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촉즉발 우크라] 미국, 대러 제재 시작...SWIFT 배제·수출 제한도 고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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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원 기자
입력 2022-02-23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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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내 두 지역을 독립 국가로 인정하며 우크라이나 침공을 위해 첫발을 뗐다는 판단에 세계 각국이 러시아에 대한 첫 제재에 나섰다. 러시아가 공격을 본격화하면 제재의 수위 역시 올려 나가겠다는 설명이다.

지난 21일(이하 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친러시아 분리주의자들의 지배 하에 있는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자칭 도네츠크인민공화국(DNR)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LNR)에 대한 독립을 승인한다고 밝히고, 이들 지역에 평화유지군을 파견한다고 밝혔다. 

이에 22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는 푸틴 대통령이 무력으로 더 많은 우크라이나 영토를 차지하기 위한 근거를 만드는 과정의 일부라고 강력하게 비판하며, 미국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들과 유럽 및 세계의 파트너 국가들과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이번 제재는 첫 단계에 불과하다며 러시아가 지정학적 긴장을 고조시킬 경우 더 많은 제재를 통해 이에 대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선 러시아 최대 국책은행인 대외경제은행(VEB)과 방산지원특수은행인 PSB 두 곳을 전면 차단하는 제재를 22일부터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VEB는 러시아 국방부의 각종 사업 및 각종 인프라 개발에 자금을 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재무부는 성명을 통해 이들 은행과 자회사 42곳을 제재 대상에 올렸다고 밝혔다. 제재 대상에 오른 기업들은 보유 자산이 동결되고, 미국 기업들과의 거래가 금지된다. 또한, 러시아 국가채권에 관련된 포괄적 제재와 러시아 내 최상류층과 신흥 재벌들에 대한 제재 역시 이루어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또한 바이든 대통령은 독일이 노르트스트림2 가스관 사업의 승인 절차를 중단하기로 합의했다고 강조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이날 러시아의 최근 행보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노르트스트림2 사업을 위한 인증 절차를 중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르트스트림2 중단은 러시아에 대한 핵심 제재로 꼽히는 조치 중 하나다. 독일과 러시아를 잇는 이 가스관은 건설이 완료되었지만, 독일 정부와 유럽연합(EU)의 승인이 이루어지지 않아 실제로 운영되지는 않고 있다. 독일은 그간 러시아에 대한 높은 에너지 의존도를 이유로 노르트스트림2 중단에 대해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입장을 보여 왔지만, 침공이 본격화하면서 합의에 성공한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바이든 대통령은 유럽 내 다른 지역에 위치한 미국 군대 및 장비를 동유럽 쪽으로 더 가까이 이동하는 조치에 대해 승인했다고 밝혔다.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등 발트해 연안 국가로 병력을 이동하며 미국은 동맹국들과 함께 나토의 영토를 속속들이 방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는 전적으로 방어적인 의도 하에 이루어진 행동이며 러시아와 전쟁을 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은 미국 보병 800명과 8대의 F-35 전투기, 32대의 AH-64 아파치 헬기 등이 우크라이나 주변의 나토 동맹국들로 파견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CNBC는 이날 전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사진=AFP·연합뉴스]



같은 날 유럽연합(EU) 외무장관들 역시 러시아에 대한 신규 제재를 부과하는 안에 만장일치로 동의했다고 로이터 등 외신은 전했다. 푸틴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 내 두 지역의 독립을 승인하라고 요청한 러시아 하원 의원 351명에 대해 자산 동결 및 비자 금지 조치를 취하고,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독립을 위협한 27명의 개인과 단체에 대한 제재 역시 이뤄질 예정이다. EU 외에 캐나다, 호주, 일본 등 미국의 우방국들 역시 일제히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발표했다.

이번 제재 조치는 앞서 21일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의 DNR와 LNR의 독립을 승인한 직후 이들 지역에서 미국인들의 거래를 금지한다고 밝힌 바이든 대통령의 초기 제재에서 한 발 나아간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미 이들 지역에서 미국인들의 거래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이는 상징적인 조치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포기하기 위해서는 이보다 더 강한 조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마리아 샤기나 국제 제재 전문가는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침공을) 단념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는 "제재 위협이 러시아를 제지하지 못한 것은 분명하다"라며 "미온적인 대응은 러시아를 억제하기보다는 오히려 대담하게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러시아에 대한 가장 강력한 제재가 될 것으로 여겨지는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결제망에서 러시아를 배제하는 조처는 초기 제재에 포함되지 않았다. SWIFT 결제망에서 러시아를 차단하게 되면 러시아는 이란과 북한에 이어 국제 금융 거래에서 퇴출되게 된다. 그러나 미국과 EU 국가들은 아직 이러한 안을 배제한 것은 아니라며, 러시아의 움직임이 본격화할 경우 언제든 시행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러시아를 SWIFT 거래망에서 퇴출하는 안 외에는 미국산 제품들에 대한 수출 제한이 고려되고 있다. 러시아가 수입에 의존하는 첨단 기술 및 제품에 대한 수출을 막겠다는 조처다. 미국 외교전문매체 포린폴리시는 이날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은 제재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싱가포르·일본·대만 등 이러한 제품들을 생산하는 주요국들과 논의했으며, 러시아 수출 제재에 대해 동의를 받았다고 전했다. 이 제재가 시행되면 러시아는 가스·원유·국방 등에 중요한 기술을 수입하기 어려워지며, 자동차와 휴대전화 등을 수입하기도 어려워져 경제의 여러 부문에서 타격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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