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명피해 책임소재 결정적 판단기준 안될 듯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건설 현장이나 공장 등에서 안전·보건 조치 의무를 어겨 인명 피해가 발생했을 때 경영책임자·사업주를 처벌하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오는 27일 시행된다. 사업주와 경영책임자들은 법 시행에 대비해 관련 부서 설립과 더불어 작업장에 인공지능(AI)·로봇 등 최신 정보통신기술(ICT)을 동원한 현장·안전관리 시스템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실제 산업 현장에서 사람의 힘만으로 부족한 안전 관리·감독 수준을 높이기 위한 조처다. 하지만 정작 정부에선 인명사고 발생에 따른 사업주 책임 소재 판단에 이런 요소를 고려할 뜻은 없어 보여 기업들의 노력을 헛수고로 만들고 있다는 우려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산업 현장, ICT 기반 안전관리 시스템 도입 확산
4일 산업계에 따르면 작업장 내 사망사고나 반복적인 중대상해사고 발생의 책임이 인정된 사업주를 징역·벌금형에 처하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이 임박하면서 안전 확보 예방 조치에 나선 국내 작업장에 최신 ICT 기반 현장·안전관리 시스템 도입이 확산하는 추세다. 건설·제조업에 기반을 둔 대기업의 시스템통합(SI) 계열사나 ICT 기업들이 수개월 전부터 이 사업을 활발히 벌이고 있다.

최근 포스코ICT는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수하물관리시스템 확장공사 현장과 경기도청이 추진하는 건설 현장에 AI·사물인터넷(IoT) 기술을 활용한 안전관리와 스마트CCTV를 통한 침입·방화 탐지를 지원하는 스마트 현장관리시스템을 적용했다. GS ITM은 수천대의 산업현장 CCTV 영상을 분석해 작업자의 안전장비 미착용이나 위험설비 접근 등 위험 상황과 외부인의 침입을 알려 주는 솔루션을 선보였다.

SK쉴더스는 작년 10월(당시 'ADT캡스')부터 창원국가산업단지 스마트물류플랫폼 사업에 참여해 안전관리자의 위험요소 분석과 안전관리를 효율화하는 기술을 적용했고, 화학업종과 다른 공공부문 사업에도 공급 중이다. KT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 손잡고 5세대(5G) 이동통신 기반 물품배송·방역로봇 연구개발과 AI로봇 플랫폼을 활용한 '유해사업장용 로봇' 사업을 추진 중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인명 피해가 발생한 작업장이 ICT 기업의 현장·안전관리시스템을 이용하고 있다면 책임 소재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느냐고 묻자 "아직 발생하지 않은 일이고 관련 연구도 수행되지 않은 주제여서 예단할 수 없다"고 답했다. 정부의 '중대재해처벌법 해설서'에서도 사업주가 CCTV나 IoT 센서 등을 활용해 작업장의 유해·위험 요인을 제거하고 통제하는 예시는 등장하지 않는다.

◆'예방 조치'에 불과···"책임을 면할 순 없어"
ICT 기업들은 이런 시스템이 순수하게 인력에만 의존하기보다 IoT 센서나 CCTV 영상의 정보를 통해 빠르고 정확하게 처리하는 디지털 기술로 현장·안전관리 업무를 일정 부분 자동화해 산업재해 위험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 모든 노력이 작업장에서 인명 피해가 발생했을 때는 사업주가 짊어져야 할 중대재해처벌법상 책임을 면할 수 있다는 얘기는 아니다.

결국 '예방 조치'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박삼성 변호사는 "인명사고 발생 작업장에서 사업주의 책임 소재를 다투게 될 경우 산업안전을 목적으로 CCTV와 같은 감시장치를 활용했다면 '정상 참작' 성격으로 사업주의 과실 비율을 줄이는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중대재해처벌법상 요건에 따라 죄가 성립한 것 자체를 뒤집긴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는 "작업자의 과실·부주의 등 사람에 의한 요소를 최소화하기 위해 자동화 가능한 영역에 이런 기술을 도입하고 실제 위험을 낮췄다면 규정상 (면책 요건인) 예방 조치에 해당할 수 있지만 경영책임자나 사업주의 책임 소재를 모면하는 측면에 초점을 맞춰 활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법의 취지와도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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