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광섭 카카오브레인 CTO "AI로 '불쾌한 골짜기' 건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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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민철 기자
입력 2022-02-15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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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메타버스의 나' 표현할 디지털휴먼 기술 연구

  • 상업적 품질 갖춘 'AI 원천기술' 플랫폼도 준비

  • 초거대 모델로 해결할 의료·교육 난제 탐색 중

  • 개인용 AI피트니스 앱 실험…상반기 영어 앱도

  • '연구·개발 시너지' 조직문화 지키며 인재 충원

김광섭 카카오브레인 CTO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카카오의 인공지능(AI) 원천기술 연구조직인 카카오브레인이 이제 AI를 응용한 제품·서비스·플랫폼까지 만든다. 사람들에게 AI가 앞으로 세상을 어떻게 바꿔 나갈지를 드러내고, AI의 진가를 잘 느끼게 만들자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카카오 공동체 전반에 머신러닝 솔루션을 공급한 '추천팀'을 이끌다 작년에 카카오브레인에 합류한 김광섭 최고기술책임자(CTO)를 인터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Q. 카카오브레인에 합류한 계기는

"저는 2012년부터 2021년까지 카카오에서 추천 시스템을 개발했다. 다음뉴스, 멜론, 카카오톡, 이밖에 카카오 공동체 내의 모든 서비스에 들어갔다. 픽코마 같은 곳에서 성과가 좋았다. 사용자를 몰입시키고 수익을 극대화하는 데 추천 시스템을 적용할 기회가 많았다. 카카오브레인이 많은 분들에게 AI 연구조직으로 알려져 있고 실제로 연구에 많이 투자해 왔지만, 최근 김일두 대표가 취임하면서 방향이 좀 바뀌었다. 사용자에게 더 빠르게 다가갈 수 있고 체감이 잘 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어 보자는 기조가 생겼다. 그러려면 자체 연구성과와 개발자 역량을 바탕으로 서비스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 이런 경험을 갖춘 사람(연구자)과 일반 서비스 개발자, 기획자, 디자이너, 이런 직군이 필요해졌다. 개발자 영입도 많이 하고 있다. 카카오 공동체 전체 서비스에 관여한 경험이 있고 김 대표와 인연도 있는 제가 그 일을 잘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감이 있어 합류하게 된 것 같다."

Q. 지금 CTO로서 주력하는 업무는

"카카오브레인이 갖고 있는 경쟁력 있는 원천기술이 플랫폼화해야, 어딘가에서 활용되고 서비스로 구현돼 파급효과를 줄 수 있다고 본다. 과거와 비교되지 않을 만큼 커진 AI 모델의 성능을 사람들에게 쓰기 좋게 제공하기 위한 연구개발을 한다. 상업적인 목적을 갖고 AI 원천기술을 활용하는 제품이나 플랫폼을 개발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어떤 무겁고 복잡한 모델이든 실제 서비스에 쓸 수 있도록 단시간에 모델의 성능을 뽑아내는 작업인데, 우리는 이걸 '머신러닝 인퍼런스 플랫폼'이라고 부른다. 플랫폼은 외부에 오픈할 예정이다. 기업뿐 아니라 일반 사용자도 쓸 수 있다. 완성된 솔루션을 직접 제공한다기보다 (외부) 연구자들이 많은 리소스 없이 초거대 모델을 쓴 결과를 얻거나, 기업·개발자가 음성인식 같은 서비스 개발에 필요한 요소기술로 활용되게 할 것이다. 기술을 단순히 외부에 제공하는 게 아니라 서비스를 하기에 알맞은 수준을 충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GPT-3' 같은 초거대 모델은 일반 사용자에게 결과를 제공하기까지 짧게는 수십초에서 길게는 몇 분이 걸린다. 초거대 AI 모델이 아무리 관심이 높아도 (온라인) 광고 같은 분야에선 활용도가 떨어진다. 몇백밀리초(㎳) 이내에 사용자 눈에 들어오지 않으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Q. 메타버스 분야에 도전을 예고했다

