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부즈만이 바꾼 기업] "꿀벌실종 가속… 친환경 개미산 방제 물꼬 터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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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산=김경은 기자
입력 2022-06-0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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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응애 잡지 못하면 벌 생태계 교란 심각

  • 1분기 전국 220만여군 중 17%서 증발

  • 관련교육 강화 통한 허가제 실시해야

김형인 삼형기업 대표가 지난 3일 전북 익산에 위치한 회사 양봉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김경은 기자]

“보세요. 꿀벌이 계속 죽어 나갑니다.”
 
지난 3일 전북 익산 소재 양봉장에서 만난 김형인 삼형기업 대표(53)는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꿀벌들을 가리키며 이같이 말했다. 김 대표는 “꿀벌에 기생하는 해충인 응애를 잡지 못해 벌들이 죽거나 사라지고 있다”며 “친환경 방제제인 개미산(포름산) 규제를 풀어야 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개미산 규제 이후… 꿀벌이 사라지고 있다 
한국양봉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국 양봉 농가에서 키우는 벌통 220만여군 중 약 39만군(17.2%)에서 꿀벌이 실종됐다. 집단 실종된 꿀벌은 78억 마리에 달한다. 이 같은 벌집군집붕괴현상(CCD·Colony Collapse Disorder)은 인류 식량위기로 번질 수 있어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촉각을 곤두세우는 상황이다.
 
꿀벌이 집단으로 사라진 이유는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김 대표는 개미산 유통이 금지되면서 꿀벌 개체 수가 감소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양봉농가들은 응애를 없애기 위해 개미산을 써왔는데 이를 유통하지 못하게 되면서 응애 피해를 막지 못하거나 농약을 쓰는 경우가 늘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응애를 잡지 못하면 벌들이 죽거나 집을 팽개치고 나간다”며 “그렇다고 농약을 쓰면 응애뿐 아니라 벌까지 죽게 된다. 농약 친 벌통 속에서 벌이 살아남더라도 정상적으로 날지 못하는 기형충이 되곤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2013년 유럽식품안전청(EFSA)의 발표에 따르면 네오니코티노이드 계열 살충제는 꿀벌 폐사의 주범으로 꼽힌다. 살충제로 인해 꿀벌의 신체 면역체계가 붕괴돼 집으로 돌아오는 길을 잃거나 질병에 취약해진다는 분석이다.
 
반면 개미산을 쓰는 농가에서는 피해가 덜하다는 게 김 대표의 증언이다. 개미산은 개미 체내에서 발견되는 유기산의 일종으로, 양봉농가에서 친환경 구제 농법으로 사용해 왔다. 김 대표가 2018년 양봉 자재 업체로 사업 전환에 나선 것도 개미산에서 친환경 양봉의 미래를 봤기 때문이다.
 
1994년부터 세탁기‧청소기 부품 제조 기업을 운영해온 그는 아내가 부업으로 하던 양봉에서 사업 기회를 발견했다. 김 대표는 “양봉농가에서 살충제를 쓰는 걸 본 뒤 친환경 양봉을 확산시켜야겠다고 결심했다”며 “3년간 연구 끝에 개미산 기화 용기를 개발했다”고 전했다.
 
그는 “해당 용기에 개미산을 부어 벌통 내부에 넣어두면, 개미산이 기화되면서 그 가스를 통해 응애가 방제된다”며 “개미산은 기체로 날아가는 반면 살충제는 벌통에 직접 닿는 데다 벌통 안에 계속 잔류한다. 응애는 살충제에 내성이 생기기 때문에 살충제 농도도 계속 높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가 양봉장에서 꿀벌들의 상태를 살피고 있다. [사진=김경은 기자] 

농가마다 취급시설 갖춰라?… 규제 개선 시동
문제는 농가에서 개미산을 쓸 방법이 사실상 막혀있다는 점이다. 개미산은 유‧누출시 화학사고 위험이 높다는 이유로 2006년 사고대비물질로 지정됐다. 2015년부터는 화학물질관리법 개정안에 따라 취급시설 의무화 등 관련 규제가 대폭 강화됐다.
 
이에 따라 개미산을 사용하려면 판매처인 지역 양봉원은 물론, 이를 구매하는 농가마다 별도의 취급시설을 갖춰야 한다. 하지만 민가에 인접한 곳에는 취급시설 허가가 나지 않아 거주 지역에 위치한 농가나 시내에 자리한 양봉원은 개미산 취급 자체가 불가하다.
 
삼형기업 역시 개미산 기화 용기를 판매하면서 연간 384말(약 1만㎏) 정도의 개미산을 농가에 유통해 왔다. 하지만 회사가 민가에 위치한 탓에 규제가 강화된 몇 년 전부터는 판매를 아예 포기했다. 그럼에도 농가에선 여전히 암암리에 개미산이 유통되는 현실이다. 
 
김 대표는 “아직도 개미산을 찾는 전화가 하루에 십여통씩 온다. 판매가 불가능하다고 얘기해도 농민들은 어떻게든 구해서 쓰더라”라며 “불법 유통이 늘어나는 만큼 사고 위험은 더 커질 수 있다. 개미산은 그늘진 데서 보관해야 하는데 대개 양봉농가는 햇빛이 잘 드는 곳에 있는 경우가 많아 위험하다”고 우려했다.
 
또 그는 “농산물품질관리원의 벌꿀 유기농 인증 기준에는 개미산이 포함돼 있다. 유기농 인증을 받으려면 양봉시 개미산을 써야 한다는 의미”라며 “개미산이 친환경을 위해 꼭 필요하고 이미 공공연하게 사용하고 있는 만큼 음지에서 불법 유통되지 않도록 양지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친환경 양봉 자재를 개발·생산하고 있다. [사진=김경은 기자]

이를 위해 김 대표는 규제를 완화하되 교육을 강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벌통을 100군 가진 농가에서는 개미산을 1말(25㎏) 사면 2년 동안 쓴다”며 “이처럼 소량 취급하는데도 별도의 취급시설을 갖추라는 건 말이 안 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개미산을 소량 사용하는 경우 안전교육 대상에서 제외되는데 농가에서도 올바른 보관 및 사용법, 유출시 대처방법 등을 알 필요가 있다”며 “관련 교육을 강화하고 이를 이수한 자에 한해 개미산을 취급할 수 있도록 허가해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대표는 현장 규제가 강화된 2~3년 전부터 이러한 목소리를 내는 데 앞장서고 있다.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는 3차례 글을 올렸다. 하지만 돌아오는 건 원론적인 답변뿐이었다. 그의 목소리를 들어준 건 중소기업 옴부즈만이었다. 지난 4월 그가 옴부즈만 홈페이지에 규제 개선을 건의하자 얼마 지나지 않아 긍정적인 신호가 나타났다.
 
옴부즈만은 양봉업계의 애로사항을 관할부처인 환경부에 전달했고, 환경부에선 일부 수용하겠다는 답변을 내놨다. 개미산을 일반화학물질로 분류하긴 어렵지만, 취급량 등을 고려해 취급시설 적용 기준 차등화 방안을 장기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내용이다. 환경부는 연내 이에 관한 의견수렴을 거쳐 내년에 법령 개정 등 시행근거를 마련할 방침이다.
 
김 대표는 “당장 해결책이 제시될 거라고 기대하지 않았는데 빠른 피드백을 받게 돼 놀랐다”면서 “농가에서 개미산을 보다 안전하게 사용하고 친환경 양봉을 확산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규제 개선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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