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하 칼럼] 한국경제, 일본식 '성장주의' 틀 벗어야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입력 2022-05-12 06:00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김용하 교수]



일본을 극복해야 한국의 미래가 있다

일본은 대한민국과 지리적으로 가장 근접한 국가이고, 역사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가진 나라다. 우리나라 경제성장 모형은 일본을 벤치마킹한 측면이 강하기도 하지만, 성장 경로 역시 20년 내외의 시차를 두면서 일본의 길로 가고 있다. 저성장 국면으로 이행하고 있다는 점도 그렇지만 저출산과 고령화 구조도 유사하다. 일본의 길을 가고 있는 것도 걱정스럽지만, 일본만큼 하기도 쉽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신정부 출범을 계기로 일본 사례를 기준으로 한국 경제의 변화 가능성을 살펴보자.
 
일본은 2차 대전 패전 후 경제 재건에 성공하여 1980년대 초반 무렵에는 세계 제2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했지만, 1985년 프라자 합의, 1987년 루브르 합의 이후 큰 타격을 받았다. 엔·달러 환율이 급락한 이후 저금리와 통화 팽창을 통한 국내 SOC 투자 확대로 수출 중심에서 내수 중심으로 그리고 해외 투자가 대폭 늘어나면서 1990년 초반까지 부동산과 주식시장이 폭발적으로 팽창하였으나 금리 인상과 규제 강화로 1992년부터 버블이 붕괴되면서 장기적 경제 침체로 돌아섰다. 게다가 1980년대와 1990년대는 한국의 도전, 2000년대 넘어오면서 중국의 도전이 본격화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일본의 셰어는 위축되어 세계 2위 경제대국 자리를 중국에 넘겨주어야 했다. 게다가 저출산·고령화가 겹치면서 일본 인구의 노령화가 진행되고 복지 지출 확대와 내수 진작 차원의 과도한 SOC 투자 확대로 국가부채는 급증하여 세계 제일의 GDP 대비 280% 수준의 부채 대국이 되었다. 아베의 집권과 아베노믹스의 추진으로 일본 경제가 깜짝 활력을 되찾는 듯하였으나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다시 침체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일본은 임금 수준이 20년째 거의 오르지 않고 1인당 GDP가 4만 달러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출산율도 한때 1.4명 수준으로 회복되는 듯했으나 1.3명 수준으로 다시 하락하였다. 인구 감소 위기, 세계 최고령 국가로 인한 경제·사회 활력 저하 등을 타개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일본은 군국주의가 부활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과거사 문제로 한국과 갈등이 심화되고, 미국·호주·일본 등이 군사적 동맹 체제로 중국에 대한 견제에 동참하고 있다.
 
그렇지만 일본은 내수 비중이 GDP 대비 30%에 불과하고 1억2600만 인구 대국으로서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기술 수준이 높고 기계·화학 등 분야에서 강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어 한국은 대일 무역수지 적자 구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일본은 로켓·핵기술 등에 잠재력을 갖고 있고, 강한 공군력과 해군력을 보유하고 있다. 일본의 약점은 우리나라와 유사하게 국토 면적이 좁고 자원·에너지·식량 빈국이라는 점이다. 최근 자원·에너지 가격이 급등하자 일본은 몇십 년 만에 처음으로 무역수지 적자가 날 상황이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전되고 있어 위협이 되고 있지만, 공적연금 재정 안정화를 위한 개혁에 성공했고 건강보험 지출도 높은 노인인구 비율에 비하면 낮은 편이다. 보수적 관행으로 행정 전반에 ICT 기술의 확산이 늦어져 비효율성이 크지만, 매뉴얼 중심의 체계화된 행정과 부정부패가 없는 견실한 행정으로 국가 생산성은 낮지 않게 유지되고 있다.
 
일본은 지난 30년간 성장사회에서 성숙사회로 진전되는 길을 걸었다고 할 수 있다. 활력이 없어졌다 하지만 일본식 장기적 지속 가능한 국가가 만들어졌다는 전문가도 있다. 일본이 향후 크게 성장할 가능성은 낮아졌지만, 현재 수준에서 선진 국가를 유지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충분한 자본 축적, 뛰어난 기술 수준, 강력한 자위력 확보, 인구 유지 가능성, 높은 문화예술 수준, 선진 국민으로서 질서의식 등 일본은 선진 국가로서 지속 가능한 기반을 확보했다고 볼 수 있다.
 
한국은 한국 고유의 길을 가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결과적으로 변화된 모습은 일본의 길에서 크게 이탈하지 못하고 있다. 인구구조 측면에서는 일본보다 더 심각한 저출산·고령화 국가로 진전되고 있다. 성장률이 빠르게 둔화되고 있고 국가부채도 급속히 증가하고 있고, 경제 활력이 심각하게 떨어지고 있다. 저출산·고령화에 대한 대비 측면에서는 일본은 거의 고령화 대응이 완료된 상태지만, 한국은 제대로 대응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고, 출산율도 일본은 1,3명대지만 한국은 0.81명으로 추락했다. 일본의 대외의존도는 30% 수준이지만, 한국은 70% 수준이다. 일본의 복지 지출 비율은 OECD 평균 수준이지만, 한국은 OECD 평균의 절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일본 한계의 극복은커녕 일본 수준이 되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거시적 측면은 일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미시적 측면은 일본 시스템에도 못 미치는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한국은 일본의 과거 성장주의 틀을 벗어나지 못해 한계에 봉착해 있다.
 
선진화에 대한 국가 차원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인적 자본과 물적 자본 선진화와 함께 사회적 자본의 선진화가 필요하다. 양적 중심 성장에서 질적 중심 성장으로의 진화가 요구된다. 판에 박힌 규제 혁파를 외친다고 경제 체질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한국이 저성장의 터널에서 탈출할 수 있는 기회의 시간은 그리 많이 남아 있지 않다. 윤석열 정부는 지속 가능한 선진 대한민국의 새로운 비전과 목표를 만들고, 강력한 리더십으로 이를 추진해 나가야 할 시대적 사명을 가지고 있다.
 


김용하 필자 주요 이력  

△성균관대 경제학 박사 △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원장 △전 한국경제연구학회 회장 △전 한국재정정책학회 회장 △현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