"현실의 사람 생김새가 다 다르듯, 메타버스 속 나를 표현하는 캐릭터도 그런 특성이 서로 다 달라야 몰입감이 생긴다. '졸라맨'처럼 생기면 좀 그렇지 않을까 싶고, '아담'같이 생겨도 거부감이 들 거다. 나를 대신해 메타버스를 돌아다니면서 '이게 나'라고 할만한 호감형 캐릭터가 필요하다. '불쾌한 골짜기(단순한 외형의 의인화된 사물보다 인간을 정교하게 흉내낸 로봇을 접했을 때 더 불쾌하게 느껴지는 현상)'를 넘어 편안함을 느끼게 할 고수준의 '디지털휴먼'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예를 들어 말을 할 때 사람 입모양이 바뀌지 않고 가만히 있는 게 불쾌한 골짜기를 유발하는 요소다. 사람의 표정은 각국 언어에 맞게 노래를 부를 때 음악과 발성에 맞게 바뀌기도 해야 한다. 기존 방식으로 이런 것을 구현하긴 엄청나게 어렵다. 영화와 3D 애니메이션에 많이 쓰인 전통적인 그래픽스 분야 기술과 AI 분야의 딥러닝 기술이 결합한 '뉴럴 렌더링'이라는 분야가 최근 생겼는데, 이쪽 기술이 문제를 풀 실마리가 될 수 있다. 우리 쪽에도 그래픽스 전담팀이 따로 있고 그들과 협업하고 있다."

Q. 의료·교육 AI도 개발한다고 했는데

"아직 선택과 집중이 끝난 상태는 아니지만, 해결됐을 때 개인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칠 만한 다양한 난제를 살펴 보면서 AI로 해결할 수 있을지 여부를 가늠하고 있다. 일단 아침에 일어났을 때 당장 어디가 뻐근하거나 갑자기 아이가 아플 때 필요한 의료 지식을 거의 무상으로 제공하는 '개인용 AI 주치의'를 개발하는 것을 헬스케어 분야 목표로 잡았다. 규제 때문에 접근하기가 쉽지 않지만, 장기적으로 인간 의사보다 의료적인 예측을 더 정확하게 제공해 많은 생명을 살릴 기회도 바라보고 있다. 교육 분야에선 영어 학습을, 입시위주가 아니라 언어습득이라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게 돕는 선생님 역할을 AI가 할 수 없는지 고민하고 있다."

Q. 인간 역할을 대신할 AI인가

"AI의 한 가지 역할은 인간 전문가의 역할과 유사한 편의를 제공하면서도 크게 비용을 절감하는 것이다. AI 주치의의 예를 들자면 인간 주치의를 고용한 사람은 상응하는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겠지만 그만큼의 비용이 문제가 될 것이다. AI가 전공의나 의대 교수 수준의 종합적인 의학지식을 갖도록 만드는 것은 어렵겠지만, 특정한 도메인 안에서 흉내를 낼 수는 있다. (의학 지식이 부족한) 사람에게는 도움이 많이 되고 비용은 공짜에 버금가게 저렴해질 수 있다. AI의 다른 역할 한 가지는 사람이 할 수도 있지만 말도 안 되게 큰 비용이 들기 때문에 사실상 아예 할 수 없는 일을 해내는 것이다. 예를 들어 교육 분야에선 모든 학습자에게 똑같은 문제가 출제되는데, 사람은 불가능하지만 AI로는 같은 문제라도 학습자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예문을 바꿔 낼 수 있다. 텍스트 생성이라는 작업이 AI로 자동화되면 무궁무진하게 활용될 수 있다."
 

김광섭 카카오브레인 CTO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Q. 초거대 AI 모델 연구 현황은 어떤가

"작년 말에 '코지피티(KoGPT)'와 '민달리(minDALL-E)'를 선보였다. KoGPT는 미국 민간연구소 오픈AI(OpenAI)가 만든 초거대 텍스트 생성 모델(GPT-3)을 모방해 한국어 기반으로 만든 것으로, 공개된 버전은 상대적으로 매개변수(파라미터) 개수가 작다. minDALL-E는 텍스트·이미지를 동시에 다루는 멀티모달(multimodal) 모델로, 데이터 텍스트 기반 질문에 이미지 형태의 답을 제시할 수 있다. 향후 이 모델을 만드는 데 필요했던 초거대 이미지·텍스트 데이터 쌍도 공개할 예정이다. 이보다 더 다양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새로운 유형의 모델을 올해 1분기 중 공개한다. minDALL-E와 비슷하게 언어·텍스트를 동시 학습하고, 더 나아가 원리를 이해해서 이미지·텍스트 분류, 긍·부정 판단 등을 이 하나의 모델로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름은 미정인데, 이 모델 연구를 내부에서 '넥스트 이미지넷 프로젝트(가칭)'로 부르고 있다."

