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매화에 이르는 길] ⑥ 치매는 왜 걸리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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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희 기자
입력 2022-04-02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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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홍승완 기자]

치매(Dementia, 癡呆)라는 병은 정상적이었던 뇌가 기질적으로 손상돼 지능·학습·언어 등 인지기능과 정신기능이 저하되는 복합적인 임상 증후군을 이르는 말입니다. 현대사회에서 치매 환자의 수는 급증하고 있고, 이로 인하여 생기는 다양한 문제들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올랐습니다. 어떤 이는 치매의 한자를 '치매(癡呆)'가 아닌 '치매(致梅·매화에 이르는 길)'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치매(致梅)는 무념무상의 세계에 이른다는 뜻으로, 순진무구한 어린아이가 되는 병이라는 낭만적인 표현이죠.

아주경제는 '나는 치매를 다스릴 수 있다'의 저자인 뇌신경외과 전문의 최낙원 박사와 함께, 치매에 대한 모든 것을 알 수 있는 연재를 시작합니다. 이를 통해 조기 진단을 통해 치매를 이겨낼 수 있는 희망의 열쇠를 찾아보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Q. 치매의 요인은 꽤 다양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치매의 요인은 정말 다양하다. 나이, 뇌 손상, 혈관, 음주, 콜레스테롤, 염증, 중금속 중독, 환경 오염, 교육 수준, 영양 불균형, 에스트로겐, 수면장애 및 무호흡 등이 있다. 그리고 원인질환으로는 40여 가지가 있다. 

①나이 
일반적으로 치매는 65세 전후로 많이 발병하며 85세까지 치매가 걸릴 수 있다. 놀랍게도 90세가 넘어서는 치매 발생이 점차 감소한다. 다시 정리하자면 치매는 이미 노화가 진행된 80세 이상 노인의 뇌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뇌 환경에서 더 빈번히 발병한다. 이는 꽤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②뇌 손상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쏴라'라는 명언을 남긴 유명한 헤비급 복싱 챔피언 무하마드 알리는 말년에 펀치 드렁크로 치매와 파킨슨병을 오랫동안 앓았다. 뇌의 만성적 손상이 축적되고 그것이 노화와 엮이게 되면 치매를 유발할 수 있다는 점과, 뇌 손상이 얼마나 무서운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③혈관 손상
손상된 뇌세포와 심혈관 계통의 질병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예를 들면 뇌졸중, 고혈압, 동맥경화 및 심방세동과 같은 병변이 있을 때 알츠하이머가 더 많이 발생하고 그로 인해 혈중 호모시스테인이 증가할 수 있다. 또한 혈관-뇌관문이라 하여 이것이 누수가 되면 뇌는 어떠한 보호도 받지 못한 채 외부환경에 노출된다. 이것이 알츠하이머의 결정적 원인이라는 사실이 여러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호모시스테인 : 메티오닌이라는 아미노산의 대사물질로 혈관벽에 산화성 손상을 일으키며, 혈관벽의 증식을 야기해 혈전 생성을 촉진할 수 있어 여러 혈관성 질환 발생과 연관이 있다. 

혈관-뇌관문 : 뇌조직에 있는 관문으로 이물질이 뇌조직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아서 뇌를 보호하는 기능을 한다. 

④음주
코펜하겐의 한 심혈관연구소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하루에 1~2잔의 적포도주는 권장되고 있다. 놀랍게도 적당한 음주는 치매 발생률을 낮춘다고 한다. 전혀 안 마시는 사람에 비해 치매 발생률이 낮다. 
그렇다면 "오늘부터 나도 매일같이 술을 마셔볼까"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단호하게 나쁜 방법이라고 말할 수 있다. 잦은 알코올의 섭취는 차라리 안 마시는 편이 나을 정도로 치매를 촉진하기 때문이다. 과유불급이라는 말을 떠올리면 된다. 

