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보험시장 포화로 영업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보험업계가 앞다퉈 60세 이상 고령층(시니어) 고객을 위한 특화된 서비스와 상품을 내놓고 있다. 우리나라의 고령화가 지속되면서, 시니어가 보험시장에서 큰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여기에 금융당국도 노후 소득 지원을 위해 시니어 특화상품 출시를 독려하고 있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사진=아이클릭아트]


시니어 전용 상담시스템부터 치매·연금 상품 봇물

2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과 현대해상 등 주요 보험사들이 최근 시니어의 맞춤 상담시스템부터 관련 상품을 잇달아 출시하고 있다.

삼성생명은 올해 1분기 60세 이상 고령층 고객이 늘어나는 추세에 맞춰 올해 중 비대면 상담 시스템에 인공지능(AI) 음성봇을 도입할 예정이다. 

현재 삼성생명은 콜센터 상담사를 통해 고령층을 응대했다. 삼성생명은 시니어 전용 음성봇을 통해 업무효율성도 높이고 고령층의 상품 이해도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해상은 시니어 고객 증가에 따른 콜센터 이용 편의성 및 서비스 만족도 제고를 위해 실버 고객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이 서비스는 만 65세 이상 고객의 경우 복잡한 ARS 메뉴를 거치지 않고 1단계 메뉴만 선택하면 즉시 상담사로 연결한다. 상담사는 고객이 상담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쉬운 용어와 상담 속도, 목소리 크기 등 눈높이에 맞는 상담 서비스를 제공한다. 

KB손해보험은 시니어도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운영하는 중이다. 패턴, 지문인식 등을 포함해 6가지 로그인 기능을 탑재했다. 

고객 참여형 보험금 지급시스템인 유 셀프 클레임 서비스도 강화했다. 가입자가 스스로 손해사정 후, 지급 결정을 받을 수 있게 절차를 간소화해 시니어 고객도 손쉽게 보험금 청구를 할 수 있게 했다. 

스마트폰을 통한 전화상담 시 작동이 어색해 끊어지는 경우에는 유선으로 다시 시니어 고객에게 전화를 걸어 자세한 안내를 하는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시니어 수요가 많은 치매와 종신보험도 잇달아 출시되고 있다. 

한화생명은 최근 '평생동행 종신보험2201'을 출시했다. 이 상품은 고객의 상황에 따라 사망보장을 치매보장으로 전환할 수 있다. 고령화와 저출산 기조로 고령층 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한화생명은 '스마트치매전환'과 '간병 관련 보장특약 10종'을 추가해 치매보장과 간병자금 마련 부담을 덜었다. 스마트치매전환은 보험료 납입기간 경과 후 계약자가 기존계약을 사망보장에서 치매보장으로 전환할 수 있는 옵션이다. 치매보장으로 전환하면 피보험자를 배우자나 자녀로 선택할 수 있다.

교보생명이 내놓은 '(무)교보실속있는평생든든건강종신보험'은 종신보험에 건강보험을 결합한 저해지환급금형 종신보험이다. 기존 종신보험에서 보장하는 사망을 포함해 암과 일반적 질병, 장기간병 상태까지 평생 보장받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보험사 관계자는 "최근 들어 젊은 세대보다 시니어 계층의 보험 수요가 증가하면서 보험사별로 시니어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며 "보험사들은 시니어의 보험 상담 능력을 높이고 있고 특화된 상품도 과거보다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시니어 보험 신규계약 10년 전보다 20% 급증

보험사들이 시니어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는 데는 시니어의 보험가입 수요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험연구원이 지난 2010년부터 2019년까지 10년간 세대별 보험 신규계약 건수를 분석한 결과 60세 이상의 보험 신규계약 증가율은 타 세대보다 높았다.

60세 이상의 개인형 생명보험 신규계약 건수는 10년 전보다 19.8% 급증했다. 반면 30세 미만(-5.5%)과 30대(-7.2%), 40대(-3.3%)는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50대의 신계약 증가율은 5.6%로 60세 이상에 미치지 못했다. 전체 개인형 생명보험 신규계약 건수는 10년 전보다 1% 줄었다.

장기손해보험에서도 60대 이상의 신계약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10년간 60세 이상의 장기손해보험 신계약 증가율은 20.9%에 달했다. 이어 50대(9.9%), 30세 미만(2.6%), 40대(2.5%), 30대(0.5%) 순이었다. 전체 장기보험 신계약 증가율은 5.4%였다.

보험가입자 평균 연령 역시 올랐다. 개인형 생명보험의 경우 2010년 38.3세에서 2019년 46세로, 장기손해보험은 38세에서 43.7세로 늘었다.

보험사가 보유한 전체 계약 중 시니어가 차지하는 비중도 증가하고 있다. 생명보험사의 전체 보유계약 건수 중 60세 이상 고령층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0년 7.6%에서 2019년 21.2%로 13.6%포인트 상승했다. 9년 만에 2.8배 상승한 셈이다. 같은 기간 고령층의 건강보장에 대한 관심 증가로 질병보험 판매가 32.4% 증가했으며, 종신보험 판매량도 13.4% 늘어났다. 

시니어의 보험 가입 증가는 인구 고령화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최근 발간한 '인구구조 변화가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인구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된 국가의 경우, 연령대별 인구비중 변화와 경제성장률 간의 상관관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고령화로 5년 동안 65세 이상 인구의 비중이 1%포인트 상승하고 30~64세 인구는 1%포인트 하락할 경우, 연평균 성장률은 약 0.38%포인트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또 인구가 1% 증가하면 연평균 성장률은 0.18%포인트 올라, 총인구 증가가 경제성장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했다.

금융당국의 시니어 특화보험 출시 독려도 관련 상품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는 고령자 연금을 증액하거나 고령자가 아니더라도 연금에 가능하도록 유도해 연금보험을 활성화하거나, 60세 이상 고령층에 특화한 보장성 보험을 확대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보험사 다른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60세 이상의 보험 수요도 빠르게 증가해 보험 수요가 30~40대를 월등히 추월하고 있다"면서 "최근 보험업계도 디지털화가 진행되면서 금융당국의 지원도 활발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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