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주주 사로잡은 얼라인파트너스, SM엔터 주총서 완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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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준호 기자
입력 2022-03-31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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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총괄 프로듀서 [사진=SM엔터테인먼트]



감사 선임을 두고 표대결이 펼쳐졌던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엔터) 주주총회에서 행동주의 펀드인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하 얼라인)이 완승을 거뒀다. 회사 측이 추전한 임기영 감사 후보자를 비롯해 사외이사와 사내이사 후보자들도 주총 전 일제히 사퇴한 가운데 얼라인이 추천한 곽준호 후보가 감사로 선임됐다. 

31일 오전 서울 성수동 아크로 서울포레스트디타워에서 열린 제27회 SM엔터테인먼트 정기 주주총회에서는 얼라인 측이 제안한 곽준호 케이씨에프테코놀로지스(현 SK넥실리스) 전 최고재무책임자(CFO)가 감사로 선임됐다.  회사 측이 추천한 임기영 전 대우증권 사장은 주총 전 사퇴했다. 얼라인이 반대 의견을 낸 이장우 경북대 교수의 사외이사 선임, 최정민 SM트루 이사의 사내이사 선임 역시 후보자 본인들이 사퇴 의사를 밝히며 안건이 철회됐다. SM엔터는 "주주들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는 내부적인 논의 결과에 따라 사내·사외이사, 감사 후보들이 자진사퇴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얼라인은 불투명한 지배구조로 SM엔터 가치가 저평가되어 있다며 독립된 감사 후보를 추천했다. 회사 측이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의 개인 회사인 라이크기획과 용역계약을 통해 수백억원을 지급하면서도 합리적 계약 구조 등에 대해 고민하지 않고 있다는 문제 제기였다. SM엔터가 지난해 라이크기획에 지급한 인세는 240억원으로, 같은 기간 벌어들인 영업이익(675억원) 대비 35% 수준이다. 이창환 얼라인 대표는 이날 주총에서 "SM엔터는 개인이 아닌 회사 발전을 위해 일해야 한다"며 "이수만 대표도 이번 주주총회에서 나온 주주들 의견을 넓은 마음으로 받아들여 달라"고 말했다. 

이번 SM엔터 주총은 국내 행동주의 펀드들의 '모범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SM엔터 지배구조 및 라이크기획과 맺은 계약에 대한 문제 제기는 국내 증시의 해묵은 과제 중 하나로 꼽혔다. 2019년에도 KB자산운용 등이 공개 주주서한을 통해 라이크기획과 합병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이제까지 SM엔터는 회사의 특수성,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의 역량 등을 이유로 기관투자자들의 제안을 거절해왔다. 올해 주총에서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에 대한 주주들의 관심 증가,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의 반대 의견에 힘입어 다른 결과가 나타났다. 2020년 상법 개정안이 개정되며 감사와 감사위원 선임 안건에 최대주주 의결권이 3%로 제한되는 '3%룰' 역시 위력을 발휘했다. 

감사는 재무 상태는 물론 회사 업무 전반을 들여다볼 수 있는 만큼 향후 얼라인 측 목소리 역시 경영 방향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현재로선 회사와 얼라인 간에 시각 차이가 큰 만큼 이를 좁히는 작업이 우선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SM엔터 역시 이번 주주총회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전환의 계기로 삼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실제 이번 주총에서도 회사 설립 이후 처음으로 47억원 규모 현금 배당을 안건으로 올리기도 했다. 다만 이번 주총 결과가 현재 카카오엔터 측과 진행하고 있는 매각 작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관측에는 부정적 의견도 나온다. 한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지배구조 문제 해결이 정답인 것은 맞지만,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의 역할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카카오엔터 측도 원하지 않을 것"이라며 "매각에 끼치는 영향 측면에서 보면 일장일단이 있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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