⑤콜레스테롤과 여타 지질
현대사회의 많은 사람이 콜레스테롤과 여타 지질들의 수치를 낮추려고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혈중 지질 성분들이 증가하면 혈관 질환으로 발전하고, 혈관 질환은 혈관성 치매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콜레스테롤이 높지 않아도 인지기능 감퇴가 생길 수 있다. 전체 콜레스테롤 양이 150 이하로 떨어지면 뇌의 위축 및 축소가 온다. 콜레스테롤은 막의 주요 성분이고 뇌세포를 구성하기 때문이다. 

⑥만성 염증
만성 염증이 있다는 것은 우리 몸이 죽어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스트레스, 만성피로, 잘못된 식습관, 흡연 습관과 소모성 질환 등 우리 몸이 어떠한 내외부 인자로 혹사당하면 우리 몸은 그에 따른 대응으로 염증성 단백질과 같은 인자들을 과도 생산한다. 이렇게 되면 우리 몸이 정상적으로 면역반응을 조절하지 못해 치매의 원인이 된다. 

⑦중금속 중독
수은, 알루미늄처럼 독성이 있고 몸 밖으로 배출되지 않는 중금속들은 알츠하이머성 치매를 발생시킨다. 이러한 중금속들은 대사 속도가 비교적 빠른 젊은 시기에는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 대사 속도가 느려지고 중금속들이 축적되면 다른 원인과 동시다발적으로 터지는 시한폭탄이 되어 끔찍한 결과를 초래한다. 

⑧장누수 증후군
글루텐에 민감하거나 살충제, 청량음료, 가공식품, 보존제와 같은 화학물질에 노출되거나 아스피린이나 아세트아미노펜과 같은 약물로 장내 세포들의 기능이 약해지면 장내 세균 증식에 인한 독소 유출로 이어진다. 그것은 우리 몸속에 만성 염증을 일으켜 치매에 이르게 된다. 

⑨에스트로겐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결핍되면 신경성장인자를 적게 합성한다. 그러면 콜린성 신경세포가 줄어들며, 학습과 기억력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일반적으로 남성보다 여성이 알츠하이머성 치매에 걸릴 확률이 3배 정도 높은 이유가 에스트로겐의 농도와 연관이 있다. 

⑩불량한 영양 상태 
흔히 영양 상태 불량이라면 3대 영양소의 불량이라고 생각하지만, 치매 예방에 있어서 중요한 영양소는 3대 영양소 외에도 아연, 비타민 A·B·C·D 등이 있다. 만약 불량한 영양 상태가 지속되면 산화 스트레스로 뇌세포가 손상되고, 그로 인해 호모시스테인이 증가한다. 이는 새로운 세포의 활성 및 재생에 필요한 엽산의 결핍을 가져오기에 치매를 유발하는 중요한 인자가 된다. 

⑪교육 수준
학력과 치매와의 연관성을 논하기에는 아직 논란이 있으나 전반적으로 학력이 낮을수록 치매가 더 잘 발생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8년 이상의 교육을 받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알츠하이머성 치매 발병 위험이 반으로 감소한다고 한다. 또한 낮은 교육 수준이 여성에게는 치매 위험 인자지만, 남성에게는 치매 위험 인자가 아니라고 보고했다. 이는 낮은 교육 수준의 사람들이 약물 중독이나 영양 부족 등을 겪을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한편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일수록 은퇴 후 알츠하이머성 치매 발병률이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한평생 하던 일을 그만둔 뒤에 오는 허탈함과 공허감이 노화와 치매를 부추기는 것이 아닐까 한다. 아직 명확한 논거는 없지만, 교육 수준과 치매의 상관관계는 어느 정도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⑫수면 장애 및 무호흡 
충분한 잠은 알츠하이머성 치매를 치료하는 가장 중요한 방법이다. 잠은 뇌의 세포 구조를 바꾸고 재생시키는데, 잠을 자면 세포 사이 간격이 확대되면서 아밀로이드베타와 같은 세포의 불순물이 제거된다. 세포가 재건되려면 수면의 질이 중요하다. 수면무호흡이 알츠하이머의 원인이 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러한 것들 하나하나가 치매의 원인이 되므로 현재까지 나와 있는 약물로는 치매를 극복하기가 힘든 것이 아닐까. 
 

[사진=pxh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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