Q. '초거대' 모델의 기준이 뭔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특별한 기준은 없다. 상대적인 것이다. 과거 컴퓨터의 중앙처리장치(CPU)와 메모리는 지금 기준으로 터무니없이 작았지만, 486이나 펜티엄 CPU 기반 컴퓨터도 당시 나왔을 땐 슈퍼컴퓨터로 인식됐다. AI 모델이란 것에 지금같이 많은 양분(데이터, 연산 자원, 전력 등)을 주입할 수 있는 시스템은 과거에 부족했다. 그러다 원래부터 있었던 형태의 AI 모델이 종전보다 수백배 이상 커지면서 초거대라고 불리게 됐다. 지금 기준으론 '1000억개의 매개변수를 쓰면 초거대 모델'이라고 주장할 수 있지만 이 관점도 언젠가 바뀔 것이다. 지금 매개변수가 수천억개 정도지만 더 늘어날 여지가 많다. 사람 뇌 속의 시냅스가 100조개 정도 된다는데, AI가 이런 인간의 뇌를 따라잡는 것이 하나의 목표가 될 수 있다. 초거대 모델도 이 정도 규모의 매개변수를 다루는 시점에 다가갈 때까지 수렴하지 않을까 짐작한다."

Q. 향후 건립될 자체 데이터센터에 무엇을 기대 중인가

"카카오 공동체만의 데이터센터가 생긴다면 초거대 모델 연구에 속도를 낼 수 있는 기반 인프라가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초거대 모델 연구에는 굉장히 많은 리소스가 필요하다. 이 리소스를 서드파티(외부) 진영에서 가져와 쓰는 것은 많은 비용 부담이 될 수 있다. 데이터센터를 직접 짓는 경우 비용적인 측면에 기대할 수 있는 효과가 크다. 초기 비용은 많이 들더라도 중장기적으로는 저렴해지도록 만드는 것을 목적으로 삼을 수 있다."

Q. 초거대 모델로 최종 사용자용 서비스도 만드나

"AI 모델로 상업적인 품질·사용성을 담보하는 플랫폼을 만드는 게 한 축이라면, 최종 사용자를 겨냥한 서비스를 직접 개발하는 것이 다른 한 축이다. 증강현실(AR)과 AI 기술을 활용한 피트니스 앱을 작년 12월에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올렸다. 스마트폰 카메라를 활용해 운동 자세를 분석하고 코칭해 주는 앱이다. 테스트 차원에서 최소기능제품(MVP) 수준으로 만들었고 해외 10개국 플레이스토어에만 노출시켰다. 국내에선 사용할 수 없다. MVP는 고객의 문제를 풀기 위한 해법을 최소한의 기능으로 구현한 것이고, 아이디어의 유효성을 검증하고 피드백을 수집하기 위한 결과물을 뜻한다. 지금으로서는 이 앱의 사용자 반응을 살피는 단계라 정식으로 출시할 계획이 없다. 올해 상반기 중에는 영어 관련 앱을 출시할 예정이다. 이것은 시작일 뿐이고 훨씬 더 많은 AI 기반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목적만 달성할 수 있다면 꼭 초거대 모델 기반이 아니어도 된다. 도구를 돋보이게 하기보단 제품을 잘 만들고 싶다."

Q. 다른 중요한 계획이 있다면

"김일두 대표가 카카오브레인의 연구조직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갖고 원천기술 연구를 잘 이끌어 왔다. 카카오브레인의 기존 업무환경도 연구자들에게 큰 매력이다. 뭔가를 보여주기식으로 하려고 하지 않고 연구자들이 진짜 원하고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자율적으로 하도록 허용한다. 성과를 강요하거나 (연구과정에) 거의 간섭하지 않고 투자하는 환경이고, 그게 여러 가지로 드러난다. 제가 그걸 바탕으로 연구자와 개발자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좋은 문화가 정착할 수 있도록 씨를 뿌리는 역할을 할 것이다. 새로 합류할 연구자와 개발자들도 이 문화에 잘 맞는 분을 선호하고 있다. 경쟁력있는 인재들에게 상응하는 처우와 환경을 제공하고 있는데, 그만큼 우리가 추구하는 문화가 지켜질 수 있어야 한다. 인재가 귀해 요즘 구하려고 해도 쉽지 않지만, 급한 대로 취하다보면 문화가 많이 훼손되는 일도 있다. 똑똑하지만 무례한 사람은 환영할 수 없다."
 

김광섭 카카오브레인 CTO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 김광섭 카카오브레인 CTO는 어떤 사람?

김광섭 카카오브레인 CTO(부사장)는 와이즈넛연구소 선임연구원, 카카오 추천팀 팀장을 거쳐 작년 5월 카카오브레인에 합류한 AI 원천기술개발·응용개발 전문가다. 카카오 추천팀에선 다음, 브런치, 멜론, 카카오톡, 픽코마 등 사용자 규모가 큰 서비스에서 체류시간·활동성을 높이거나 수익화에 기여하는 성과를 거뒀고, 자체 개발한 원천 기술을 오픈소스로 공개해 개발자 커뮤니티에 기여하기도 했다. 카카오브레인에선 합류 직후 AI 기술 기업으로 발돋움할 기반으로 외부 인재 영입 검증과정과 처우·보상 수준을 설계했고, 원천기술 자산 확산을 가속할 플랫폼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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