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새정부 가계부채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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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섭 기자
입력 2022-03-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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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부 정명섭 기자

전례 없는 초접전 끝에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제20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 시행 이후 가장 적은 표차다. 그는 “오직 국민만 믿고 오직 국민 뜻에 따르겠다”며 이른 시일 내에 인수위원회를 출범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에 윤 당선인이 실행에 옮길 대선 공약에 다시 눈길이 간다.
 
대표적인 공약 중 하나는 가계대출 규제 완화다. 그는 생애 최초 주택 구입에 한해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80%(현행 70%)까지 올리는 안을 내걸었다. 무주택 신혼부부, 청년들에게 ‘내 집 마련’ 기회를 주겠다는 취지다. 신혼부부와 청년을 겨냥한 금융지원도 약속했다. 생애 최초로 주택을 구매하는 신혼부부에게 4억원 한도에서 3년간 저리로 주택담보대출을 제공할 계획이다. 출산하면 5년까지 대출 만기가 연장된다. 신혼부부가 아닌 청년에게는 3억원 한도의 저리 대출을 지원한다. LTV 비율 완화에 따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도 조정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LTV를 완화해도 DSR 규제로 대출 한도가 묶이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윤 당선인의 공약에 따라 가계대출 규모 확대는 불가피해 보인다. 그러나 이는 금융당국이 2020년 말부터 가계부채를 엄격하게 관리해온 기조에 역행한다. 2020년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한 후, 빚을 내서 주식이나 가상자산, 부동산에 투자하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가계부채가 급증했다. 실제로 2019년 4분기에 1600조원 수준이던 가계부채는 지난해 말 1862조원까지 늘었다. 이는 주요 자산 가격이 상승하는 결과를 초래했고, 실수요자들이 집을 사거나 전세를 얻으려면 더 많은 대출을 받아야 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졌다.
 
금융당국의 부채 관리 강화로 은행권의 가계대출은 최근 3개월 연속 감소했다. 한국은행이 2004년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후 처음이다. 전세자금대출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은 늘었지만, 증가폭은 줄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새 정부가 다시 가계부채를 늘리면 시장과 금융소비자들은 혼란에 빠질 우려가 있다.
 
더 큰 문제는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가 본격적인 금리인상기에 접어들었다는 점이다. 이미 미국을 포함한 주요 국가가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했다. 한은도 이에 대응해 올해 추가로 금리를 인상할 수 있음을 시사해 차주들의 부채 상환 부담이 더 커질 우려도 제기된다. 한은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현재까지 총 세 차례나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무력충돌 장기화도 고려해야 할 변수다. 양국의 갈등으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해 국내 물가상승을 유발하고 있다. 물가상승이 지속되면 가계의 실질구매력이 떨어지고 기업의 생산비용이 높아져 경기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 이에 기준금리 인상으로 물가상승 압력을 억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출규제 완화를 둘러싼 셈법은 한층 더 복잡해지고 있다. 새 정부가 가계부채 관리와 무주택자 금융지원이라는 상충된 목표 사이에서 어떤 균형감각을 보여줄지가 향후 금융정책 성패를 가늠할 첫 시험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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