길' 따르는 안철수...'文 승리 방식' 모색하는 이재명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3‧9 대선이 윤석열 대통령의 승리로 마무리되고 이제 막 100일이 지났지만, 정치권에선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향한 여야 잠룡들의 움직임이 포착된다. 특히 '대권 징검다리'로 불리는 여야 당권 향방에 정치권의 관심이 뜨겁다. 

1987년 민주화 이후 대선에 한 차례 이상 실패하고 재도전에 성공한 역대 대통령들은 모두 자신이 소속됐던 당의 대표를 경험했다. 김영삼‧김대중‧박근혜‧문재인 전 대통령 등이다. 반대로 대선 첫 도전에 바로 대권을 거머쥔 노무현‧이명박 전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은 당 대표를 경험하지 않은 공통점이 있다.
 
지난 대선에 출마했고 최근 6‧1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를 통해 국회에 입성한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각자 속한 당의 유력한 차기 대표 후보로 거론된다. 이들 역시 당권과 공천권을 확보한 후 차기 총선 승리를 이끌고, 대선까지 직행하려는 것 아니겠느냐는 전망이 나온다. 
 
그 외에도 차기 대권주자로 언급되는 인사들의 행보를 살펴보면 역대 대통령의 행보와 유사한 점들이 발견된다. 김동연 경기도지사 당선인과 홍준표 대구시장 당선인은 지방자치단체장 경험을 통해 실력과 인지도, 정치적 기반을 키워 끝내 대권을 쟁취한 이명박(MB) 전 대통령과 비슷하다. 
 
'박근혜 키드'로 불린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최근 정치 행보와 그를 둘러싼 상황은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일부 유사하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김대중 전 대통령,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노태우 전 대통령을 연상케 한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YS처럼 '호랑이 굴' 들어간 安, '박근혜 키드' 이준석의 운명은
 
1990년 대한민국 정치사를 뒤바꾼 일이 발생한다. 노태우 당시 대통령이 속했던 집권여당 민주정의당과 야당인 김영삼(YS) 총재의 통일민주당, 김종필 총재의 신민주공화당 3당이 전격적으로 합당을 선언한 이른바 '3당 합당'이다. 이를 통해 탄생한 민주자유당은 지금의 국민의힘으로 그 역사가 이어진다.
 
특히 당시 사람들을 놀라게 한 것은 평생 민주화를 위해 투쟁한 YS가 군사정권 관계자들과 손을 잡은 것이다. YS는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굴에 들어가야 한다"고 주위를 설득했고, 결과적으로 민자당의 당권을 잡아 대통령직에 오른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안철수 의원이 'YS 모델'을 염두에 둔 행보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꾸준히 나온다. 정치를 시작할 때는 '새정치'와 '다당제'를 내세우며 보수 진영과 대립각을 세웠지만, 결과적으로 보수 정당에 합류했다. YS처럼 당권을 장악하고 대권까지 노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박근혜 키드'로 불린 이준석 대표의 최근 행보가 박근혜 전 대통령과 다소 겹치는 것은 흥미로운 대목이다. 이 대표는 탄핵 후폭풍에 어려움을 겪던 국민의힘을 이끌고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승리를 거뒀다. 박 전 대통령 역시 '2004년 노무현 탄핵 역풍', 'MB정부 심판론' 등을 뚫고 각종 선거에서 승리해 '선거의 여왕'으로 불렸다.
 
이 대표가 보수성향 2030세대의 절대적 지지를 받고 있는 것, 박 전 대통령이 보수진영의 아이콘으로 불린 것 역시 비슷하다. 이 대표가 최근 친윤(윤석열)계와 갈등을 빚고 있는 것을 두고 과거 MB시절 '친박(박근혜)‧친이(이명박)' 갈등을 떠올리는 사람들도 있다.
 
만약 이 대표가 최근의 정치적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면 2년 후 총선에서 재차 역할을 하고, 대권주자로 나설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성공한다면 대한민국 최초 40대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은 대한민국 최초 여성 대통령이었다.
 
당 대표와 경남지사를 지낸 홍준표 대구 시장 당선인이 국회의원 대신 대구 시장을 선택한 것은 다양한 포석을 염두에 둔 것으로 평가받는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에서 확인된 '부족한 당심'을 감안해 '보수의 심장'에 들어가 핵심 지지층과의 유대를 강화하겠다는 것이 가장 큰 목표다. YS모델로 볼 수 있다. 또 현재 침체된 대구의 경제를 살릴 수 있다면 그것을 기반으로 대선 도전이 가능할 것이다. MB모델이다. 
 
윤 대통령의 '최측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보면서 정치권에서는 노태우 전 대통령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두 사람 모두 1인자와 깊은 유대관계를 가졌고, '정권 2인자'로 불린다. 노 전 대통령은 전두환 정부 말기에 1인자와 각을 세우는 방식으로 차별화에 나섰고 결과적으로 정권 재창출에 성공했다. 한 장관이 향후 어떤 정치적 행보를 걸을지 벌써부터 정치권의 관심이 뜨겁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3일 충남 예산군 덕산리솜리조트에서 열린 '새롭게 도약하는 민주당의 진로 모색을 위한 국회의원 워크숍에 참석하기 전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文의 길', 이낙연 'DJ 행보'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2년 대선에 도전했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석패했다. 이후 비문(문재인)계의 반대를 극복하고 2015년 당 대표직을 쟁취한다. 2016년에는 총선 승리를 이끌어 자신의 지지기반을 확고히 만들었고, 2017년 대선에서도 승리를 거둔다.
 
이재명 의원이 차기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가 된다면 2024년 총선 공천권을 확보하게 된다. 문 전 대통령과 비슷한 과정을 밟는 셈이다. 다만 대장동 의혹 등 '사법리스크'가 여전히 남아 있고, 지방선배 패배 책임론에서도 자유롭지 못한 것은 변수다.
 
이낙연 전 대표는 지난 7일 미국으로 떠났다. 수도 워싱턴에 소재한 조지워싱턴대 한국학연구소에서 방문연구원 자격으로 1년 간 한반도 평화와 국제정치를 공부하고, 그와 관련된 인사들을 만나 교류할 것으로 알려졌다. DJ가 14대 대선에서 패한 뒤 영국 유학을 떠난 것을 떠올리게 하는 행보다.

이 전 대표는 미국 출국 이틀 전 DJ의 묘역을 참배하고 "인생은 아름답고, 역사는 발전한다"는 소감을 밝혔다. DJ가 서거 전 자신의 일기장에 작성한 글귀를 인용한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이 전 대표가 DJ처럼 유학을 떠나 일단 재충전을 하고, 귀국해 정계 복귀를 노릴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김동연 경기도지사 당선인은 'MB모델'을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MB는 현대건설에 평사원으로 입사해 사장 자리까지 오른 '샐러리맨 신화'의 주인공이다. 서울시장 재임시절에는 청계천 복원 사업과 대중교통 환승할인제 개편, 뉴타운 개발 등의 성과를 거뒀고, 이는 대선 승리의 발판이 됐다.
 
김 당선인 역시 판잣집과 천막집을 전전하던 '흙수저' 출신으로 실력 하나로 대한민국의 '경제수장' 경제부총리직에 오른 인물이다. 경기지사직도 잘 수행한다면 야권 내 가장 주목받는 차기 잠룡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동연 경기도지사 당선인이 14일 오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을 방문해 故(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 후 너럭바위를 만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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