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금융권 '운명의 2월', 리더의 조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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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근미 기자
입력 2022-02-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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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금융권이 '운명의 2월'을 맞았다. 금융그룹 전 계열사와 금융의 핵심축인 은행을 이끌 주요 수장 두 자리를 놓고 여러 후보들이 경합 중으로, 당장 이달 중 윤곽을 드러낼 예정이다. 금융지주 회장의 경우 반복되는 연임을 통해 최장 10년까지도 그룹을 이끌어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주주들과 회추위의 선택이 해당 금융회사의 중장기 미래를 결정짓는 셈이다.

하루가 다르게 금융 트렌드가 급변하는 현 시점에서 ‘키잡이’인 CEO의 역할은 더욱 중요하게 여겨진다. 금융회사들의 수익창출 구조 등이 정형화돼 있고 기대할 수 있는 업무 범위도 큰 변화가 없던 과거에 비해 근래에는 생각지도 못한 다양한 분야에서 금융권을 위협하는 경쟁자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관록’이 미덕이던 자리를 ‘혁신’이 대신하게 된 것도 새삼스럽지 않다.

특히 올해 초 금융권에서 공통적으로 꺼내든 '디지털 강화‘ 화두는 변화 없이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다는 업계 전반의 위기감을 여실히 보여준다. 누구나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은행 계좌를 만들고 시간과 관계없이 송금과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시대, 이른바 '비대면 금융'이 활성화되면서 전통 금융권은 디지털화를 통해 미래성장동력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이에 금융사 수장들은 자사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경영전략회의에 직접 강연자로 나서 '디지털 인재'로 거듭날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직원들의 디지털 역량과 아이디어, 혁신과 변화를 재촉하는 일선 임원이나 수장 스스로는 어떨까. 이미 뼛속 깊이 기성 금융권의 주체로 자리잡은 그 자신이 작고 유연한 조직 구성으로 발빠른 판단과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생명으로 하는 핀테크, 강력한 플랫폼과 두터운 고객층, 탄탄한 자본력을 기반으로 금융서비스의 빈 틈을 파고드는 빅테크와 경쟁에서 존재감을 뽐낼 만한 변화를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는지는 여전히 의문으로 꼽힌다.

금융권 내부에서도 썩 큰 기대를 하지 않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현장에서 만난 금융권 관계자는 "전통 금융회사들은 빅테크 등과 경쟁할 생각이 없는 것 같다"라고 평하기도 했다. 지금도 규모의 경제 속 역대급 실적을 달성하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과감한 변화나 모험을 통해 금융회사는 물론 자신의 명운을 걸 리더는 없다는 의미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직원들 역시 혼자서 튀는 모험보다 보수적인 관행을 따를 수밖에 없는 것 또한 현실일 테다.

매번 때가 되면 등장하는 금융권 임원·수장 후보추천위원회는 의례적으로 "어려운 경영환경과 변화·도전의 시기에 안정적으로 성장을 도모하기 위한 적임자"를 선정 배경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 포괄적 개념 속에는 디지털 전환과 ESG 등 다양한 미사여구 등이 포함돼 있지만 눈앞의 실적이나 그간 쌓아온 '정치적 라인'이 더 중요하게 작용한다는 인식은 여전히 높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과연 진짜 변화를 이끌 리더가 등장할 수 있을까. 금융권 지배구조 재편 속에서 조만간 등장할 수장들 스스로 금융권의 지속 가능한 발전과 혁신을 위해 '키잡이'로서 과연 무엇을 할 수 있고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할지 한 번쯤은 더 고민해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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