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설경구·천우희 '니 부모의 얼굴이 보고싶다', '학폭'을 향한 다른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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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송희 기자
입력 2022-04-18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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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 부모의 얼굴이 보고싶다' 출연 배우들[사진=폭스인터내셔널 프로덕션 코리아]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싶다'가 5년 만에 극장에서 개봉한다. 당시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던 '학교 폭력' 문제를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의 눈으로 담아내 화제를 모았던 작품. 극장 개봉까지 5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지만, 여전히 '학교 폭력'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

4월 18일 오전 서울 광진구 자양동에 있는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는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싶다'(감독 김지훈) 언론 시사회가 진행됐다. 이날 기자간담회에는 김지훈 감독과 주연 배우 설경구, 천우희, 김홍파, 성유빈이 참석했다.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싶다'는 스스로 몸을 던진 한 학생의 편지에 남겨진 4명의 이름, 가해자로 지목된 아이들을 위해 사건을 은폐하려는 부모들의 추악한 민낯을 그린 작품이다. 동명 일본 연극을 원작으로 했으며 '타워' '싱크홀' 김지훈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김 감독은 연극을 영화화하게 된 과정을 언급하며 "이 작품 전에도 (학교 폭력 문제를 담은) 좋은 영화가 많았다. 피해자의 아픔과 피해자의 고통에 관해 이야기했다면 원작은 가해자의 시선을 담아내 연출자가 많은 생각을 하게 하더라"라고 말했다.

이어 "영화를 찍을 때 피해자의 모습을 찍는 것도 힘들었지만 가해자가 자기 아이들을 그 세계에서 탈출시키는 과정을 담아내는 일도 고통스러웠다. '가해자'의 시선이 되어 영화를 만든다는 게 참 힘들더라"라고 털어놓았다.

개봉이 미뤄지며 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으나 여전히 학교 폭력 문제로 아이들이 고통받는 걸 보면서 괴로운 마음을 느꼈다고. 김 감독은 "한 편의 영화를 찍었지만 하나의 이야기가 아니라 계속해서 확대되고 반복되고 있는 일 같다"라며 무거운 마음을 드러냈다.

원작의 열렬한 팬이기 때문에 출연을 고사했었다는 천우희는 완성본을 보니 아주 만족스럽다고. 그는 "차이가 명확해서 거절했으나 영화를 보고 나니 명확한 차이가 더 매력적"이라고 설명했다.

천우희는 "연극은 제삼자의 입장에서 볼 수 있고 건조함과 냉정함이 매력이라고 생각했다. 시나리오로는 영화적 특색에 맞게 더 극적인 장면이 살아났다고 생각했다. 감정적이라기보다는 사건을 보여주고 건재하는 방식에 몰입감이 있었다. 차이가 명확해서 고사했으나 결과물을 보니 그 점 때문에 더욱더 매력적이더라"라며 자평했다.

5년 전에도 그렇지만 최근 그 정도가 심해지며 스포츠계, 연예계까지 '학교 폭력'이 번지고 있는 상황. 가장 뜨거운 사회 문제로 떠오르게 됐다.

김지훈 감독은 "10여년 전 학교 폭력 문제를 접하고는 '내 자식이 피해자가 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읽었다. 하지만 원작 희곡을 보고 나니 '내 자식이 가해자가 되면 어쩌지?' 하는 두려움이 들더라. 아이들은 행복해야 하고 믿음을 향해 가야 하는데 이들의 세상에 폭력이 존재한다는 게 제게 큰 파장을 일으켰다"라고 말했다.

또 학교 폭력 장면을 연출하는데 "심적으로 힘들었다. 아이들과 그런 장면을 찍는 거 자체가 고통이다. 학교 폭력 신을 찍을 때는 (배우들의) 부모님도 불러 설득하기 힘든 부분들을 함께 상의하기도 했다. 연기하기 힘들 때는 중지하기도 했다. 저도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지옥 같은 장면이 있었고 내색은 못 했지만 (배우들에게) 참 미안했다. 이 장면을 통해 보는 이들이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이라는 걸, 자각 있는 어른들과 철없는 아이들이 한 번쯤 깊이 아파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연출했다"라고 말했다.

학교 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강한결' 역을 맡은 성유빈은 해당 장면에 관해 "감독님께서 워낙 친구처럼 대해주셔서 촬영할 때는 힘들지 않았다. 현장에서 즐겁게 찍되, 영화가 가진 의미를 무겁게 여기려고 했다. 감독님께서 조심스레 납득할 수 있게끔 설명해주셨고 이를 인지하고 있었다. 의미 전달에 목적을 두고 있어서 건강한 분위기에서 촬영할 수 있었다"라고 거들었다.

