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정치권은 김건희 행보를 주시‧우려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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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휘 기자
입력 2022-06-1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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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공한 정치인의 뒤에는 '내조'가 있었다

윤석열 대통령(왼쪽)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용산 대통령 집무실에서 촬영한 기념사진이 SNS를 통해 5월 29일 공개됐다.[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뜨겁다. 1972년생 올해 49세로 민주화 이후 역대 최연소 영부인이며, 대한민국 최초 '사업가 출신 퍼스트레이디'다.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인 시절에는 남편보다 재산이 더 많은 것으로 유명세를 탔다. 말 그대로 지금까지 이런 영부인은 없었다.
 
16일 정치권에 따르면 '혐오 발언' 논란으로 하차한 김성회 전 대통령실 종교다문화비서관은 대선 기간 '김건희 대표는 신데렐라가 아니라 평강공주였다'라는 제목의 칼럼을 발표하고 "나이 든 시골검사 윤석열 후보가 일약 제1야당의 대선후보, 그것도 당선 가능성이 제일 높은 대선후보가 되기까지 김건희 대표의 뒷받침은 절대적이었다고 평가하는 것이 맞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윤석열이라는 왕자에게 선택받은 신데렐라 김건희가 아니라, 윤석열이라는 시골검사를 대선후보의 반열에 올려세운 것은 '평강공주 김건희'였다는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김 여사의 외부 행보가 늘어나면서 윤 대통령이 폐지를 공약한 '제2부속실'을 부활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정치권에서 나온다. 윤 대통령은 전날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어떤 식으로 정리해야 할지 저도 (대통령직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돼서 (아직 잘 모르겠다)"라며 "국민 여론을 들어가며 이 부분은 차차 생각해보겠다"고 말했다.
 
◆성공한 정치인의 뒤에는 '내조'가 있었다
 
정치인과 그 배우자는 단순한 부부관계를 넘어 정치적 동지가 되는 경우가 많다. 국회의원의 부인(혹은 남편)이 중앙 정치에 바쁜 배우자 대신 지역구 기반을 관리하는 것은 기본이다. 사람들을 대신 만나 여론을 청취하고 중요한 정치적 조언을 하기도 한다. 의원실 보좌진들이 의원과 그 배우자를 동급으로 두고 업무에 임하는 것도 그러한 이유가 있다.
 
역대 대통령의 '영부인' 역시 대통령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주는 역할을 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부인 육영수 여사는 '청와대 안의 야당'으로 불렸다. 육 여사는 소외계층을 자주 찾았고 박 전 대통령에게 살아있는 민심을 적극 전했다. 박 전 대통령의 집권 말기가 파국으로 끝나게 된 분기점을 '1974년 육영수 사망사건'으로 꼽는 이들도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는 말 그대로 김 전 대통령의 '평생 동지'였다. 이 여사는 1950년대 미국 유학까지 다녀온 엘리트로 차세대 여성지도자로 주목 받았다. 1962년 당시 가난한 홀아비 '정치 낭인' 김대중 전 의원과의 결혼을 많은 사람들이 반대했지만, 이 여사는 "이 사람을 도우면 틀림없이 큰 꿈을 이루어낼 수 있을 것"이라며 결혼을 강행했다. 
 
이 여사는 김 전 대통령의 민주화 운동 역정을 함께했고, 김 전 대통령이 집권한 이후에도 여성과 인권, 평화통일 문제 등에 정책 영향력을 발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대통령은 "내가 나름대로 페미니스트적인 관점과 행동을 실천할 수 있었던 건 아내의 조언 덕"이라고 고백하기도 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는 '호남 특보'로 유명하다. 문 전 대통령은 과거 더불어민주당의 텃밭인 호남에 만연한 '반문(문재인) 정서'로 인해 당 경선과 대선 본선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이때 밝고 적극적인 성격의 김 여사가 호남에 거의 상주하면서 지역민들과 소통하며 반문 정서를 누그러뜨리는 데 일조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그 외 영부인들도 각자의 방식으로 자신들의 배우자가 대통령이 되는 것에 기여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가운데)가 13일 오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을 방문해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에 참배한 뒤 권양숙 여사를 예방하기 위해 사저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통령은 출‧퇴근 없는데...애매한 '공‧사 구분'에 비상
 
