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보이콧'부터 '국유화'까지 사면초가…러 공장 27일부터 무기한 셧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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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우 기자
입력 2022-03-27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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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 전경 [사진=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의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이 27일부터 무기한 가동 중단에 들어간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로 인한 부품 수급망 와해가 가장 큰 이유로 작용했지만, 서방 주요국 기업들의 잇따른 ‘보이콧’ 움직임이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러시아생산법인(HMMR)은 최근 협력사 및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공지를 내고 이날부터 공장 가동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앞서 현대차는 서방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의 대(對)러시아 제재가 나오자 이달 1일부터 러시아 공장 가동을 일시 중단한 바 있다. 당초 이날부터 공장 재가동에 나설 계획이었지만, 사태 장기화에 재가동을 포기한 것으로 관측된다. 

현대차 러시아 법인은 공장 재가동 시점이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기존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과 함께 이번 사태로 와이어링하니스(전선뭉치) 공급 문제까지 불거졌다. 최근에는 서방 제재로 인한 러시아 루블화 가치가 폭락하면서 차를 팔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로 바뀌었다.

특히 현대차는 서방 완성차 그룹들의 보이콧 행렬에 노심초사하고 있다. 지난 23일(현지시간) 프랑스 르노그룹은 러시아 모스크바 생산공장 가동을 전면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애초 공장 재가동에 나설 계획이었지만, 우크라이나가 르노그룹이 러시아를 지지하고 있다며 공개 저격에 나서자 재가동 계획을 급히 철회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프랑스 의회 화상연설을 통해 “프랑스 기업들은 러시아 시장을 떠나야 한다”라며 “르노, 오샹, 르루아 메를랭 및 다른 기업들은 러시아의 전쟁 기계 후원자가 되는 것을 멈춰야 한다”고 비판했다.

르노 외에도 글로벌 완성차 판매 1위인 도요타를 비롯해 GM, 포드, 폭스바겐, 메르세데스-벤츠, BMW, 시트로엥, 페라리 등 10개 이상의 완성차 브랜드가 러시아에서 수출과 생산을 중단하는 보이콧에 동참한 상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만약 르노와 함께 현대차까지 거론했다면 현대차가 많이 난처했을 것”이라며 “러시아 시장 때문에 북미와 유럽에서 판매 차질을 빚을 수 있어 지금은 최대한 몸을 낮출 필요가 있다”라고 주장했다.

최근에는 러시아가 한국을 비우호국가 지정에 그치지 않고 비우호국가 기업들이 자국 내 영업활동을 중단하면, 해당 시설을 전부 국유화 것이라는 으름장까지 나오고 있다. 러시아 집권당인 통합러시아당은 탈(脫) 러시아 외국기업의 자산을 국유화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법안에 따르면 러시아가 지정한 비우호국가 기업이 영업 활동을 중단하면 자국 내 일자리를 보호하고자 5일 안에 러시아에서 사업을 재개하거나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

현대차는 사면초가에 몰린 상황이지만 일단 서방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고 러시아 생산공장을 잃지 않는 다각적인 방법을 모색할 방침이다. 앞서 현대차는 지난 12일 영국 프리미어리그 첼시 구단에 대한 후원을 중단한 바 있다. 영국 정부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측근으로 알려진 첼시 구단주 로만 아브라모비치를 제재 명단에 올렸기 때문이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대차 입장에서는 국제사회와 보조를 맞출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러시아가 국제사회의 반발을 무시하고 국유화를 강행하기 쉽지 않아 지금은 사태 추이를 면밀히 파악하고 민첩하게 반응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현대자동차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 생산라인 모습 [사진=현대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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