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국무총리가 23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정부가 한덕수 국무총리 임명에 성공하면서 '책임총리제'도 시동이 걸렸다. 권력의 속성과 구조적 한계 속 책임총리제 성패 여부에 이목이 쏠린다.

전문가들은 역대 정부에서 번번이 실패했던 만큼 이번에도 쉽지 않을 것으로 봤다. 특히 '인사권' 분산이 제 기능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했다. 국무위원 제청권을 넘어 차관 인사에 대한 중간평가 및 교체까지 실현하기엔 갈 길이 멀다는 입장이다. '한덕수 역할론'이 한층 중요해진 셈이다. 

◆"당·정 협의체 통한 총리 중심 국정운영 必"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 일부 국무위원 후보자들은 각종 비위 의혹에 휩싸였다. 비서관에 이어 차관급 인사를 놓고도 평가가 엇갈린다. 국무총리 등을 중심으로 '차관 인사에 대한 중간평가'를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책임총리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일단 당·정 협의체를 가동해 총리 중심의 국정운영이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만 "총리에게 인사제청권이 있고 국무회의가 최고 의사결정기구로 존재하지만 실질적인 것은 대통령실에서 결정된다"며 "대통령과 총리는 서로 친화성이 없는 제도가 결합된 것이라 모순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책임총리제는 대통령에게 집중된 권한을 총리에게 이양하고 책임을 함께 지는, 분권화 시스템을 완성하는 제도다. 책임장관제를 위한 필수요건이다. 역대 정부 중에선 김대중(DJ) 정부의 김종필(JP) 전 총리가 책임총리에 가장 가까웠다는 평가를 받지만, 이는 'DJP 연합'이 약속된 권력 분배를 이행했기에 가능했다.

이런 특수한 상황이 아니라면, 책임총리제에서는 대통령이 장·차관 인사와 관련해 총리가 하자는 대로 해야 하는데 말처럼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채 교수는 "그래서 총리제가 아닌 부통령제로 가야 한다는 주장도 있는 것"이라며 "(현 제도에서는) '운영의 묘'를 살려 인사권과 국정운영권을 총리와 나눠야 한다"고 말했다.

◆책임총리제 마지막 퍼즐···"개헌·개헌·개헌"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책임총리제 실현 가능성을 작게 보면서 "역대 책임총리제 안 하겠다던 정권이 있었느냐"고 반문했다. 또 대통령제와 내각제를 구분 지으며, 총리에게 권한이 생겼다고 해서 내각제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헌법 조문 간 충돌되는 부분을 꼬집었다. 헌법 제94조, 제87조는 각각 총리에게 국무위원 제청권과 해임 건의권을 부여하고 있다. 그러나 제86조 제2항에서 '국무총리는 대통령을 보좌하며, 행정에 관하여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 각부를 통할한다’고 명시해 되레 총리 권한을 제한한다고 해석했다.

신 교수는 "(책임총리제를) 진짜 할 마음이 있다면 개헌을 해야 한다"며 "권력은 가만히 두면 집중되는 속성이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제도로 통제해야 하고, 결국 개헌이 필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한 총리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각 부처와 공직자들에게 '책임 정부'를 강조했다. 전날 경제전략회의를 주재하면서도 "우리 경제가 직면한 여러 가지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 내각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한 총리는 "대통령께서 책임이 따르는 자유,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보호, 공정, 공동체 등 경제 운영의 패러다임을 이미 던지셨다"며 "책임총리제 하에 내각은 이런 문제들을 정말 진중하게 검토하면서 성과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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