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서 스페셜 칼럼] 韓中관계, 경제력, 기술력이 외교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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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병서 경희대 객원교수
입력 2022-03-20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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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비재 금융업은 進중국 서둘러야 ·

  • '안미경중' 전략 버려야 하나? 큰 문제는 기술 경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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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병서/경희대 China MBA 객원교수]

 

한중관계 경제력, 기술력이 외교력이다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대중전략에 논란이 많다.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안미경중(安美經中)전략'이 수명을 다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한미동맹, 1대교역국 중국으로부터 오는 무역흑자는 최근 20년간 변함이 없었다. 앞으로도 중국을 대체할 무역상대국도 미국을 대체할 안보동맹은 구할 수가 없기 때문에 적어도 5년 안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미래에도 여전히 '안미경중'이다.
표심(票心)에 목숨 거는 정치는 큰소리로 떠들지만, 돈심(錢心)에 목숨 거는 경제는 은밀하게 조용히 실행해야 하는데 새 정부 출범 앞두고 정치공약이 너무 세다. 사드, 쿼드문제를 언급한 한국에 대해 이를 실행한다면 중국은 절대 좌시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그 피해는 정치가 아니라 고스란히 기업과 국민이 떠안는다는 데 문제가 있다.

한중수교 30주년을 맞지만 그간 어업분쟁부터 최근의 사드 분쟁까지 한·중관계는 바람 잘 날 없었다. 한국은 8명의 대통령이 바뀌었고 중국은 3명의 주석이 바뀌었지만 한·중간의 무역은 계속 늘어났다.
2017년 사드배치 이후 5년 중 반중정서가 최악인 2021년에도 한·중간의 무역은 사상최대치를 경신했다. 한·중관계, 외교와 국민정서가 문제라고는 하지만 한·중관계의 핵심은 경제력, 기술력이었다. 중국의 한국에 대한 태도변화가 문제지만 그것은 경제력에 답이 있다. “가게가 커지면 종업원이 손님을 깔본다” 말은 한·중관계에 딱 들어맞는 말이다. 1993년 한국의 GDP는 중국의 83%였지만 2021년에 11%로 추락하자 중국이 거만하게 나오는 것이다.

한국, 중국을 버려야 산다?

한국은 대중국 문제를 냉정한 이성으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고 분노한 감성으로 접근한다. 반중정서는 한국만의 일이 아니고 전세계 공통현상이다. 반중정서는 중국이 코로나로 자초한 일이고 중국의 오만과 무례가 만들어낸 것인데 이를 한국 내부의 문제로 보는 것은 과하다. 일본, 호주, 미국은 한국보다 더 반중정서가 높다. 반중정서도 당당하게 야기하고 이를 외교협상의 수단으로 활용하면 된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반중정서가 아니라 한국의 경쟁력이다. 한·중·일의 삼각무역 구조도 끝났고, 중국에서 전통산업의 선발자 우위도 끝났다. 한국의 무역흑자 중 83%가 중국에서 오지만 문제는 반도체를 제외하면 전통산업에서는 무역적자다. 세계 5위의 자동차생산국 한국자동차업계의 중국시장점유율은 10%대에서 1%대로 추락했고 세계 1위의 스마트폰 판매업체의 중국시장점유율이 0%다. 이것이 적나라한 한국의 대중국 경쟁력의 현실이다. 

한국 대중 제조업의 리밸런싱이 필요하다. 중국과의 경쟁에서 포기할 산업, 협력할 산업, 우위에 선 산업을 구분해서 봐야 한다. 중국의 공장에 돈 묻던 시대는 갔고 중국 시장과 기술에 돈 묻는 시대가 왔다. 중국에서 R&D하고 중국기업에 투자하고 금융으로 리밸런싱하는 역발상이 필요하다. 전쟁으로 땅이 피로 물들 때, 고수는 땅을 산다고 한다. 남들이 빠질 때 들어가고 들어갈 때 빠져야 한다 한국 전통제조업의 “탈(脫)중국”과 소비재산업과 금융업의 “진(進)중국”을 서둘러야 한다. 

