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리포트]"배당금, 내부거래 항의" 중국 2억명 부추들의 '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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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배인선 특파원
입력 2022-05-31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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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미투자자 2억명 시대···입김 세지는 소액주주

  • 코스코·마오타이 등 국유기업도 '백기'

코스코해운 [사진=로이터·연합뉴스]

#. 중국 최대 국유 해운거물 코스코해운(中遠海控, 이하 코스코)은 최근 139억 위안(약 2조5700억원) 규모의 현금 배당 계획을 발표했다가 소액주주들의 불만을 샀다. 지난해 글로벌 물류대란 속 떼돈을 벌고서도 순익의 약 15%밖에 배당을 하지 않는다는 게 이유다. 지난 27일 열린 코스코 주주총회에서 소액주주 60% 이상이 반대표를 던졌다. 

#. 중국 남성복 브랜드 야거얼(雅戈爾)은 지난 18일 회사 명의로 닝보 모 병원에 13억6000만 위안을 기부한다고 공시했다가 소액주주 항의가 빗발치면서 결국 닷새 만에 기부 계획을 철회했다. 

최근 중국 본토 주식시장에서 개미투자자가 늘면서 소액주주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과거 상장사에 불만이 생기면 곧바로 ‘융자오터우퍄오(用腳投票, 발로 하는 투표)’ 방식으로 해당 주식을 팔아치우던 것과 달리, 이제는 상장사 경영에 간섭·항의하고 집단행동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 것.
 
개미투자자 2억명 시대···입김 세지는 소액주주
최근 중국 상하이증권보는 “이는 적극적인 주주활동의 최신 사례로, 소액주주들의 의식이 깨어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소개했다. 

보도에 따르면 27일 코스코 주주총회 개최를 앞두고 약 10년 만에 현금배당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해 코스코 매출은 전년 대비 2배 가까이 증가한 3336억9400만 위안, 순익은 무려 8배 급증한 900억 위안에 육박했다. 사실상 하루 2억4000만 위안씩 돈을 긁어모은 셈이다.

주주들은 당연히 막대한 배당액을 기대했다.

하지만 코스코가 주주 귀속 순익의 약 15.6%밖에 안되는 139억 위안 규모의 현금 배당을 실시한다는 발표에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 

이는 코스코가 증시 상장 이래 3차례 실시한 현금 배당 수준에도 못 미쳤다. 코스코의 역대 순익 대비 배당률은 2007년 31.2%, 2008년 27.6%,  2010년 28.3%에 달했다.

다른 기업과 비교해서도 배당은 턱없이 낮았다. 코스코의 지난해 EBIT(이자 세금차감 전 이익)는 203억8000만 달러로 글로벌 해운업 1위였다. 2위인 덴마크 해운사 머스크는 지난해 EBIT가 196억 달러였지만, 배당금은 순익의 약 40%에 달했다. 

중국 본토의 동방해외국제(東方海外國際), 하이펑국제(海豐國際), 태평양항운(太平洋航運) 등 다른 동종업계 기업이 순익의 약 50~70%를 배당한 것과도 비교됐다. 
 

코스코 역대 현금배당 내역 

뿔난 소액주주들은 주주총회 개최일 전부터 온라인에서 현금배당안에 반대표를 던져야 한다며 집단행동을 벌였다. 

물론 결과는 소액주주들이 패배했다. 지분율 1% 미만 소액주주가 보유한 코스코 주식은 약 10억주, 이 중 60% 이상이 반대표를 던졌지만 5% 이상 지분 보유한 대주주가 모두 찬성하며 결국 현금배당안은 통과됐다. 

코스코는 뿔난 소액주주 달래기에 적극 나섰다. 이는 "회사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주주들의 합리적 수익을 모두 고려해 결정한 것"임을 재차 강조하며 "비금융기업 중 배당액으로는 9위로, 중국 전체 증시 평균보다 높은 수준"이라고 해명했다.

특히 "코로나19 재확산, 인플레이션, 지정학적 요인 등으로 인해 전 세계 공급망이 불안정하고 경제에 불확실성이 만연하고, 자본시장이 요동치는 등 미래 불확실성에 대비해 투자를 위한 자본금을 충분히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도 설득했다. 

사실 지난해 11월에도 지분 총합 3%에 달하는 코스코 소액주주들은 이사회에 향후 3년간 순익의 최저 50% 이상 주주 배당금 시행, 자사주 매입을 통한 주가 부양 등 요구사항을 담은 건의안을 제출하기도 했다.

당시 국영 CCTV는 "소액주주 의식이 깨어나고 있다"며 "이는 이성적 투자의 모델, 주주와 상장사의 원활한 소통의 모델"이라고 높이 평가한 바 있다.
 
코스코·마오타이 등 국유기업도 '백기'
개인투자자의 목소리가 커진 것은 그만큼 중국에 주식투자 인구가 급증한 덕분이기도 하다. 

중국증권등기결산유한공사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기준 중국 본토 주식투자자 수가 2억8700명으로 사상 첫 2억명을 돌파했다. 2016년 1억명을 넘어선 이후 6년 만에 2억명도 돌파한 것이다. 

그간 중국에서 개인투자자는 '부추'라 불렸다. 윗부분을 잘라내도 또 자라나는 부추처럼 증시에서 투자 '큰손'이나 기업들에게 매번 '베인다', 즉 이용당한다는 뜻에서 붙은 별명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동학개미'라 할 수 있다. 현재 중국 증시의 개인투자자 비중은 70%가 넘는다.

게다가 최근 중국 내 왕훙(인터넷스타) 영향력이 커지면서 주식 투자 분야에서도 팔로워 수백만명을 자랑하는 ‘다(大)V’ 블로거들이 대거 탄생했다. 이들은 온라인 상에서 개인들이 집단행동 할 수 있는 구심적 역할을 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코스코 소액주주들의 집단행동 사례가 대표적이다. 

소액주주들의 행동주의가 대두되며 경영진의 결정에 압력을 가하거나 상장사 안건이 주주총회에서 소액주주들에 의해 부결되는 사례도 잇달아 나타나고 있다. 

지난 20일에는 하루 새 바오리궈지(寶利國際), 중난미디어(中南傳媒) 등 6개 중국 본토증시 상장사 주주총회에 올라온 대외담보 제공, 내부거래 등 관련 안건이 줄줄이 부결되기도 했다.

중국증시 황제주로 불리는 구이저우마오타이(貴州茅臺, 이하 마오타이)도 소액주주 앞에 백기를 들었다. 

앞서 2020년 10월 마오타이 기업은 본사가 소재한 구이저우성 런화이시 오수처리장 건설에 2억6000만 위안 규모의 기부금 납부 등 현지 지방정부의 각종 인프라 건설에 8억2000만 위안을 기부한다고 공시했다. 하지만 100여명의 소액주주가 온라인과 매체 등을 통해 수 차례 항의를 표시해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면서 결국 기부금 계획을 철회해야만 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중국 정부는 상장사 지배구조 개선과 질적 향상, 투자자들의 상장사 발전 성과 공유와 합법적 권익 보호를 강조하고 있다며, 특히 소액주주들의 회사 지배구조 경영에 참여하려는 의지가 높아진 것을 긍정적 변화로 보고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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