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구 확인 10년 지났지만 복원 방안 오리무중...광화문 흉물된 '의정부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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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수습기자
입력 2022-02-20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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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년째 공사 펜스로 둘러싸인 채 사실상 인근 직장인들의 흡연장으로 사용돼

  • 문화재청 "경복궁 조경 고려해 복원" vs 서울시 "현실적으로 공원화 해야"

지난 18일 오후 6시께 서울 종로구 의정부터 옆 낡은 펜스 앞에서 시민들이 흡연을 하고 있다. [사진=최태원 수습기자]

서울 종로구 의정부터 일대가 7년째 공사 펜스로 둘러싸인 채 사실상 인근 직장인들의 흡연장으로 방치되고 있다. 2013년 의정부 유구(遺構·옛 토목건축물의 흔적)가 발견됐지만 아직까지도 복원 방안에 대한 서울시와 문화재청 간 의견 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흉물로 전락했다. 

20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시는 지난 2013년 광화문 일대에서 의정부 옛터를 확인한 뒤 7년여에 걸친 학술연구와 발굴조사 끝에 건물지와 초석 등을 보존 처리하고 도심 속 역사문화 공간으로 조성하는 사업을 진행해왔다.
 
하지만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가 지난해 8월 ‘문화재 보존관리 저해’ 등을 우려해 유구 보호시설 설치를 부결함에 따라 사업은 중단됐다. 서울시는 2020년에 유구 보호시설 국제 설계공모를 해 당선작 선정까지 했으나 진행하려던 설계작업도 백지화됐다.
 
당시 문화재위원들은 서울시 측 전시 공간 마련 계획을 부결하면서 장기 계획을 다시 세워 의정부 건물을 옛 모습대로 복원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의정부 주요 전각 유구 3개 중 1개가 도로에 인접해 보호시설 설치가 어려웠다. 또 의정부는 20세기 초반 사진 등 관련 자료들이 충분히 확보돼 복원이 용이한 상황”이라며 “서울시가 유구보호시설 설치 등을 위해 약 145억원을 예산으로 잡았는데 이는 건물 자체를 복원하는 예산과도 큰 차이가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상황이 이러니 만큼 전문가들이 경복궁 복원 사업과 연계해 인근 조경을 고려하고 건물 복원을 포함한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조금 더 연구하고 고증해 복원하자는 의견을 낸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서울시는 옛 의정부터 일부가 현대 도로로 이용되고 있어 전면적 복원이 어려운 만큼 해당 터를 역사문화공원으로 조성하자는 입장이다. 

현재 문화재청과 서울시는 임시로 유구 보전을 위해 복토(흙으로 덮음) 후 2023년까지 공원을 조성하는 데에는 뜻을 같이했다. 하지만 해당 부지를 공원화할지, 복원할지 등을 놓고선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협의 중이다. 방향성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로 임시로 공원이 들어서는 것이다.

문제는 추후 공원화가 아닌 건물 복원 등으로 결론이 나게 된다면 새로 지은 공원을 허물고 다시 공사에 들어가게 돼 예산 낭비 논란에 휩싸일 우려도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양측이 지리한 협의를 하는 사이 시민들은 높은 펜스로 둘러싸인 채 인근 직장인들의 흡연장으로 이용되는 의정부 터에 대해 눈살을 찌푸리고 있다. 

문화재청과 서울시는 연구와 협의를 통해 이르면 올해 하반기 내로 구체적인 복원 방향성을 다시 정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문화재청과 서울시가 추구하는 복원 방향성이 워낙 상이해 합의에는 난항이 예상된다. 

이광표 서원대 교수는 “진행 중인 광화문 월대 복원이 완료되면 의정부터와 월대가 상당히 가까워진다. 광화문 앞 공간이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변하기 때문에 의정부터 복원도 연계해 구상할 필요는 있다”며 “유적마다 공간마다 상황이 다 다르기 때문에 단언할 수는 없지만 훌륭한 보존을 전제로 다양한 연구와 논의를 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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