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왕휘 칼럼]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의 계륵(鷄肋)이 된 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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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왕휘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입력 2022-04-17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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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쿼드 다음엔 오커스... 한국외교 플랜B 준비해야

이왕휘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지난해 10월 바이든 대통령이 제안한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는 출범하기도 전에 심각한 위기에 봉착하였다. 인도가 미국의 대외정책에 적극적으로 협조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인도는 유엔에서 미국을 지지하지 않는 것은 물론 러시아에 대한 비판을 자제하고 있다. 또한 인도는 서방국가가 수입을 금지해 판매처를 찾지 못하고 있는 러시아산 원유를 저렴한 가격에 구매하고 있다. 더 나아가 인도는 원유 수입 대금을 금융제재를 피하기 위해 루블화로 결제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이 때문에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1일 화상으로 진행된 정상회담에서 나렌드라 모디 총리에게 인도의 친(親) 러시아 행보를 미국이 더 이상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하였다. 재닛 옐런 재무부 장관도 13일 애틀랜틱카운슬 연설에서 인도를 명시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서방 국가들의 제재를 준수하지 않는 국가를 강력하게 비판하였다.

인도는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의 핵심인 쿼드 회원국인 동시에 미국 패권에 대항하는 신흥국의 연합인 브릭스의 회원국이다. 이러한 이중성 때문에 인도는 미국과 중국으로부터 동시에 구애를 받아왔다. 작년 6월 갈완 계곡에서 중국군과 인도군이 충돌한 이후 인도에서는 반중 시위가 발생하고 무역 제재 조치가 도입되었다. 이 국면을 이용하여 미국은 인도가 브릭스에서 이탈하여 쿼드에 편승하도록 유도해왔다. 12월 초에 바이든 대통령이 주재한 민주주의정상회담에 인도 모디 총리가 참석하였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인도는 미국의 기대와 다르게 행동하고 있다. 인도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엔에서 진행된 세 번의 표결에서 다 기권하였다. 2월 24일 미국과 알바니아가 제안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무력 사용 중단 결의안 초안에 대해 인도는 중국, 인도,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 함께 기권하였다. 3월 24일 총회에 상정된 우크라이나 침공의 인도주의적 결과 결의안에 대해서도 인도는 브릭스 회원국인 중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과 같이 기권하였다. 4월 7일 총회에서 논의된 러시아의 인권이사회 이사국 자격을 정지하는 결의안에서도 인도는 남아공과 공동으로 기권하였다. 이러한 표결 결과만 보면 인도는 쿼드 회원국보다는 브릭스 회원국과 동조하였다.

이러한 인도의 친러시아 성향은 역사적 연원을 가지고 있다. 독립 이후 인도는 러시아와 군사교류를 지속해 왔다. 인도는 작년 7월 미군의 아프가니스탄 철수가 파키스탄에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불만을 표시하였다. 작년 12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모디 총리의 정상회담에서 결정된 인도의 러시아산 최첨단 방공미사일인 'S-400' 도입에 대한 미국의 제재 조치 검토도 양국 관계를 악화시키는 데 기여하였다. 이 때문에 현재 인도의 대외정책은 쿼드 회원국보다는 브릭스 회원국과 훨씬 더 유사하다.

중국은 이런 분위기 속에서 인도와 관계 개선을 시도하였다. 왕이 외교부장은 3월 25일 뉴델리를 방문하여 수브라마냠 자이샨카르 외교장관과 회담하였다. 이 회담에서 인도는 중국의 국경 분쟁 해결 방안에 동의해주지 않았다. 그러나 분쟁 이후 최초의 고위급 접촉이 재개되었다는 점에서 완전한 실패라고 치부할 수는 없다. 모디 총리가 올해 중국에서 개최되는 브릭스 정상회담에 직접 참석한다면, 양국 관계가 진전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인도가 중국으로 경사되는 것을 막기 위한 외교적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과 모디 총리의 비대면 정상회담이 열린 11일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은 워싱턴을 방문한 자이샨카르 외교장관 및 라즈나트 싱 국방장관과 외교·국방장관 2+2회담을 개최하였다. 이 회담에서 미국은 인도가 대(對) 러시아 제재에 동참할 것을 촉구했다. 인도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구매한 러시아산 원유는 전체 석유 수입의 1∼2 %에 불과하다고 지적하였다.

물론 인도가 쿼드와 협력을 완전히 도외시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 2일 인도와 호주는 인도 수출품 96% 및 호주 수출품 85%의 관세를 폐지하는 경제협력무역협정(ECTA)을 체결하였다. 이 협정이 올해 말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이어진다면, 노동력이 풍부한 인도와 자원이 많은 호주 사이의 교역이 증가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이 협정은 인도와 호주가 공유하는 목표인 대중 무역의존도 감축에 잘 부합한다.

미국이 인도와 관계를 획기적으로 개선하지 않을 경우,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의 전망은 밝지 않다. 인도가 만약 불참하게 한다면, 이 프레임워크가 포괄하는 지역의 범위가 ‘인도태평양’에서 ‘태평양’으로 축소될 수밖에 없다. 인도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을 체결하기 직전인 2019년 11월 협상에서 탈퇴를 선언한 적이 있다. 인도가 참여한다고 해서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경제 개방도가 낮기 때문에, 인도가 수용할 수 있는 협력의 수준은 제한적이다. 미국의 입장에서 인도는 이 프레임워크에서 배제할 수 없지만 포함시켜봐야 실익이 별로 없는 계륵(鷄肋)과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인도 관계는 차기 정부의 외교안보정책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인도가 미국과 협력을 전향적으로 강화하지 않는 한, 쿼드와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의 전략적 가치는 하락할 것이다. 인도의 비협조는 비군사 협력에 집중된 경제프레임워크보다 군사협력을 포함한 쿼드에 훨씬 큰 타격을 입힐 것이다. 전략적으로 중요성이 감소하게 되면, 우리나라가 두 기구에 가입할 때 중국의 반발이 지금 예상한 것보다 적을 수도 있다.

인도가 비타협적 입장을 고수할 경우, 미국은 아시아 전략의 기축을 인도가 참여하는 쿼드 대신 인도가 참여하지 않는 호주-영국-미국의 삼자안보협의체인 오커스(AUKUS)로 이동시킬 것이다. 작년 7월 호주의 핵추진 잠수함 개발에 합의했던 오커스는 이번 달에는 극초음속 미사일 기술개발 공조를 발표하였다. 미국 정부와 일본 정부가 동시에 부정했지만, 일본이 오커스에 가입할 것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만약 일본이 가입하여 오커스 플러스(AUKUS plus)가 쿼드를 대체하게 된다면, 미국이 동맹국인 우리나라를 그냥 놔둘 리는 없다. 비군사 협력의 여지가 있었던 쿼드와 달리 오커스는 군사협력에 치중하기 때문에, 가입 논의 단계에서부터 중국은 강력하게 반발할 것이다. 제2의 사드 사태를 막기 위해서 차기 정부는 쿼드뿐만 아니라 오커스 플러스에 대한 복안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이왕휘 필자 주요 이력

▷서울대 외교학과 ▷런던정경대(LSE) 박사 ▷아주대 국제학부 학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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