흔히 '대통령에게는 출‧퇴근이 없다'는 말이 있다. 대통령은 국가 최고 통수권자로서 집권기간 24시간 내내 국내·외 주요 상황을 점검하고 결정하며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이 현재 서초동 자택에서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퇴근을 하고 있으나 자택에서도 국정운영을 고민하고 점검한다는 것이 대통령실의 설명이다.
 
동시에 대통령에게 없는 것은 '공‧사 구분'이다. 대통령의 거의 모든 행동과 메시지, 동선 등은 공적 업무이자 정치적으로 해석되는 경우가 많다. 대통령에게 영향력을 미치는 영부인 역시 비슷한 기준이 적용된다. 경호와 의전 등에는 국가 세금도 투입된다. 
 
그러나 최근 김 여사의 늘어난 외부 활동에 '공적 라인' 대신 '사적 라인'이 대거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논란이 발생하고 있다. 김 여사는 지난 13일 봉하마을을 방문하는 자리에 공식 일정과 관계없는 지인을 대동했다. 자신이 운영하던 회사 코바나컨텐츠에서 근무하던 이들이 대통령실 직원으로 합류한 것도 공식 확인됐다. 
 
이외에 보안시설인 대통령실 집무실 방문 때나 영화 '브로커' 관람 때 윤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을 대통령실 공보 라인을 거치지 않고 자신의 팬클럽에 직접 보낸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은 더 커졌다.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것은 김 여사가 관련됐거나 관련된 것으로 의혹이 제기된 사안에 대해 대통령실이 제대로 된 설명 또는 대응을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 대통령실 기자는 "김 여사 관련 의혹은 일종의 성역이나 블랙홀 같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제2부속실 부활' 혹은 '조용한 내조'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전날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윤 대통령이 제2부속실 폐지와 (김 여사의) 조용한 내조를 공약했으나 막상 김 여사는 광폭 행보에 나서고 있다"며 "(김 여사가) 공·사 구분을 하지 못한 채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고 꼬집었다.

박 원내대표는 "이제 윤 대통령이 양자택일을 해야 한다. 국민 다수가 원하는 대로 김 여사가 조용한 내조에 집중하도록 할지, 아니면 공약파기를 공식 사과한 뒤 제2부속실을 만들고 제대로 된 보좌 시스템을 만들든지 해야 한다"며 "대통령 배우자의 일거수일투족이 국가의 위상과 직결될 수 있다는 점 또한 명심하기 바란다"고 압박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역시 같은날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영부인의 자격과 역할에 대해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며 "영부인의 동선이나 활동 내역 같은 경우 상당히 (대통령의) 안전과 국가 안보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지적은 윤 대통령의 비공식 깜짝 주말 일정에 김 여사가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 아니냐는 정치권의 우려를 대변한 것이다. 대통령의 동선은 국가 기밀급 정보다. 만약 팬클럽과 같은 김 여사의 '사적 라인'을 통해 동선이 유출되거나, 역으로 사적 라인의 조언을 김 여사가 수용하는 방식으로 동선이 영향을 받을 경우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우려에 윤 대통령은 "대통령을 처음 해보는 것이기 때문에 공식, 비공식 이런 것을 어떻게 나눠야 할지 (모르겠다)"라며 "대통령 부인으로서 안 할 수 없는 일도 있고, 그걸 어떤 식으로 정리해야 할지 저도 이제 시작한 지 얼마 안 돼 국민들 여론도 들어가면서 차차 생각해보겠다"고 답했다.
 

김건희 여사(앞줄 왼쪽)가 지난 6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67회 현충일 추념식에 참석, 현충탑에 분향하고 있다. 오른쪽은 윤석열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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