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英 여왕도, 할리우드 배우도 다녀간 '점보킹덤'
  • 홍콩 양대 재벌이 지은 세계 최대 수상레스토랑
  • 홍콩의 무너진 위상···점보킹덤의 몰락
  • 홍콩 떠나자마자 나흘 만에 '망망대해' 침몰

점보킹덤 수상 레스토랑 야경. [사진=점보킹덤 공식 웹사이트]

"인리향천, 선리항침(人離鄉賤, 船離港沈)."

최근 홍콩 명물 '점보킹덤' 수상 레스토랑이 46년 세월을 함께한 홍콩을 떠나 동남아로 예인되던 중 바다에 침몰했다는 소식에 한 누리꾼이 올린 댓글이다. 

중국 옛말에 '사람이 고향을 떠나 다른 곳으로 가니 천대 받는다(인리향천)'는 말이 있다. 이를 인용해 누리꾼이 '배가 홍콩을 떠나 다른 곳으로 가니 침몰됐다(선리항침)'고 아쉬움을 표현한 것이다. 46년 세월을 홍콩과 동고동락한 점보킹덤은 그렇게 마지막 순간까지 홍콩과 함께 하고자 했단 의미로 읽힌다. 
 
英 여왕, 할리우드 배우도 다녀간 '홍콩 명물'

점보킹덤 수상 레스토랑 [사진=점보킹덤 공식 웹사이트]

‘점보킹덤(전바오하이셴팡, 珍寶海鮮舫)'은 과거 홍콩 남부 애버딘항구에 위치한 세계에서 가장 큰 수상 레스토랑이었다. 
 
고대 중국 황실의 정원 양식을 본떠 건설된 이곳은 황제를 상징하는 용과 황금색을 테마로 설계돼 화려한 위용을 자랑했다. 특히 밤에는 바다 위에서 황금 빛·붉은 빛의 휘황찬란한 조명이 어우러져 아름다운 야경을 뽐냈다. 홍콩의 명물로 이름을 날리며 전 세계 곳곳의 관광객이 몰려와 이곳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식신(食神)', '무간도(無間道) 2' 등 홍콩영화뿐만 아니라 '레지던트이블', '007 제임스 본드 시리즈' 등 할리우드 영화의 배경으로도 곧잘 등장했다.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 2세, 할리우드 배우 톰 크루즈 등 유명 인사들도 즐겨 찾았다. 총 4180㎡ 면적의 이곳을 다녀간 손님만 그간 3000만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 양대 재벌이 지은 세계 최대 수상 레스토랑

점보킹덤 수상 레스토랑 [사진=점보킹덤 공식 웹사이트]

점보킹덤의 전신은 ‘거탕둔(歌堂躉)’이다. 1920년대 홍콩 수상 거주인들 사이에서는 수상가옥을 식당으로 개조하는 게 유행처럼 번졌다. 식당으로 개조된 수상가옥을 거탕둔이라 불렀는데, 당시 홍콩을 오가는 무역상들이 해산물 요리를 먹으러 거탕둔을 즐겨 찾았다.

특히 2차 세계대전 이후 중국 공산당의 억압을 피해 상하이 자본과 공장들이 홍콩으로 몰려오면서 홍콩에서 공업화가 빠르게 진척되고 홍콩 무역이 번성했다. 덕분에 중국인 선주들이 떼돈을 벌며 수상 레스토랑 경제도 활황을 띠었다. 홍콩 링난대 자료에 따르면 1950년대 당시 홍콩 애버딘항에 정박해 영업하는 수상 레스토랑만 10여곳에 달했다고 한다.

1960년대 홍콩 유명 대기업 왕라오지(王老吉)도 수상 레스토랑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공사 도중 발생한 화재로 막대한 손실을 입는다. 이때 홍콩 4대 재벌로 꼽히는 '카지노 왕' 스탠리 호와 저우다푸그룹 정위퉁 회장이 함께 3000만 위안에 사업을 건네받아 수상 레스토랑 재건에 나섰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1976년 애버딘항구에 오픈한 수상 레스토랑이 바로 오늘날의 점보킹덤이다. 이후 바로 옆 다른 수상 레스토랑 타이팍(太白)까지 인수하며 세계 최대 수상 레스토랑이란 타이틀을 얻는다. 
 
홍콩의 무너진 위상···점보킹덤의 몰락
하지만 최근 들어 점보킹덤의 가세는 차츰 기울기 시작했다. 특히 범죄인송환법, 국가보안법 등 사태로 정치·사회적 풍파에 맞닥뜨린 홍콩이 과거의 쇼핑천국, 금융허브와 같은 명성을 잃어가면서 홍콩 현지 관광 소매업이 침체됐고, 점보킹덤도 덩달아 경영난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중 결국 2020년 초 코로나19 사태 발발로 홍콩에 관광객의 발길이 끊기면서 점보킹덤은 그해 3월 3일 무기한 영업 중단을 선언했다. 당시 누적 적자액만 1억 홍콩달러에 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게 애버딘항구에서 점보킹덤의 화려한 야경은 더는 찾아볼 수 없는 '과거의 추억'이 됐다. 

홍콩 명물을 되살리기 위해 점보킹덤의 새 주인을 물색해 왔지만, 쉽지는 않았다.  2020년 11월, 점보킹덤의 모그룹 애버딘 식음료그룹은 이 레스토랑을 홍콩 오션파크에 기부한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지만 결국 지난해 말 무산됐다. 

선상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데 드는 막대한 비용 탓이다. 애버딘식음료그룹은 그동안 선박 검사, 수리에 매년 평균 100만 위안씩을 쏟아부었고, 영업 허가증도 갱신해야 했다. 하지만 최근 홍콩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이러한 비용을 떠안고 점보킹덤을 운영할 새 주인이 나타나지 않았던 것이다. 

결국 애버딘식음료그룹은 이달로 영업 허가증 만기를 앞둔 점보킹덤의 경영을 '포기'했다. 최근 홍콩 내 코로나19 재확산세로 단기간 내 영업 재개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홍콩 떠나자마자 나흘 만에 '망망대해' 침몰
더 이상 애버딘항구에 정박할 수 없게 된 점보킹덤은 그렇게 홍콩을 떠났다. 14일 점보킹덤이 예인선에 끌려 애버딘항을 떠날 때 "홍콩 시민들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마지막 이별'을 기록했다"고 홍콩 현지 매체들은 전했다.

사실 점보킹덤은 홍콩을 떠나 동남아로 가서 선박 보수·수리를 마치고 적당한 항구를 물색해 정박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홍콩을 떠난 지 나흘 만인 18일 오후 남중국해 시사군도(파라셀군도)를 지나던 중 결국 바다에 침몰하는 운명을 맞이했다. 침몰 현장 수심이 1000m가 넘어 인양 작업이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 현지 누리꾼들은 침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한 누리꾼은 현재 홍콩이 처한 암울한 상황과 연관 지어 “점보킹덤의 비극적 결말은 홍콩 침몰의 또 하나의 은유”라고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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