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만난 정은보 금감원장…평평한 운동장서 경쟁 강조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이 26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플랫폼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금융감독원이 빅테크와 금융회사 간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간편결제 수수료 공시시스템을 구축한다. 금감원은 ’공정한 운동장‘ 조성을 위해 빅테크와 금융회사 간 대표적인 규제 차별 사례로 꼽혔던 빅테크 결제 수수료 개선에 나섰다.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은 26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플랫폼 간담회에서 “테크기업과 금융사가 공정하게 경쟁하며 균형 있게 성장할 수 있도록 우리 금융시장의 확대 균형을 추진해 나가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정 원장은 “간편결제 수수료가 합리적인 기준에 따라 산정돼 부과되도록 유도해 수수료 공시시스템을 만들겠다”며 “동일 기능, 동일 규제 원칙에 따라 금융 플랫폼에 대한 감독 방향을 설정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테크기업과 금융회사 간 불합리한 규제 차익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도 했다. 

그동안 업계에선 간편결제 수수료율 개선에 대한 목소리가 높았다. 여신전문금융업법 규제를 받는 카드사의 수수료율은 금융당국이 3년마다 책정하는 적격 수수료율에 따라 조정된다. 그러나 전자금융거래법 규제를 받는 빅테크 기업은 수수료율을 자율로 정하고 있다. 

카드업계에서는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등 빅테크의 간편결제 수수료가 카드 수수료보다 높다는 불만이 제기돼 왔다. 이에 금감원은 주요국 규제 사례와 국내 업계와 연구기관 의견을 바탕으로 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관계 당국과 일반적 규율체계를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정 원장은 “지난해 11월 시행된 일본의 금융서비스중개업 등 최근 주요국 규제 사례를 연구하고, 업계 현장과 국내 연구기관 의견을 수렴해 금융중개 관련 일반적 규율 체계를 금융위원회 등 관계 당국과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면서 “불합리한 규제 차익이 발생하지 않도록 공정한 금융 플랫폼 영업환경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또 정 원장은 “디지털 플랫폼으로 거듭나기 위한 금융사의 혁신 노력도 함께 지원하겠다”고 했다. 그는 “금융사의 부수업무 확대 검토, 규제 샌드박스를 활용한 서비스 테스트 지원 등 금융의 신사업 진출 기회를 확대하겠다”며 “디지털 전환을 촉진하기 위해 금융사 계열사 간 정보 공유와 핀테크 기업 투자 제한을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정 원장은 “이제 테크기업과 금융사 모두 디지털 플랫폼의 길로 나아가는 것은 불가피한 시대적 흐름”이라며 “금감원은 테크기업과 금융사가 공정하게 경쟁하며 균형 있게 성장할 수 있도록 넓고 평평한 운동장을 조성함으로써 금융시장의 확대 균형을 추진해 나가는 데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는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가 참석했다. 금융지주에서는 조영서 KB금융지주 전무, 김명희 신한금융지주 부사장, 박근영 하나금융지주 부사장 등이 참석했다. 신원근 카카오페이 대표 내정자는 불참했다.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경영진이 바뀌는 상황에서 참여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