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국내 부동산금융 건전성에 경고등이 켜졌다. 그동안 저금리 등을 발판으로 호황을 누려온 부동산시장이 주요국들의 긴축적 통화정책에 따른 자금조달 여건 악화와 자산가격 조정 움직임에 따라 경기 침체를 직면하게 되면서 부실 리스크가 본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비은행권 중심의 부동산금융 규모와 그에 다른 리스크가 빠르게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면서 선제적인 관리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한은 금안보고서 “3월 말 부동산 익스포저 2621조원…기업여신 1년 새 20% ↑”

 

22일 오전 10시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안정보고서(2022년 6월) 설명회. 사진 왼쪽부터 이범호 비은행분석팀장, 임광규 안정총괄팀장, 이상형 부총재보, 이정욱 금융안정국장, 이대건 안정분석팀장 [사진=한국은행]

2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부동산 전체 익스포저(대출·보증 등 위험노출액) 규모는 올해 1분기 기준 2621조4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1년 전보다 11.7% 증가한 수준으로, 작년 연말(2566조원)과 비교하면 3개월 만에 55조원 가량 확대됐다. 지난 2017년 1800조원에 불과했던 국내 부동산 익스포저 규모는 2019년 2000조원을 넘어서는 등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부동산 익스포저 규모로 보면 가계여신 비중이 높지만 최근에는 기업여신이 빠르게 늘고 있는 추세다. 자금 형태별로 보면 가계여신이 전체 익스포저의 절반 가량(48.7%)인 1275조4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6.2% 늘어난 것으로 추산됐다. 뒤이어 부동산 관련 기업여신 규모가 1년 만에 20% 가까이 늘어난 1034조원(39.4%)을 기록했다. 금융투자상품(312조원) 역시 부동산펀드 규모 확대 등에 힘입어 1년 전보다 10.5%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현재의 부동산 익스포저 추이와 관련해 “주택가격 상승세 둔화에도 불구하고 기업신용을 중심으로 증가세를 지속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향후 대출금리 상승, 부동산경기 조정 등에 따라 관련 대출이 부실화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선제적으로 리스크 관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

이처럼 부동산 익스포저 규모가 우상향하는 가운데 부동산시장은 ‘고점’ 인식 속 다소 주춤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주택매매가격은 작년 하반기 이후 상승세가 둔화됐고 전월세시장 역시 오름세가 큰 폭으로 꺾인 것으로 파악됐다. 상업용부동산시장도 투자수요가 위축되면서 가격상승세 둔화에 따른 자본수익률 하락과 거래량 감소세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규제 묶인 은행 대신 비은행권 '부동산금융' 확대···대출의 질 악화에 불안 가중

국내 부동산금융 건전성 리스크에 대한 우려는 한은 뿐 아니라 금융 전문가들 사이에서 꾸준히 제기돼 온 이슈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금융리스크연구센터장은 국내 부동산금융 익스포저가 급증한 배경에 대해 “부동산시장의 호황과 초저금리 장기화로 급증한 시중유동성이 높은 수익률을 따라 부동산시장 관련 투자상품으로 유입된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최근 정부 차원의 대출규제 강화 속 문턱이 부쩍 높아진 은행권 대신 비은행권을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는 부동산금융 유동성 움직임은 부실 리스크에 대한 시장의 불안감을 더욱 높이고 있다. 한은은 이날 금안보고서를 통해 “(2금융권인) 저축은행과 여신전문금융사(여전사)의 경우 기업대출에서 부동산 관련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50%에 육박한 가운데 PF대출(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을 중심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문제는 이처럼 금융기관이 대출 또는 보증을 통해 흘러간 유동성이 부동산금융 부문에서 발생한 리스크로 인해 실물경제로 전이될 가능성이 크고 반대로 부동산 실물부문 충격 역시 금융부문 위기로 옮겨갈 위험성 또한 높다는 점이다. 이 과정에서 시장금리가 올라 차주의 채무상환 능력이 떨어지거나, 부동산 경기가 부진하게 되면 이들의 대출자산이 부실화할 여지가 높다.

또한 비은행대출의 경우 은행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고 부실 리스크가 높은 고위험 상품이라는 측면에서 결국 대출의 질 악화로 연결될 여지가 높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이는 결국 개별 금융기관 뿐 아니라 금융시장 전반에 걸쳐 리스크 부담을 지울 수 있기 때문이다.

신 센터장은 “기준금리 인상 움직임과 더불어 금융여건이 급속하게 변화하는 상황에서 부동산 금융 리스크의 선제적 점검과 대응책 마련은 무엇보다 중요한 현안과제”라며 “부동산금융 상품 형태가 다양하고 부동산시장 경기변동에 따른 리스크 정도에 차이가 있는 만큼 세부적이고 차별화된 대응전략이 모색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금융당국, 스트레스테스트 통해 리스크 점검...업권별 대응도 강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20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은행장들과의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금융당국 역시 이러한 부동산금융 리스크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금감원은 현재 각 금융회사의 부동산금융 규모를 취합하고 경제 충격이 올 경우 부동산금융이 부실화하는 정도를 측정하는 내용의 스트레스 테스트 등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각 업권 별 제도 정비도 진행 중이다. 금감원은 오는 30일부터 금융투자회사의 부동산 그림자금융 세부 현황 자료 입수를 위한 업무보고서를 신설하는 내용의 '금융투자업 규정 시행세칙' 일부 개정안을 시행할 예정이다. 이 규정이 시행될 경우 금투사들은 부동산 그림자금융 투자 현황을 감독당국에 제출해야 한다. 보고서 상에는 △증권사의 부동산 채무보증 계약 △부동산 대출채권 △부동산펀드 △자산운용사 부동산 펀드 운용 등 내용이 포함돼 있다.

금융당국은 앞서 캐피탈 등 여전사를 대상으로 지급보증충당금과 부동산PF 관련 채무보증충당금을 보완자본에 추가하고 부동산 PF 관련 채무보증을 부외항목에 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보완자본 산정방식 변경에 나서기도 했다. 

이복현 금감원장도 지난주 리스크점검회의에서 대내외 리스크 요인 중 하나로 비은행권 부동산금융 부문을 언급하며 관련 임원과 부서장들에게 관리 강화를 당부하기도 했다. 이 원장은 "최근 크게 늘어난 비은행업권의 해외 대체투자와 PF대출, 부동산 채무보증 등 부동산 익스포저 손실 발생 가능성에 대비해 점검하고 충분한 충당금 적립을 유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페이지 상단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