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발리예바 도핑 양성(陽性)으로 드러난 피겨선수 양성(養成)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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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완 기자
입력 2022-02-14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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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성년자' 피겨선수 발리예바 도핑 위반…선수들은 일제히 '시스템' 비판

  • 전 피겨선수 키이라 코르피 "연맹이 여전히 비인간적 훈련 방식 지원"

밝은 표정의 발리예바. [사진=연합뉴스]

피겨스케이팅 신동 카밀라 발리예바(16·러시아올림픽위원회)가 불법 약물 양성(陽性) 반응을 보인 가운데, 어린 선수를 혹독하게 다루는 피겨선수 양성(養成) 문화가 수면 위로 드러났단 평가가 나온다.

올림픽 피겨 스케이팅 2연패를 달성한 '80년대 은반 요정' 카라리나 비트는 최근 발리예바의 도핑 위반과 관련해 선수 측근 인물들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그는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운동선수는 보통 주변 사람들의 조언을 따른다. 발리예바도 아마 코치와 의료팀 조언을 따랐을 것"이라고 했다. 다시 말해 발리예바가 주도적으로 불법 약물을 투약하지 않고 코치진이 금지약물 투약을 부추겼을 것이란 뜻이다. 카라리나 비트는 "발리예바의 도핑 논란은 매우 유감이다. 이 일과 연관된 어른들은 영원히 스포츠에서 손을 떼야 한다"고 말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피겨 단체전 동메달리스트인 애덤 리펀도 트위터에 "발리예바는 아직 미성년자에 불과한 소녀다. 발리예바 주변 어른들이 소녀를 궁지로 몰았다"며 "끔찍한(awful) 상황에 놓인 발리예바는 처벌을 기다리고만 있다"고 글을 남겼다.

앞서 여자 피겨 싱글에서 압도적 세계 1위인 발리예바는 작년 12월 러시아선수권대회 때 제출한 소변 샘플에서 금지약물 성분인 트리메타지딘이 검출됐다. 트리메타지딘은 협심증 치료제로, 혈류량을 늘려 지구력 증진에 도움을 주는 흥분제로도 사용될 수 있다. 이에 세계반도핑기구(WADA)는 2014년 트리메타지딘을 금지약물로 지정했다.
 

훈련 중인 발리예바. [사진=연합뉴스]

발리예바가 러시아 피겨를 이끌어가는 예테리 투트베리제 코치의 제자라는 점도 주목받고 있다. 투트베리제 코치가 어린 선수들의 건강과 기록을 맞바꿀 만큼 혹독한 훈련을 시키는 것으로 유명하기 때문.

그렇다 보니 투트베리제 제자들의 활동 시기는 매우 짧은 편이다. NBC스포츠에 따르면 2018 평창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금메달리스트 알리나 자기토바는 2019년 불과 17세 나이에 돌연 무기한 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같은 대회 은메달리스트 예브게니아 메드베데바도 "친구 같은 코치와 함께 일하고 싶다"며 투트베리제 캠프를 떠났다.

남자 피겨 네이선 첸(미국)의 코치인 라파엘 아르투니안 코치는 지난 2020년 러시아 스포츠 웹사이트와의 인터뷰에서 어린 나이에 은퇴하는 러시아 피겨 선수들을 두고 '일회용 컵'에 비유하기도 했다.

미국 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일부 팬들이 투트베리제 코치를 이번 발리예바 도핑 위반의 배후자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한 러시아 피겨선수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호르몬 생성을 차단하는 약을 권유받은 적이 있다"고 폭로했다. 여자 선수의 경우 2차 성징으로 급격한 신체 변화를 겪으면 점프에 영향을 받기 때문. 다만 투트베리제 코치는 혹독한 훈련 일정이 선수들의 성장을 억제할 뿐이라고 해명했다.

일각에선 투트베리제 코치의 훈련 방식을 지원하는 피겨계 문화가 근본적인 문제란 목소리도 나온다. 아동인권활동가로 전향한 핀란드 전 피겨선수 키이라 코르피는 작년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문제는 투트베리제의 어린이 공장이 아닌 비인간적인 방향으로 흘러가는 피겨 문화"라며 "아직도 많은 연맹이 이런 방식을 고집하는 코치진을 지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이날 스포츠중재재판소(CAS)는 도핑 위반 통보를 받은 러시아반도핑기구(RUSADA)가 발리예바의 징계를 철회한 것과 관련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세계반도핑기구(WADA), 국제빙상경기연맹(ISU)이 제기한 이의 신청을 기각했다. 이에 발리예바는 오는 15일 피겨 쇼트프로그램에 예정대로 출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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