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터 된 국제 에너지 시장…푸틴 "천연가스 루블로 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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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주혜 기자
입력 2022-03-24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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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루블화 가치 방어 등 계산…"러 고립 더 심화될 것" 지적도

  • 미국, EU 러 가스 의존도 줄여야.... 독일 "경기 침체 와" 반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에너지 전쟁으로 비화하고 있다. 러시아는 에너지를 무기로 삼아 유럽을 압박하고, 미국은 유럽연합(EU)도 러시아 에너지에 대한 금수 조치에 나서야 한다고 압박하는 상황이다. EU의 고민은 깊다. 러시아 에너지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단기에 해결할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독일은 즉각적인 러시아 에너지 수입 금지는 "경기 침체를 불러올 것"이라며 반발했다. 
푸틴 "천연가스 루블로 사라" EU 압박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로이터·연합]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앞으로 EU 등과의 천연가스 거래에서 루블화만을 받겠다고 밝혔다고 러시아 국영통신사인 타스가 23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정부 회의에서 "비우호 국가에 대한 가스 공급 대금을 러시아 루블화로 이관하는 일련의 조치를 시행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비우호 국가 목록에는 EU, 영국, 미국 등이 포함돼 있다.

러시아에 천연가스의 약 40%를 의존하는 EU는 즉각 반발했다. 로버트 하벡 독일 경제장관은 푸틴 대통령의 요구가 계약 위반에 해당한다며, 유럽 동맹국들과 대응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의 발언이 나온 직후 유럽 천연가스 가격(TTF)은 장중 19%가량 폭등했고, 영국 런던ICE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 5월물 가격은 6.12달러(5.3%) 오르며 배럴당 121.60달러를 기록했다. 반면 루블화 가치는 7% 오르며 달러당 약 98루블에 거래됐다.  

푸틴 대통령의 발언은 EU를 압박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EU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러시아 에너지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에 알렉산드로 노박 러시아 부총리는 미국이 유럽에 러시아 가스를 포기하도록 압력을 가하고 있다며, "(EU가) 이같은 결정을 내리면 종말론적인 시나리오가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외신은 러시아의 움직임은 대러 제재로 폭락한 루블화 가치를 높이고, 러시아의 서방 금융 인프라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셈법도 작용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동시에 러시아가 글로벌 경제에서 더 고립되는 부작용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제 에너지 기업들이 러시아 시장에서 완전히 철수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에너지 대금을 루블화로 결제하도록 바꾼다고 해도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고 WSJ는 지적했다. 러시아는 이미 달러와 유로로 결제하는 자국 기업들에 수익의 80%를 루블화로 교환토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에너지 산업의 쇠퇴는 러시아의 경제에 막대한 피해를 입힐 수 있다. 러시아의 석유 및 가스 판매 수입은 러시아 정부 예산 수입의 약 40%에 달한다. WSJ는 내년까지 해당 분야의 150만명이 실직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러시아 원유는 유럽으로 흘러가고 있으나 추가 제재 우려에 러시아 우랄산 원유 가격은 배럴당 85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이는 국제 기준인 브렌트유(115달러)보다 대폭 할인된 가격이다.
미국, EU 러 가스 의존도 줄여야.... 독일 "경기 침체 우려" 반발
바이든 행정부는 유럽 순방 기간 유럽의 러시아 가스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방안을 발표할 것이라고 WSJ는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오는 25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만나 이러한 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진다. 

제이크 설리번 보좌관은 "(미국이) 유럽에 대한 LNG 공급을 늘리기 위한 방안을 찾을 것"이라면서 이미 유럽에 가스 공급을 늘리기 위한 조치가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독일을 비롯한 일부 EU 회원국은 즉각적인 러시아산 에너지 금수 조치는 경제 위기를 촉발할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이날 연방 하원에서 “우리나라(독일)와 유럽 전체를 경기 침체에 빠뜨리는 것을 의미한다”며 “수십만개의 일자리는 물론이고 산업 전반이 위험에 처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했다. 
 
10만개 이상의 독일 기업을 대표하는 독일산업연맹(BDI) 역시 지금까지 부과된 대러 제재를 지지하지만 러시아산 천연 가스 불매 운동은 EU를 분열시킬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BDI의 지그프리드 루스부름 회장은 "EU는 단기적이고 포괄적인 에너지 금수 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면서 "EU의 단합과 경제적, 정치적 능력을 위태롭게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독일 민간 경제 연구소인 이포인스티튜트는 올해 독일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3.7%에서 2.2~3.1%로 하향 조정했다. 러시아의 공습으로 원자재와 중간 제품의 공급 병목 현상이 심화되고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져 경제가 둔화될 것이란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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