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막힌 은행들, 기업대출로 활로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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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지 기자
입력 2022-02-21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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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융연구원 "성과에 악영향 일수도"

대출 상담 창구. [연합뉴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억제조치로 대출 시장이 위축되자 은행들이 일제히 기업대출로 눈을 돌리고 있다. 연초에 법인 고객을 확보해야 연간 이자이익을 확보할 수 있는 데다가 직원들의 고과 점수에도 가중치가 붙는 만큼 각 은행별 기업대출 유치 경쟁이 치열하다. 다만 단기적인 기업대출 급증은 오히려 은행 성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어 세밀한 대출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국내 4대 시중은행의 올해 기업대출(대기업·중소기업·개인사업자) 확대 목표는 지난해보다 약 38조원 더 많다. 각 은행은 최근 콘퍼런스콜에서 올해 기업 대출 규모를 전년 실적 대비 적게는 4%에서 많게는 8%까지 늘리겠다고 했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KB국민 7% △신한 7~8% △하나 4~5% △우리 8% 등이다.

은행권의 이 같은 대출 전략은 지난달 대출 잔액 증감 수치에서도 확인된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1월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전월 말에 비해 1조3634억원 줄었다. 지난해 5월 이후 8개월 만의 첫 감소다. 반면 지난달 기업대출(대기업·중소기업·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은 644조61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 대비 8조1740억원(1.28%) 증가한 수치다.

은행권이 기업대출로 쏠리는 까닭은 금융당국의 각종 규제로 가계 여신 확장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가계대출 총량 증가율을 4~5%대에서 관리하고 있으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확대하고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등 가계대출을 전방위적으로 옥죄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가계대출을 4~5%로 묶어놨기 때문에 최대로 목표치를 잡아봐야 5%"라면서 "때문에 가계대출보다는 기업대출 쪽에서 성장을 위한 기대를 거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지난해 4분기 가계대출이 막혔던 은행들은 기업대출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올해 인터넷전문은행까지 기업대출을 본격화하면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토스뱅크는 이날 인터넷은행 중 최초로 개인사업자 대출을 출시했다. 실제 사업을 영위해 매출을 내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등 개인사업자가 대상이다. 케이뱅크도 1분기 안에 '개인사업자 운전자금 대출' 상품을 출시한다. 카카오뱅크는 올 하반기 개인사업자 대상 소호(SOHO) 대출을 선보인다. 

다만 은행권의 경쟁이 격화해 무리하게 중소기업과 개인사업자 대출 영업을 시행할 경우 부실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또한 기업대출 확대가 은행 성과 지표에는 오히려 부정적일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김영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실증분석한 결과, 은행의 신용팽창(대출 확대)이 주가로 보이는 은행 성과에는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기업대출 부문에서 이런 경향은 두드러졌다. 

기업에 대한 신용평가 능력이 약해 대출 대상 기업의 리스크를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고 이에 맞는 적정 대출금리를 부과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보고서는 풀이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은행의 신용 확장과 은행 성과는 부정적 관계에 있다"며 "은행의 성과 관리를 위해서는 대출 증가라는 성장성보다 대출에 내재된 위험관리가 더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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