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까지 반도체 가뭄 지속"...'묘수' 못 찾은 바이든 미국 행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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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현 기자
입력 2022-01-26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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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상무부, ICT 공급망 보고서 발간...자국 중심 공급망 재건 재차 강조

지난해 전 세계 산업계를 괴롭힌 '반도체 가뭄'을 계기로 착수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공급망 조사 결과 보고가 이어지고 있다. 다만, 반도체 공급망을 중심으로 한 조사에도 바이든 행정부 역시 수급난을 해소할 특별한 '묘수'를 찾진 못한 것으로 보인다.   

25일(현지시간) 미국 상무부는 '인터넷·통신 기술(ICT) 공급망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는 지난해 백악관의 연이은 '반도체 회의(Semiconductot Summit)' 결과에 따라, 지난해 11월까지 150여곳의 반도체 제조·수요사가 제출한 각종 자료를 분석해 파악한 '반도체 공급망' 현황이다. 자료 제출 기업에는 우리나라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포함했다. 

이날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은 백악관에서 해당 보고서 결과를 발표하며 "취약한 (반도체) 공급망으로 미국 기업이 위험에 처했다"면서 "일부 기업은 약간의 공급 차질에도 일시적으로 (생산을) 폐쇄하고 직원을 해고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 [사진=AP·연합뉴스]

특히, 러몬도 장관은 해당 보고서에서 각 기업의 반도체 칩 평균 재고량이 코로나19 사태 전후 급감했다고 지적한 점을 강조했다. 해당 보고서에서 2019년 당시 평균 40일치 수준이었던 각 기업의 반도체 칩 재고량은 지난해 5일치 미만으로 낮아졌으며, 핵심 산업에선 이보다 훨씬 적은 물량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러몬도 장관은 "이는 해당(반도체) 공급망이 얼마나 취약한지를 말해준다"면서 "5일치의 재고에는 오류의 여지가 없다. 이는 코로나19 대유행, 폭풍과 같은 자연 재해, 정치적 불안정, 장비 문제 등 전 세계 각지의 (생산) 시설을 혼란에 빠뜨린 모든 것의 여파를 여기, 미국에서 느끼고 있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러몬도 장관은 지난해 반도체 부족 현상이 "수요와 공급 간 심각한 불일치의 결과"라면서, 특히 코로나19 사태 이후 급증한 반도체 칩 수요와 지난 수십년간 꾸준히 약화한 자국의 반도체 생산 능력을 공급망 병목현상의 핵심 요인으로 지목했다. 

해당 보고서는 지난해 각 기업의 반도체 칩 수요는 2019년 대비 17% 급증했다고 분석하고, 각 기업 관계자의 전망을 종합해 반도체 공급난 현상이 향후 6개월 이내에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는 반도체 공급난 상황이 최소 올해 하반기까지 이어진다는 의미다. 다만, 블룸버그는 일부 업계 전문가를 인용해 특정 품목에선 반도체 공급 부족 현상이 내년까지 이어지고 반도체 수요 급증 상황은 2025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을 덧붙이기도 했다. 

이에 따라, 러몬도 장관은 이날 발표 자리에서 자국 내 반도체 생산역량 회복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현재 정교한 군사 장비에 필요한 첨단 반도체 칩조차 우리의 생산량은 거의 제로(0)이며 거의 대만에서 구입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이는 (바이든) 대통령의 제안(자국 중심 공급망 재건)을 가속화해야 한다는 것을 가리킨다"고 역설했다. 

그는 그러면서 이를 위해 의회가  '미국의 혁신과 경쟁법(US Innovation and Competition Act)'을 조속히 입법해야 한다고도 촉구했다. 이는 반도체 산업에 대한 보조금 지원을 목적으로 바이든 행정부가 제안한 산업 정책으로, 전략 기술을 중심으로 한 자국 중심 공급망 구축을 위한 역점 정책이기도 하다. 특히, 520억 달러(약 62조원) 규모의 반도체 산업 보조금 지원 방안을 포함하고 있지만, 지원 대상(해외 기업 포함 여부) 등을 놓고 이견이 이어지면서 반년 넘게 미국 하원에 계류 중이다. 

다만, 이와 같은 미국 상무부의 결론은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현재의 공급망 혼란 상황을 해결할 또 다른 특별한 묘수를 찾지 못했다는 의미로도 풀이할 수 있다. 

이 외에도 미국 상무부는 수급 불일치가 특히 심각한 반도체 종류에 대해 업계와의 협력을 추진하고 중개상의 가격 담합 여부를 조사하겠다고도 밝혔다. 보고서는 의료 기기와 자동차에 사용되는 칩, 전력 관리와 이미지 센서, 무선주파수 등에 사용되는 아날로그 칩의 공급 부족이 특히 심각하고 비정상적으로 가격이 높다는 주장도 있었다고 파악했다면서, 이들 분야에 대한 추가적인 집중 조사를 시사하기도 했다. 

이는 한편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 우리 업계가 미국 상무부 조사의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들 기업을 중심으로 우리나라의 반도체 산업이 주력하고 있는 반도체 분야는 메모리 반도체로서, 지난해에도 별다른 공급 부족 상황이 벌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일단 해당 논란에서 비켜나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에 대해 외신들은 해당 방안이 핵심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면서 미국 상무부가 기업 등 민간 부분에 대해 재차 협력을 강조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블룸버그는 '민간 부문은 생산 증대, 공급망 관리를 통해 현재 부족 사태로 인한 단기 도전 과제를 해결할 가장 좋은 위치에 있다'고 서술한 해당 보고서의 문장을 지목하며 "이는 바이든 행정부가 공급망 병목 현상을 해결할 힘이 없음을 인정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25일(현지시간) 미국 상무부가 발간한 ICT 공급망 보고서 [자료=미국 상무부(DO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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