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내외 불확실성에…원달러 환율 1200원 고공행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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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지 기자
입력 2022-02-0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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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원·달러 환율이 연일 1200원대를 넘기며 시장의 불안을 키우고 있다. 설 연휴 이후 첫 개장일 소폭 하락 출발했던 원·달러 환율이 다시 반등하면서 1년 7개월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뛰어올랐다가 유료화·파운드화 영향으로 소폭 하락하며 나흘 만에 1190원대로 내려왔다. 전문가들은 현재 외환시장이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 우려를 선반영하면서 당분간 원·달러 환율이 1200원 안팎을 맴돌 것으로 내다봤다. 

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1202.0원에 장을 시작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9.4원 내린 1197.0원으로 마감했다. 달러화는 뉴욕증시 하락에 따른 위험회피 성향에도 불구하고 유로화와 파운드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하락했다. 유로화는 유럽중앙은행(ECB) 통화정책회의에서 인플레이션을 우려하면서 강세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1월 소비자물가가 5.1% 상승해 역대 최고치를 찍으며 3개월 연속 최고 기록을 경신했지만 ECB는 3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0%로 동결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ECB 통화정책위원회 소속 위원 전원은 인플레이션에 대해 우려했지만 서둘러 결론을 내지 않겠다는 의지가 단호하다"고 밝혔다. 이에 올해 ECB에서 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는 전망이 강화되면서 유로화에 강세요인으로 작용했다.

파운드화 역시 영란은행(BOE)이 예상대로 금리를 인상하면서 달러 대비 강세다. BOE도 같은 날 통화정책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0.25%에서 0.50%로 0.25bp인상했다. 지난해 12월 기준금리를 0%에서 0.25%로 올리고 곧바로 금리를 올린 것이다. BOE가 금리를 연달아 올린 것은 2004년 이후 처음이다. BOE는 물가상승률이 곧 7% 넘을 것이라고 내다봤으며 9명의 통화정책위원회 위원 중 절반가량인 4명이 금리를 0.75%로 더 높이 올리기를 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전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205.5원)보다 0.9원 오른 1206.4원에 문을 닫았다. 이는 2020년 6월 23일(1208.8원) 이후 1년 7개월여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같은 날 환율은 설 연휴기간 위험자산 회피심리가 다소 완화되면서 전 거래일보다 3.5원 내린 1202.0원에 문을 열었다. 장중 한때 1202.0원까지 내려갔으나 다시 반등하면서 1205원을 넘어섰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주요 인사들이 3월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하는 것에 대해 유보적인 발언을 내놓은 점이 불안감 완화로 작용했다.

올해 들어 원화값 하락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연준의 통화정책이다. 인플레이션이 진정되지 않자 연준이 예상보다 더 강하게 긴축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에 외환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앞서 미 연준은 지난달 25~26일 열린 올해 첫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정책금리 목표범위를 동결(0.00~0.25%)했으나 3월부터 금리인상에 돌입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우크라이나 사태를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도 커지고 있다. 이날 미 국방부는 동유럽에 약 3000명의 미군을 추가 배치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SYZ 프라이빗 뱅킹의 루크 필립 투자책임자는 "시장의 관심은 분명히 실적으로 옮겨갔고 우리는 빅테크 기업들로부터 강력한 실적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러나 어느 시점에 우리는 다시 관심을 거시 지표와 연준으로 옮길 것이고 이 두 지점에서 계속 왔다 갔다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3일(현지시간) 뉴욕증시의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518.17포인트(1.45%) 내린 35,111.16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111.94포인트(2.44%) 떨어진 4477.44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538.73포인트(3.74%) 급락한 1만3878.82에 각각 장을 마감했다. 나스닥은 2020년 9월 이후 1년 5개월 만에 S&P500 지수는 작년 2월 이후 1년 만에 각각 최대폭 하락이다.

새해 들어 급격한 하강곡선을 그리던 뉴욕증시는 최근 애플, 알파벳(구글), 마이크로소프트의 호실적에 힘입어 전날까지 반등세를 보였다. 그러나 전날 장 마감 후 발표된 메타의 작년 4분기 실적과 가이던스(실적 전망치)가 시장 기대를 밑돈 것을 계기로 차갑게 식었다. 애플이 도입한 새 사생활 보호 기능으로 올해 100억 달러의 비용이 발생할 것이라는 언급에 메타 주가는 사상 최대폭인 26.4% 폭락했다.

여소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미 연준이 매파적인 기조를 보이면서 지난달 27일 달러지수가 97.23으로 2020년 7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달러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며 "달러 상승 압력에도 최근 환율 급등과 네고물량, 외환당국의 개입 등 부담으로 1200원 후반까지 추세적으로 상승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김효진 KB증권 연구원은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 점쳐지고 있는 3월 FOMC 이전까지는 미 단기 금리 상승 압력, 불확실성 등을 반영하며 달러 강세 국면에 머무를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이어 "2022년 달러 약세, 원화 강세 전망은 유지하나 시점은 미국 기준금리 인상 속도 관련 불확실성이 완화되고 물가 상승률 둔화가 확인될 봄 이후로 지연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규연 하나금융투자 연구원도 "달러는 긴축 우려를 선반영했으며 원화는 변동성 높은 국면에 진입했다"고 말했다. 그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은 연초에 미 연준은 강한 긴축 기조를 유지할 것이며 원달러 환율도 당분간 현 수준에서 변동성 높은 흐름을 이어갈 공산이 크다"고 전망했다.

또한 "미국 선물시장은 3월 FOMC에서의 금리인상 확률을 97.1%로 보고 있으며 89.3%가 25bp 인상, 7.8%는 50bp 인상을 점치고 있다"면서 "미 달러의 투기적 순매수세도 늘어나는 양상으로 미 달러인덱스는 연준의 긴축 기조를 선반영하면서 작년 11월 말 고점 이후 안정된 반면 원화는 여타 신흥 통화들과 비교해도 약세 흐름이 나타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긴축에 대한 경계감과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심리 등이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특히 최근에는 원달러 환율의 상승 시 변동성이 비대칭적으로 커지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어 환율 상승 압력이 빈번히 나타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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