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00여건이 쌓여도...입건율은 0.9%밖에 되지 않아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정부과천청사에 출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정부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여권의 기대를 갖고 탄생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21일로 출범 1년을 맞았다. 하지만 수사력 부족과 정치 편향성, 인권침해 수사 관행 답습 등 수많은 비판 속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내놓지 못하면서 최근에는 폐지론까지 나온다. 늦었지만 인적쇄신을 통해 환부만 도려내는 신속한 수사력을 입증하는 것만이 공수처가 현재 위기를 벗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입건율 0.9%, 기소율은 '제로(0)'
공수처에 대한 불신은 출범 초기부터 시작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2020년 12월 30일 판사 출신의 김진욱 당시 헌법재판소 선임연구관을 공수처장으로 지명했다. 차장에는 판사 출신인 여운국 당시 변호사를 지명했다.
법조계에선 검찰에 대한 극심한 불신으로 현직 검사가 아닌 법조인을 수장으로 찾다보니 수사 경험이 전무한 판사 출신 두 명이 이끄는 수사기관이 탄생했다며 수사력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잖았다.
실제로 출범 직후 공수처에 접수되는 사건들은 쌓이기만 하고 처리되지도 않았다.  

2021년 12월 21일 기준 수사처수리사건 접수 및 처리 현황 [자료=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실]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1일까지 공수처에 총 2766건의 사건이 접수됐다. 공수처가 완전한 진용을 갖춘 게 지난해 10월인 점을 고려하면 단기간에 많은 사건이 접수된 것이다. 그런데 이 중 1652건은 다른 수사 기관에 이첩했고, 315건이 불입건, 785건이 내사 및 분석단계에 머물렀다.

공수처의 입건율은 0.9%에 불과했다. 기소율은 0%다. 공수처는 총 24건을 입건했는데, 중복되는 사건 별로 묶으면 12건이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특혜채용 의혹도 4개월 수사하다 검찰에 사건을 넘겼다. 검찰은 해당 의혹을 다시 수사해 기소했다. 당초 조 교육감에 대한 공소권이 없는데도 공수처가 수사한 것에 대한 비판이 일기도 했다.  
 
인권침해·사찰 논란까지 번진 '무분별 통신 조회'
'저인망식 통신조회 논란'은 공수처의 비난 여론이 더 커지게 된 계기가 됐다. 공수처가 수사 대상이 아닌 언론사 기자와 가족, 심지어 공수처와 관련이 없는 민간인까지 통신자료 조회를 한 것을 두고 '사찰 의혹'으로까지 번진 것이다. 이 일로 공수처에 대한 불신은 극에 달했고 급기야 폐지론에 휩싸였다. 

공수처 내부 인사들까지 통신자료 조회를 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수사기관으로서 공수처에 대한 신뢰는 더욱 추락했다. 공수처 인사위원인 김영종 전 안양지청장의 통신자료를 조회한 것이 드러난 것이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같은 날 통신자료 조회를 당했다.

이들 모두 '검찰 개혁'에 대해 비판적 의견을 낸 한국형사소송법학회 회원이다. 정웅석 한국형사소송법학회장(서경대 교수)은 "우리 학회 회원들 20여명이 통신자료 조회에 당했다"며 "인권이사를 맡고 있는 학회 소속 김정철 변호사(법무법인 우리)가 공수처의 통신자료 조회에 대한 공익소송을 하겠다고 지원서를 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모래성 다시 쌓는 대규모 인력 개편돼야"
전문가들은 공수처가 수사기관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하려면 대규모 인력 개편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인적 쇄신 이후에야 공수처의 난맥상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검찰 출신 김광삼 변호사(법무법인 더쌤)는 "지금의 인력 구성으로는 설립 취지를 이루기 어렵고, 보강을 하더라도 미봉책에 불과할 것"이라며 "공수처장부터 차장, 수사관까지 수사의 전문성이 있는 인력으로 대규모 개편이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변호사는 "수사 전문성과 정치적 중립성이 꼭 필요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양홍석 변호사(법무법인 이공)도 '대규모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양 변호사는 "인적 쇄신이 있어야 공수처 운영 난맥상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수처 사건사무처리규칙에 대한 문제가 있었다"며 "그중 '공소권 유보부 이첩' 같은 초법적인 행보를 하진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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