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가운데)이 2018년 12월 12일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2차 파기환송심 1회 공판에 출석한 뒤 법정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10월 출소해 그룹 지배권을 강화하고 있는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복귀에 제동이 걸렸다. 금융당국이 이 전 회장에 대해 흥국생명과 흥국화재 대주주로 적합하지 않다고 통보했기 때문이다. 이에 지난해 말부터 이 전 회장 측이 추진했던 대표이사 교체와 희망퇴직 등 '새판 짜기'가 금융 계열사에서는 당분간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6일 흥국생명과 흥국화재 등 태광그룹 금융 계열사 대주주 적격성 심사 대상인 이 전 회장이 대주주 적격성 유지 요건을 불충족한 데 대한 조치 명령을 통지했다.

금융위는 '지배구조법 시행령' 제27조 제4항 제1호와 제2호가목에 따라 이 전 회장에 대해 대주주 적격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는 이 전 회장이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차명주식 관련 고발을 당해 벌금을 받은 이력 때문이다.
 
지배구조법 32조 1항에 따르면 최대주주 적격성 심사 시 최근 5년간 공정거래법·금융 관련 법령·조세범처벌법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 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어야 한다. 금고 1년 이상 실형을 받으면 보유 지분 중 10%를 넘는 지분에 대해 의결권 제한을 받는다.

또, 벌금 이상 형을 선고받고 그 집행이 끝나거나 집행이 면제된 날부터 5년이 지나지 않으면 금융회사 임원이 될 수 없다. 하지만 앞서 이 전 회장은 횡령과 조세 포탈 혐의가 2019년 6월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당시 법원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횡령 혐의로 기소된 이 전 회장에 대해 3년 실형을 선고했다. 조세 포탈 혐의에 대해서는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6억원이 확정됐다.

이번 금융당국의 '적격성 불충분' 판단으로 당분간 흥국생명과 흥국화재 등 금융 계열사에 대한 이 전 회장의 장악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금리 인상·디지털 전환 등 급격한 변화를 맞고 있는 현 상황에서 금융정책과 시장 흐름에 해박한 CEO를 통해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이 전 회장의 '경영 새판 짜기'에도 제동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앞서 흥국생명과 흥국화재는 지난 2월 신임 대표이사에 각각 임형준 대표와 임규준 대표를 각각 선임했다. 전임 CEO 임기가 남아 있는 상황에서도 CEO 교체를 단행한 것이다. 임형준 대표는 한국은행 경영담당 부총재보를 지낸 대표적인 금융 전문가다. 임규준 대표는 매일경제와 금융위 대변인 등을 지낸 언론인이다. 흥국화재는 이어 창사 이래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진행하고 있다.흥국화재의 재무건전성 악화를 타개하기 위한 방안으로 분석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위의 이번 대주주 적격성 불충분 통보는 전 회장이 실형 선고로 사실상 금융 계열사의 경영 복귀가 불가하다는 금융당국의 명확한 시그널"이라며 "이 전 회장 측은 구본상 LIG그룹 회장과 같이 징역형 이후에도 그룹 지배를 공고히할 수 있도록 흥국생명과 흥국화재 CEO를 교체했지만, LIG와 달리 금융사는 지배구조법 적용 범위가 넓고, 당국의 입김이 강하기 때문에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태광산업과 흥국생명에 대한 이 전 회장 지분은 각각 29.48%, 56.3%다. 흥국화재에 대해서는 흥국생명(59.56%)과 태광산업(19.63%)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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