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 연준 쇼크] 제 2의 아랍의 봄? 인플레 충격에 빈국들 정치불안 이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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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원 기자
입력 2022-05-05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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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코로나와 우크라이나 사태로 급등한 물가 잡기에 나서며 스리랑카를 필두로 파키스탄, 이집트 등 개발도상국들의 사회적 불안이 커지고 있다. 이미 치솟은 물가에 시달리며 경제 위기를 맞은 가운데 연준의 긴축 기조로 해외 자본 유출 우려가 확대되며 정치 불안마저 고조되는 모습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코로나에 타격 입은 경제를 회복시키기 위한 저금리 기조 속에 대외 부채를 늘려왔던 저소득 국가들이 특히 경제 위기에 취약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3월 IMF는 세계은행(WB) 자료를 인용해 현재 전 세계 저소득 국가의 60%가 채무 위기에 처해 있거나, 위기를 겪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지난 2015년 30% 수준에서 거의 두 배로 뛴 것이다.

이미 스리랑카는 지난달 일시적 디폴트(채무 불이행)를 선언했다. 코로나로 인해 국내총생산(GDP)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관광 부문이 붕괴하고 대외 부채가 급증한 가운데, 정책 대응마저 실패하자 스리랑카는 독립 이후 최악의 경제난에 직면했다. 지난 4월 스리랑카의 소비자 물가는 전년 대비 30% 급등한 것으로 나타나며 좀처럼 물가가 안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대통령과 총리에 대한 하야 요구까지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다.

파키스탄에서는 이미 지난달 10일 임란 칸 총리에 대한 불신임안이 가결되며 헌정 사상 최초로 총리가 축출됐다. 야권은 총리가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지나치게 많은 부채를 졌으며, 코로나로 인해 망가진 경제 회복에 실패했다고 책임을 물었다.

페루와 아르헨티나 등에서도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더욱 가팔라진 물가 상승으로 민심이 악화한 가운데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CNN은 이들 국가 외에서도 정치적 소요 상태가 확산할 수 있다며 '아랍의 봄' 사태가 10년여 만에 다시 나타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코로나와 기상 이변, 우크라이나 전쟁 등이 식량과 에너지 가격을 밀어올리는 가운데 상황이 악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식량가격 급등은 2011년 중동과 북아프리카 일대에서 일어난 민주화 운동인 '아랍의 봄'이 촉발된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로 지목된다.

유엔 세계식량농업기구(FAO)는 55개 주요 농산물의 국제 가격을 모니터링해 발표하는 세계식량가격지수(FPI)가 지난 3월 전월보다 12.6% 상승해 관련 집계를 시작한 1990년 이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지적했다. 식품과 비료를 대상으로 한 세계 각국의 수출 규제 역시 크게 늘며 물가 부담을 늘리고 있다.

라바 아레즈키 하버드대 케네디행정대학원 선임연구원으로 아프리카개발은행(ADB) 수석 경제학자였던 라반 아레즈키는 "매우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CNN에 밝혔다. 글로벌 컨설팅업체인 베리스크메이플크로프트의 하미쉬 키니어 중동·북아프리카 분석가는 "아직 물가 인상의 충격이 고점에 달했다고 보지 않는다"며 경고하기도 했다.

이번 사태가 아랍 지역에 국한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두바이 소재 싱크탱크인 뉴아메리카의 타우피크 라힘 국제 안보 프로그램 선임 연구원은 "공급망 정체가 이어지는 가운데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중동을 비롯해 더 넓은 지역이 이번 여름 전례없는 경제적 충격을 받을 것이다"라며 "경제적 불만이 고조되며 각국 정부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게 될 것"이라고 미국 CNBC와의 인터뷰에서 경고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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