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변행위하다 사망할 수도"...법원, 화장실서 숨진 노동자 "업무상 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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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한지 기자
입력 2022-03-21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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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아주경제DB]

공사 현장에서 열흘간 연속적으로 근무한 노동자가 화장실을 이용하다 숨졌다면 업무상 재해로 봐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부장 김국현)는 근로자 A씨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21일 밝혔다.

건설 일용직인 A씨는 2018년부터 1년간 공사 현장에서 일하다가 3개월 간 쉬고, 다시 현장에 나왔다. 2019년 4월 공사 현장에 설치된 재래식 이동화장실 바닥에 쓰러진 채 발견됐다. A씨는 곧장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사망했다.

부검 결과 사인은 허혈성 심장질환으로 밝혀졌다. 당시 A씨는 열흘간 내리 근무한 후 하루 쉰 뒤 업무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A씨의 유족은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와 장례비를 청구했으나 근로복지공단은 "고인에게 과도한 업무 부담이나 스트레스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하며 거절했다. A씨의 사망과 업무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취지다.

해당 처분에 불복한 A씨 유족은 2020년 11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A씨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며 유족 측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고인은 3개월 쉰 뒤 10일간 연속으로 업무하는 등 근무시간 및 강도가 사망 전 짧은 기간에 급격한 변화가 있었다"며 "(지병인) 심장질환이 자연경과 이상으로 급격히 악화돼 업무상 질병으로 사망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A씨 업무의 육체적 강도가 가벼웠다고 단정할 수 없고, 고인이 사건 현장에서 근무하기 전 심장질환이 급격하게 진행됐다고 볼 자료도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전문가 소견을 토대로 A씨가 쓰러진 '좁은 화장실'도 사망 요인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고 봤다. 진료기록 감정의는 업무상 과로와 겨울철 배변행위 중 '발살바 효과'로 심장 내로 들어오는 혈류가 감소해 심박출량이 줄게 돼 급사에 이를 수 있다는 소견을 냈다.

발살바 효과란 숨을 참은 상태에서 갑자기 힘을 주면 순간적으로 체내 압력이 급상승하는 현상이다. 이에 따라 배변행위를 하다 심근 허혈성 급사에 이를 수 있는 것이다.

재판부는 "좁은 화장실 공간과 악취가 고인을 직접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볼 수는 없지만, 관상동맥 파열 등에 악화 요인이 될 수 있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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