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대표소송 결정 권한을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탁위)에 맡기는 것에 대해 재계가 다시 한 번 반발하고 나섰다. 

한국경영자총협회를 포함한 8개 경제단체는 20일 서울 중구에 소재한 프레스센터에서 '국민연금 수탁자책임 활동 지침, 이대로 괜찮은가'라는 주제로 열린 정책토론회를 열고, 국민연금법상 검토·심의기구인 수탁위에 결정 권한을 부여하는 것은 헌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주주 대표소송은 경영진(이사)이 법·정관 위반으로 회사에 손해를 끼친 경우 주주가 나서 해당 이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다. 승소에 따른 이익은 회사에 귀속된다. 불법 행위를 한 경영진에 사후적으로 책임을 묻고 실질적인 사전 예방 효과를 거두기 위해 마련된 장치다. 

현재 보건복지부는 국민연금 대표소송의 결정 주체를 수탁위로 일원화하는 내용으로 '수탁자책임 활동 지침' 개정을 논의하고 있다. 현재 주주제안은 국민연금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위가, 대표소송은 기금운용본부가 맡고 있다. 당초 국민연금은 이들 모두를 수탁위에 넘기겠다는 방침을 유지했다.

이동근 경총 상근부회장은 개회사에서 "대표소송을 추진해 보기도 전에 결정 권한을 임기 3년의 비상설 기구에 맡기는 이유는 자명하다"며 "소송에서 패해 기금 손실이 나더라도 정부와 국민연금은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조현덕 김앤장 변호사도 "국가 또는 공공단체가 국민의 신탁재산으로 주식을 취득해 국내 기업의 경영권에 개입하는 것은 사기업 경영에 개입·지배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며 "헌법 제126조의 취지에 위반될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전문가가 아닌 노동·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수탁위의 책임성과 전문성 부족을 지적하기도 했다. 경영상 필요성보다 노동 문제 등의 영향으로 소송이 추진될 수 있다는 시각에서다.

김현수 대한상공회의소 경제정책실장은 "수탁위는 기금운용본부에 비해 이해집단 영향력이 작용할 수밖에 없다"며 "의사결정의 결과와 기금의 수익성에 대해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는 조직"이라고 했다.

제계는 대선을 앞둔 올 초부터 경제단체를 중심으로 비판적인 여론을 전개해 왔다. 이에 복지부의 지침 개정을 계속 미루고 있어 새 정부로 넘어가는 형국이다. 제계는 수탁자책임 활동 지침의 법률 결과를 토대로 개정을 요구하는 등의 대응을 지속한다는 계획이다.
 

[사진=국민연금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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