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미국 정부를 대상으로 첫 대관업무에 나섰다. 미국 경쟁당국의 승인을 받아내 아시아나항공과의 기업결합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은 미국, 영국, 호주, 유럽연합(EU), 일본, 중국 등 6개국 경쟁당국의 심사를 남겨둔 상태다.

19일 재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1분기 미국 상무부에 7만 달러(약 8900만원)를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미국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승인 절차는 잘 진행되고 있으며, 전문 로펌을 통한 합법적인 절차를 밟아 대관업무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대한항공의 이러한 행보는 미국 경쟁당국의 우선 승인의 중요도를 잘 보여준다. 미국의 승인을 받아내면 영미권 5개국 정보동맹인 ‘파이브 아이즈’에 소속된 영국, 호주의 승인을 끌어낼 가능성이 높아진다. 서방 기조에 따라가는 일본도 자연스럽게 승인으로 기울 수 있다.

앞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지난달 21일 주한미국상공회의소가 개최한 세미나에 참석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이 미국 경제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며 경쟁당국의 조속한 심사와 승인을 촉구한 바 있다.

최근 미국 법무부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 심의 수준을 ‘간편’에서 ‘심화’로 상향조치한 것도 대관작업의 필요성을 높이는 대목이다. 미국 2위 항공사인 유나이티드항공은 경쟁 제한성 관련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은 미국 델타항공과 ‘스카이팀’, 아시아나항공은 유나이티드항공과 ‘스타얼라이언스’ 항공 동맹을 맺고 있다. 유나이티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이 스타얼라이언스를 이탈할 경우 미주 노선 등의 핵심 노선에서 일부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미국 항공업계가 코로나19 사태 이후 적극적인 대관으로 유의미한 결과를 끌어낸 선례도 무시할 수 없다. 미국 주요 항공사들은 활발한 대관 진행을 통해 미국 정부로부터 대규모 고용유지지원금을 받아냈다. 지난해 델타항공은 442만 달러(약 56억원), 아메리칸항공은 438만 달러, 유나이티드항공은 303만 달러의 대관 비용을 각각 지출했다.

다만 업계 안팎에서는 미국의 승인을 받아내더라도 EU는 여전히 만만치 않다는 분석이다. EU 경쟁당국은 항공사들의 기업결합 심사에서 몇 번의 ‘퇴짜’를 놓았다. 지난해 4월 캐나다 1위 항공사 에어캐나다는 EU 경쟁당국이 요구한 승인 조건을 받아들일 수 없다 보고 3위 에어트랜샛 인수를 자진 철회했다. 그해 스페인 1위 항공그룹인 IAG는 3위 항공사 에어유로파 인수에 나섰다가 EU 경쟁당국의 불승인에 기업결합이 좌초됐다.

중국 역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이 자국 항공사들의 수익성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들여다보는 중으로 알려졌지만, 미국과 EU보다는 다소 수월하게 진행될 수 있다는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대한항공의 대관업무가 촌각을 다투는 사안임을 새 정부에게 강조하기 위한 목적도 내포한다는 인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윤석열 정부가 이전 정부에서 이뤄진 사안이라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을 후순위로 미뤄둔다면 항공산업 전체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면서 “정부는 산업계 구조조정의 중대 현안으로 인식하고 외교력을 동원, 해외 각국 심사를 빠르게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한항공의 이번 대관업무는 현 상황의 시급함을 정부에 간접적으로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향후 공정위가 기업결합 조건을 기존보다 완화하는 방향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래픽=아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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