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코다' OTT 최초 작품상·윌 스미스 욕설까지 혼란의 오스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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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송희 기자
입력 2022-03-28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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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시상식에 참석한 윌 스미스. [사진=연합뉴스·로이터]

말 많고, 탈 많은 시상식이었다. 육탄전과 욕설까지 오갔던 역대급 '오스카 시상식'. 작품상부터 시상 과정까지 순탄치 않았던 제94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을 톺아본다.

3월 27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LA 돌비극장에서는 제94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이 개최됐다. 이날 작품상의 영예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최초로 '코다'에 돌아갔고, '킹 리차드' 윌 스미스가 남우주연상을, '타미 페이의 눈' 제시카 차스테인이 여우주연상을 각각 수상했다.

앞서 남우주연상 시상을 앞두고 장편 다큐멘터리 시상에서 윌 스미스와 시상자 크리스 록 간에 다툼이 벌어졌다. 영화배우 겸 코미디언 크리스 록은 탈모증을 겪고 있는 윌 스미스의 아내를 언급, '지. 아이. 제인'(군대 내 성차별 폐지 법안 내용을 담은 작품)의 후속편에 나와 달라고 조롱했고, 윌 스미스는 크게 분노했다. 그는 무대로 난입해 크리스 록을 밀치고 때리며 "내 아내를 언급하지 말라", "입에도 올리지 말라"며 욕설을 쏟아내 현장 분위기를 싸늘하게 만들었다. 시상자는 물론 현장에 있던 배우들도 얼어붙은 얼굴로 이 상황을 지켜보았다.

살얼음판 같은 분위기 속 '킹 리차드' 윌 스미스가 '리카르도 가족으로 산다는 것' 하비에르 바르뎀, '더 파워 오브 도그'의 베네딕트 컴버배치, '틱, 틱··· 붐!'의 앤드루 가필드, '맥베스의 비극'의 덴젤 워싱턴을 제치고 남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크리스 록에게 욕설, 폭행을 가한 윌 스미스. [사진=연합뉴스·로이터]

무대에 오른 윌 스미스는 "'킹 리차드'의 리처드 윌리엄스는 정말 너무나도 맹렬하게 가족을 보호하는 인물이고 제 삶의 이 시점에서 이 순간에 저는 너무 감동으로 벅차다. 제가 이런 역할을 이 시기에, 이 세상에서 하게 되어서 소명이라고 느껴진다"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저는 제 인생에서 사람들을 사랑할 것을 명받았다고 생각하고, 사람들을 보호할 것이 제 소명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제 사람들을 위해 약속을 지키는 것이 제 소명이라 여긴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을 하기 위해서는 때로는 학대를 감내해야 하기도 하고 자신에 대해서 비난도 감수해야 하고 나를 존중하지 않는 사람들과 일을 해야 할 때도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미소 지으며 아무렇지 않은 척해야 하는 순간이 있다"고 털어놓았다.

윌 스미스는 눈물을 보이며 "일종의 통로, 사랑의 통로가 되고자 한다. 그래서 (작품에 나온) 비너스와 세레나 자매들에게 감사 인사를 표하고 싶다. 윌리엄스 가족 모두에게 당신들의 이야기를 제가 할 수 있게 신뢰해준 데 대해 감사드린다"고 인사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아름다운 순간을 함께하고 있다. 제가 우는 건 상을 받았기 때문이 아니라 모든 분께 빛을 내리는 순간이 벅차기 때문"이라고 거들었다.

또 "예술은 삶을 모방한다고 한다. 우리 아버지도 극 중 리처드처럼 유별났다. 우리는 사랑 때문에 미친 짓들을 많이 하게 된다. 그리고 제 아내도"라며 "이 영광을 저에게 주셔서 감사하다"라고 전했다.

윌 스미스는 수상 직전 벌어진 폭행 소동에 관해서도 간접적으로 언급했다. 그는 "오늘 여기 모든 동료, 후보분들께 사과 말씀드리고 싶다. 아카데미 관계자분들이 저를 내년에도 초대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라고 거들었다.
 

