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균 칼럼] "자유" 35번 외쳤지만, 윤석열 정부 '불안한 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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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균 명지대 경영정보학과 명예교수
입력 2022-05-17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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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균 명지대 경영정보학과 명예교수]



윤석열 정부가 출범했다. 취임 이후에도 지지율이 대선 전 40%대에서 의미 있는 상승을 보이지 못하는 대통령 지지율은 국민의 불안감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출범 2주 전에 발표된 인수위원회의 국정과제 보고서는 물론 대통령 취임사도 이 불안감을 해소하는 데 별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것 같다. '국가 경쟁력을 회복하고 선진국으로 도약'한다는 시대적 소명은 진부한 만큼 공허하다. 사업계획처럼 부처별로 정리되어 있는 110대 국정과제는 통합적인 상황 인식이 부재할 뿐만 아니라 과제별 구체성에서 편차가 크고 나열되어 상호 연관성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다. 대통령 취임사에서는 ‘자유’가 35번 언급될 정도로 윤석렬 정부가 지향할 보편적 가치에서 편향이 심각하다.

인수위 보고서에서는 가장 먼저 재정의 ‘정상화’를 명분으로 재정지출에서 효율성과 효과성을 강조하는 것이 두드러진다. 이는 곧 “민간 투자 활성화, 국유 재산 개발·활용”으로 이어지면서 재정사업 축소를 의미하는 '민간 주도'로 포장되어 전방위적 규제 완화에 의해 뒷받침될 예정이다. 여기에 ‘작은 정부’를 겨냥하는 재정준칙까지 도입된다면 재정정책은 물론 경제정책에서 전반적으로 목표와 수단이 전도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경제정책에서는 성장, 안정, 고용, 공정 분배, 대외 균형, 환경보호를 포함하는 ‘마의 6각형’이 재정건전성보다 상위 목표다. 재정사업의 성과평가제도를 정비하고 민간 투자를 활성화하겠다는 공약은 현행 민자 유치 사업처럼 재정 부담을 오히려 가중시키면서 재벌 대기업에 대한 특혜를 확대할 뿐이다.

윤석열 정부에서는 한국 사회경제의 심각한 불평등에 대한 관심이 결여되어 있다. 국정과제 보고서와 취임사는 '양극화'를 인식하고 있지만 그에 대한 대책은 과학기술 발전에 기초한 경제성장과 자유의 확대에서 구하고 있다. 경제를 과정으로 파악하면 생산, 교환, 분배, 소비로 나뉜다. 경제성장이 국민 개개인의 실질적 자유의 확대로 이어지려면 성장(생산)과 소비가 공정한 분배를 통해 연결되어야 한다. 성장을 원한다면 불평등을 해소하라는 메시지는 국제노동기구(ILO), 국제통화기금(IMF),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기구들이 이미 10년 전부터 내보내고 있다. '낙수효과’가 허구임이 드러난 현실에서 정부 정책으로 불평등이 해소되지 않으면 '다 함께 잘사는 국민의 나라'는 연목구어일 뿐이다.

반도체 생산이 경제안보의 핵심으로 부각되면서 반도체 전문 인력 양성이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되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반도체산업은 매년 전문 인력이 1500명 필요한데 관련 학과 졸업생은 650명에 지나지 않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삼성과 SK는 학부부터 박사까지 전액 학비·장학금 지원은 물론 채용 보장까지를 조건으로 제시하면서 서울대를 비롯한 수도권 대학에 반도체 계약학과 설립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현장 프로젝트 실습'을 이유로 처음부터 서울만을 고집하는 이기심을 버리고 지역 거점 대학에 반도체학과를 분산 설치함과 동시에 규모의 경제를 해치지 않으면서 지역에 반도체 공장도 배치한다면 지역 거점 대학 발전, 지역경제 활성화, 지방 소멸 방지, 출생률 저하 차단과 같은 문제들을 해결하여 '지역 불균형 해소'라는 국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중요한 첫걸음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노동의 가치'(약속 10)가 존중받으려면 '동일 노동·동일 임금'이나 비정규직 차별 철폐, 저임금 부문 점진적 축소를 정책 과제로 설정할 필요가 있다. 최근 한국 조선업이 LNG선 수요 폭증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인력이 확보되지 않아 애를 먹고 있다. 2016년 불황기에 조급하게 선택했던 대규모 정리해고의 부메랑이기도 하다. 급기야 지난 4월에는 변광용 거제시장이 나서 “인력난의 원인은 저임금이니 현실화해줄 것”을 호소하고 나섰다. 이주노동자와 장시간 노동에 의존하는 땜질 처방으로는 숙련 인력을 확보할 수 없다. 고품질 덕분에 LNG선 수주가 한국에 몰린다면 고임금도 당연히 같이 가야 한다. 작금의 조선산업 경험을 교훈 삼아 한국의 산업 전반이 ‘구조조정=정리해고’라는 등식을 재검토하고 ‘고품질(고숙련)+고임금’ 시대를 담대하게 맞이하는 것이 '노동의 가치를 존중'함으로써 ‘소멸하는 일본’의 우를 피하는 길일 것이다.

대외 관계가 경제에 미칠 영향이 그 어느 때보다 큰 복합적 전환 국면에서 서둘러 방한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내미는 숙제를 현명하게 푸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미국, 일본, 대만과 함께 ‘반도체 동맹’을 결성하는 문제는 대중 관계를,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문제는 러시아와 관계를 각각 재설정하는 어려운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던진 '자유세계시민의 연대' 개념이 이미 미국에 기울어진 방향 설정을 시사한다는 해석도 있지만 그에 따른 국익 손실 내지 기회비용을 보다 면밀하게 평가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에 이어 윤석열 정부도 편향적이나마 보편적 가치 논쟁을 이어가고 있다. 선진국일수록 중요해지는 실질적 자유는 물론 정의, 평등, 평화 등의 가치에 대한 지향성이 덧붙여졌더라면 금상첨화였을 것이다. 이미 국민은 '자유롭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위해 국기를 향해 맹세하고 있다. 시장근본주의 이념을 증폭하려는 시도들에서는 상황 인식을 업데이트하고 아이디어를 업그레이드할 시급성이 절실하다. ‘폭넓은 인재 등용’이라는 선거 전 약속을 잊은 듯한 검찰과 ‘늘공’의 과잉 배치로 미래지향적인 비전을 감당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 더욱이 시장에 대한 열등감에 사로잡혀 자기부정하는 정부는 국민을 위한 봉사자가 될 자격이 없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많아지는데 ‘하고자 하는 일’이 적어지면 나라의 미래는 불투명해지고 국민 생활은 불안해진다. 지금의 시대정신은 분명 ‘국가의 귀환’이다.
 

필자 주요 이력

▷서울대 경제학과 ▷독일 브레멘대 경제학 박사 ▷명지대 경영정보학과 교수 ▷경실련 경제정의연구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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