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쳐나던 미국 예금, MMF로 이동?…"2차대전이후 첫 감소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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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은숙 국제경제팀 팀장
입력 2022-04-11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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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 탓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급격한 금리인상 계획이 미국 금융 변화 전망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0일(이하 현지시간) " 제2차 세계대전이후 꾸준히 늘어나던 미국 은행 예금이 올해 처음으로 줄어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지난 2달간 은행 분석가들은 대형은행 내 예금 수준에 대한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고 나섰다. 기준금리가 0.5%p(포인트) 오를 수 있다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면서 은행 예금이 머니마켓펀드(MMF)로 이동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 내 넘쳐나던 예금 이동하나?
KBW 나스닥뱅크 인덱스에 포함돼 있는 24개 은행들의 올해 예금은 6% 정도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에 따르면 이들 24개  은행은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19조 달러에 달하는 예금의 60% 되는 자금을 맡고 있다. 이같은 예금의 감소는 몇 개월 전만해도 예상하기 힘든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은행 예금이 급증했었다. 게다가 2월 말에도 애널리스트들은 3% 증가를 전망했었다. 그러나 팩트셋 데이터에 따르면 애널리스트들은 이 예금 전망치를 1조 달러 정도 줄어들 것이라고 보고 있다. 

WSJ은 "이같은 갑작스러운 변화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인상 사이클이 금융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다"면서 "(가파른 금리인상은) 다소 예측하기 힘든 방식으로 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결국 예상보다 빠른 금리인상이 금융시장 흐름에 변화를 주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미 지난주 JP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CEO)는 “이번은 기존의 연준 긴축과는 다르며, 우리에게 답을 줄 수 있는 기존의 모델조차 없다."면서 더욱 커진 불확실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물론 예금의 감소가 은행들에게 타격을 주는 것은 아니다. 코로나19 확산 속에서 오히려 넘쳐나는 예금은 은행들의 골치거리였다. FDIC 자료에 따르면 지난 2년간 전체예금은 35%, 즉 5조 달러나 증가했다. 대출이 늘지 않는 상황에서 늘어난 예금은 은행들에게는 짐이 되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셧다운과 공급망 문제를 처리하기 위해 현금을 비축했고, 소비자들도 경기부양을 위해 받은 자금을 저축했다. 은행의 입장에서는 쓸모 없는 돈만 쌓이는 셈이다. 게다가 예금이 늘어나면  자기자본 규제도 신경을 써야 한다. 자산이 늘어날 경우 은행은 이에 맞춰 자기자본을 늘려야 하기 때문이다. 바클레이즈 애널리스트들에 따르면 현재 은행에서는 대출보다 8조 5000억 달러나 많은 예금을 가지고 있다. 
 
금리인상 수혜는 MMF로 
은행들은 느리고 체계적인 금리 인상에서는 수혜를 입는다. 대출로부터 더 많은 이자를 받을 수 있고, 예금에 대해서는 이전보다 적은 이자를 지불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급격하게 금리가 오를 경우 상황은 달라진다. 자금은 금리가 높은 MMF로 옮겨가기 쉽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은행 내에 쌓인 자금들이 곧 움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씨티그룸은 현재 이자를 지급하지 않는 5000억에서 7000억 달러에 달하는 자금들이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고 보았다. 소비자와 기업들이 금리 혜택을 더 받기 위해 자금을 움직이는 속도가 빠르지는 않았지만, 과도한 예금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연준이 빠르게 금리를 올리면 이같은 움직임은 빨라질 수 있다고 WSJ은 지적했다. 

도이치방크의 애널리스트들은 "(빠른 금리인상은) 소비자들이 금리에 대해 더욱 신경쓰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머니마켓펀드들이 이미 연준의 역레포에 자금을 넣기 시작했다. 역레포는 연준이 시중 유동성을 흡수하기 위해 실시하는 금융 조절 수단 중 하나다. 은행과 머니마켓펀드(MMF) 등에 미국 국채를 빌려주는 대신 현금을 받는다. 최근 미국의 단기 자금시장은 연준 역레포에 하루 1조5000 달러 이상씩을 꾸준히 예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로리 로건 뉴욕 연방준비은행 수석부총재는 단기 금리 조절을 위해 많은 자금이 중앙은행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한 바 있다. 로건 총재는 "FOMC가 금리를 올리면 은행들은 예금 금리를 머니마켓펀드보다 적게 올리고, 자금은 은행에서 머니마켓펀드로 흘러 들어갈 수 있다"면서 "이는 결국 역레포 점유율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전망한 바 있다. 

FDIC에 따르면 3월 21일 저축성 계좌의 평균 금리는 약 0.06%였고, 머니마켓 계좌의 평균 금리는 0.08%였다. 저축예금 금리는 대출 수요와 예금 수준이 다시 균형을 이룰 때까지 크게 움직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씨티그룹의 이스파 무니르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몇 주 동안 연준의 더 큰 인상에 대한 기대감이 나타나면서 뉴욕 연준 프로그램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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