제시카 차스테인 [사진=연합뉴스·AFP or licensors]

영화 '타미 페이의 눈'으로 여우주연상을 받게 된 제시카 차스테인은 "저에게 이 상을 주셔서 감사하다. 함께 후보에 오른 여러분 너무 사랑한다. 여러분과 함께 거론되는 거 자체가 제게는 큰 영광이다. 감독님께 감사하다. 창의성, 사랑, 그리고 용기를 마음껏 실현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셨다. 저와 함께 연기한 앤드루 가필드를 사랑한다. 제 안의 최고를 끌어내 주셔서 감사하다"라고 감격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 "요즘 우리는 참 힘든 시기를 지나면서 트라우마와 고립을 경험한다. 세상의 많은 사람이 지금 희망을 잃고 외롭다고 느낄 것이다. 폭력, 증오범죄로 인해 무고한 시민들이 전 세계에서 다치고 있다. 이런 시기를 지나며 저는 타미를 생각하고 타미가 어떻게 사랑을 많이 보여주었고 실천했는지를 생각한다. 그녀의 연민을 원칙으로 삼아서 우리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테러를 두려워하지 않으면서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혹시 이 방송을 보시면서 외롭고, 고립되었다고 느끼는 분이 계신다면 당신은 사랑받을 가치가 있다고 전해주고 싶다"고 소신 발언을 남겼다.

작품상은 영화 '코다'에 돌아갔다. '코다' 감독은 "촬영 첫날부터 힘들었다. 출연진과 제작진이 새벽에 나가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계속 띄웠고, 또 해냈다. 우리의 출연진들은 너무나 멋지고, 사랑 넘치는 연기를 해줬다"라며 배우들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특히 '코다'는 OTT 영화 최초로 아카데미에서 수상의 영광을 얻었다. 감독은 "애플TV+ 가족들에게도 영광을 돌린다. 너무 멋진 파트너였고 세계 모든 곳에서 볼 수 있게 해주었다"라고 밝혔다.
 


트로이 코처와 윤여정. [사진=연합뉴스·로이터]

한편 지난해 영화 '미나리'로 여우조연상을 받은 윤여정의 활약도 눈부셨다. 남우조연상 부문 시상자로 참석한 그는 "다시 할리우드로 돌아오게 돼 기쁘다. 물론 제가 할리우드 사람은 아니지만"이라고 유쾌하게 말문을 연 뒤, "저의 어머니께서 말씀하시기를 '심는 대로 거둔다'라고 하셨다. 엄마 말을 잘 들었어야 했다. 지난해 제 이름을 제대로 발음하지 못하는 것에 관해서 한소리 했었는데 미리 죄송하다고 전하고 싶다. 이번 후보자들의 이름을 보니 발음이 참 쉽지 않다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미리 사과 말씀드리겠다"라고 너스레를 떨어 현장을 화기애애하게 만들기도 했다.

이어 윤여정은 수어로 영화 '코다' 트로이 코처에게 수상 소식을 전했다. '코다' 트로이 코처는 영국 아카데미시상식, 미국 배우조합상, 크리틱스 초이스 어워즈에서 남우조연상 트로피를 품에 안은 바 있다.

윤여정은 청각장애를 가진 트로이 코처가 수어로 수상 소감을 발표할 수 있도록 그의 트로피를 대신 들어 주고, 그를 향해 '박수 소리'를 의미하는 수어를 보여주는 등 멋진 태도로 세계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다음은 수상작(자) 목록이다.

▲작품상=코다
▲감독상=제인 캠피온(파워 오브 도그)
▲남우주연상=윌 스미스(킹 리차드)
▲여우주연상=제시카 차스테인(타미 페이의 눈)
▲남우조연상=트로이 코처(코다)
▲여우조연상=아리아나 드보스(웨스트사이드 스토리)
▲국제장편영화상=하마구치 류스케(드라이브 마이 카)
▲장편 애니메이션상=퀘스트러브, 조셉 파텔, 로버트 피볼렌트, 데이비드 디너스테인(엔칸토 : 마법의 세계)
▲단편 애니메이션상=알베르토 미엘고, 레오 산체스(더 윈드쉴드 와이퍼)
▲장편 다큐멘터리상=제임스 리드, 피파 에리치(썸머 오브 소울)
▲단편 다큐멘터리상=벤 프라우드풋(더 퀸 오브 바스켓볼)
▲각색상=시안 헤더(코다)
▲각본상=케네스 브래너(벨파스트)
▲단편영화상=아네일 카리아, 리즈 아메드(더 롱 굿바이)
▲주제가상=빌리 아일리시, 피니즈 오코넬(007 노 타임 투 다이/No Time To Die)
▲음악상=한스 짐머(듄)
▲편집상=조 워커(듄)
▲촬영상=그레이그 프레이저(듄)
▲미술상=패트리스 베르메트, 주즈산나 시포스(듄)
▲시각효과상=폴 램버트, 트리스탄 마일스, 브라이언 코너, 게르드 네프저(듄)
▲음향상=맥 루스, 마크 맨지니, 테오 그린, 더그 헴필, 론 바틀릿(듄)
▲의상상=제니 비반(크루엘라)
▲분장상=린다 다우즈, 스테파니 잉그램, 저스틴 랄레이(타미 페이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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