FTA(자유무역협정), 한한령(限韓令) 타령은 이제 그만할 때가 되었다. 한국기업이 중국에 밀리는 것은 관세가 높아서 중국에 수출 못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력과 가격경쟁력에서 밀리기 때문이다. 농업시대에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지만 정보시대에는 5년이면 강산이 두 번도 더 변한다. 대장금과 대발이 아버지의 한류 콘텐츠 신화는 2017년에 끝났다. 5년이 지난 지금도 한류가 먹힐 거라는 것은 오산이고 한한령 해제에 저자세로 매달리는 우를 범하면 안 된다.

왕안석이 비래봉에 올라 지은 시에 “뜬 구름이 시야를 가리지 못하는 건 내 몸이 가장 높은 곳에 있어서라네(不畏浮雲遮望眼 自綠身在最高層)”라는 구절이 나온다. 세계를 뒤흔드는 BTS를 만든 나라에서 오지 말라는 중국에 저자세로 매달릴 이유가 없다. 미국은 지금 세계질서의 안정적 유지보다는 지난 40여년간 구축된 세계의 공급망을 여러 부분을 강제로 나누어 중국을 세계의 공급망에서 분리하려는 것이지만 문제는 공급망 분할에서 미국이 타격받는 것이 아니라 중국의 공급망에 편입된 나라들이 고스란히 그 피해를 감내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급망 패권시대에 중국에 무조건 “China Free”를 들이밀다간 요소수사태 같은 일이 대중국 의존도가 높은 1088개 품목에서 1088번은 더 일어날 수 있다. 미국의 동맹배제 공포, 중국의 보복 공포에서 벗어나야 한다. 1998년 아시아 금융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로 인한 글로벌 록다운 위기에서 유일하게 이를 피해간 나라가 중국이다. 서방은 지난 20여년간 중국이라는 독감환자를 말기 암환자로 오진하는 우를 범했다. 고장난 시계처럼 반복하는 서방의 중국위기론, 붕괴론에 맞장구 칠 일은 아니다. 

미·중 관계에서, 향후 10~15년 내에 중국이 미국을 추월하는 골든 크로스(Golden Cross)와 구소련과 일본의 사례처럼 추락하는 데드 크로스(Dead Cross)의 시나리오를 만들고 여기에 대한 각각의 컨틴젼시 플랜을 만들어 대응해야 한다.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우리 한국은 중국의 데드 크로스보다는 골든 크로스를 상정하고 대비책을 만드는 것이 안전하다.

4차산업혁명은 순식간에 부의 이전이 일어나는 무서운 혁명이다. 3차산업혁명까지의 경험과 자산은 큰 의미가 없다. 미국과 중국이 지금 박 터지게 싸우는 반도체와 데이터(Data), AI(인공지능)는 모두 이 같은 맥락이다.
한국은 뭘 선택해도 터질 건 터진다. 미국 동맹이든 중국의 공급망이든간에 배제의 공포에서 벗어나야 한다. 한국의 미·중관계는 거대담론이나 쿼드(QUAD)같은 명분의 것이 아니라 4차산업혁명에서 누구와 협력하고 누구와 경쟁할 것인가를 정하는 것이 실리다. 

새 정부 들어 중국과의 협력이 과제다. 상호존중의 외교를 한다고 하지만 협력은 서로가 가진 결핍을 메울 수 있으면 협력이고 그렇지 않으면 밥 먹고 사진 찍는 이벤트로 끝난다. 중국이 절절히 원하는데 갖고 있지 못하는 것을 던지면 협상과 협력은 쉽게 끝난다. 파리는 파리채로 잡는 것이 아니라 꿀로 잡으면 간단하다. 한국의 대중외교, 거대담론보다는 중국에 던질 꿀단지가 있는지를 찾아야 한다.


 
전병서 필자 주요 이력

△푸단대 경영학 박사 △대우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 △경희대 경영대학원 객원교수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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