'니부모의 얼굴이 보고싶다' 설경구[사진=폭스인터내셔널 프로덕션 코리아]


개봉을 기다리는 동안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학교 폭력' 문제를 보며 배우들 역시 가슴 깊이 아파했다고.

학교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아들을 둔 변호사 '강호창' 역을 맡은 설경구는 "예전부터 반복되는 사건이기 때문에 개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영화 한 편 찍었다고 달라질 거라 생각지 않는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근절되기를 바라고 이에 관해 토론도 이뤄지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가해자 학부모 '박무택' 역을 맡은 김홍파는 "우리 아들이 올해 25살이다. 아들이 중고등학생 시절 키가 조금 작았는데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했다고 들었다. 키 큰 친구가 하도 괴롭히니 아들 녀석이 그 아이를 때려눕혔다고 하더라. 이 이야기를 전해 듣고 마음이 무거웠다. 피해자지만 가해자가 된 꼴 아닌가. 아이들은 미래를 가지고 꿈을 꿔야 하는데 점점 아이들이 그런 세계를 잊고 있는 건 아닐까 걱정되었다. 그리고 그건 우리 어른들의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학교 폭력 문제가 아이들의 문제라 여기지 말고 어른들이 무얼 해야 하는지 뭘 주면서 살아왔는지 돌아봐야 할 때"라고 짚었다.

'니 부모 얼굴이 궁금하다'는 믿고 보는 충무로 배우들이 총출동해 화제를 모았다. 설경구를 필두로 천우희, 이홍파, 오달수, 고창석 등 베테랑 배우들이 차진 호흡을 주고받는다. 특히 피해자 부모 역할을 문소리가 맡아 짧지만 강렬한 연기를 선보이는바. 설경구, 천우희는 오랜만에 만난 문소리에 관한 애정과 신뢰를 드러내며 함께 호흡을 맞춘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설경구는 "문소리는 친 오누이만큼 친한 사이다. 평소라면 촬영을 마치고 술 한 잔씩 할 텐데 이 작품은 그러지 않았다. 대화도 나누지 않고 서로 개인적인 시간을 가지려고 했다. 그만큼 문소리가 역할에 집중하고 저도 그런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천우희는 "문소리 선배님과는 크게 만나는 장면은 없다. 하지만 '송정욱'으로서 그의 곁에 있고 싶었다. 선배님의 감정 자체가 무겁고 아프기 때문이었다. 그걸 함께 나누고 싶었다. 쉬는 시간에도 엄청난 에너지를 쓰고 계셔서 제가 뭘 해드릴 수는 없고 그저 그의 곁을 지키고 있었다"라고 말했다.

영화 '우상' 이후 오랜만에 만난 설경구, 천우희도 서로에 관한 애정을 드러냈다. '송정욱' 역할을 맡아달라고 설득한 것도 설경구의 덕이 컸다고.

설경구는 "제가 애걸복걸했다. '송정욱' 역할이 처음엔 남자였는데 읽다 보니 '여자여도 되겠다'라는 생각이 들더라. 퍼뜩 천우희 씨가 생각났다. 그런데 역할을 고사했다는 말을 듣고 전화를 걸어 '이 역할을 맡아달라'며 애걸복걸했다. 오늘 작품을 보니 저의 애걸복걸을 받아주어 감사하다"라며 웃었다.

'니 부모의 얼굴이 보고싶다' 천우희[사진=폭스인터내셔널 프로덕션 코리아]


천우희는 "현장 나갈 때마다 내가 이걸 안 했으면 어떻게 할 뻔했나 생각했다. 다들 영화를 사랑하고 연기를 사랑하는 걸 진심을 매번 매번 느껴서 감사했다"라며 "오늘 작품을 보고 나서는 이 의미 있는 작품을 함께 하게 해주셔서 너무 감사드렸다, 이번에 개봉하면서 예전 사진첩을 꺼내 봤는데 뭔가 마음이 따뜻하면서도 마음 한 곳이 찡하더라. 애걸복걸해 주신 경구 선배님께 큰절 올리고 싶다"라고 화답했다.

사회적 문제를 바라보는 또 다른 시선과 극적 구성, 배우들의 뛰어난 열연은 '니 부모의 얼굴이 보고싶다'의 장점. 오랜만에 극장 나들이에 나선 관객들을 매료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영화는 4월 27일 개봉한다. 상영 시간은 111분 관람 등급은 15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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