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메타버스, 새로운 미래일까 익숙한 과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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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섭 기자
입력 2022-01-01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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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국내외 산업 전반을 관통한 핵심 키워드를 꼽으라고 하면 ‘메타버스’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메타버스는 현실에서 일어나는 여러 활동을 가상세계에서 똑같이 할 수 있는 디지털 공간이다. 2020년 초부터 시작된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집합 금지가 일상이 되자, 메타버스는 새로운 소통 수단으로 주목받았다. 콘퍼런스나 공연·전시,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메타버스가 활용됐다.
 
국내외 시장조사업체들이 장밋빛 시장 전망을 내놓자, 해외 빅테크 기업뿐만 아니라 국내 이동통신사와 네이버, 카카오, 게임사들은 메타버스를 미래 먹거리로 점찍었다. 메타버스를 신사업으로 내세우면 주가가 급등할 정도다. 페이스북은 사명까지 ‘메타’로 바꿨다. 메타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는 “인터넷·모바일의 다음은 메타버스가 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그러나 메타버스로 불리는 서비스를 들여다보면, 어디서 많이 본 듯하다. 가상의 캐릭터를 꾸미고 타인과 소통하는 등의 핵심 기능은 PC, 모바일 시대의 게임, 소셜미디어 서비스와 별반 다를 게 없다. 5G,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기술의 발전으로 모양새가 더 그럴듯하게 바뀌었을 뿐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게임의 다른 모습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마인크래프트, 로블록스, 제페토 등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주목받는 서비스의 주 이용자층은 10~20대다. 로블록스의 월간 활성 이용자 수는 1억5000만명으로, 미국 어린이의 70%가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페토의 글로벌 이용자 수 2억명(2020년 기준) 중 80%는 Z세대(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세대)다. 이에 메타버스가 혁신으로 받아들여지고는 있지만, 아직 확산에 필요한 최소한의 이용자를 확보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메타버스가 코로나19 확산 이후에 급속도로 뜬 분야라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도 ‘지속 가능한 생태계인가’라는 점에선 의문이 남는다. 팬데믹 상황이 종료되면 주목도가 낮아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메타버스는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상황에서 인간관계 욕구의 결핍을 해소하는 수단으로 관심을 받았다. 코로나19 종식 이후 일상을 되찾은 사람들이 이전의 삶으로 돌아간다면, 이들이 더 이상 결핍이나 불안감을 느끼지 않는다면 메타버스는 한때 ‘반짝’ 했던 서비스로 전락할 것이다. 여론조사업체 마이크로밀 엠브레인은 최근 발간한 저서 '트렌드 모니터 2022'를 통해 “메타버스 시장에 대한 폭발적 관심의 이면에는 코로나 장기화라는 시대적 상황이 존재한다”며 “직접적인 대면 상황에서의 인간관계에 대한 욕구는 계속 결핍 상태로 남아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올해도 메타버스를 주요 열쇳말로 꼽는 시장조사업체와 기업이 상당수다. 더 많은 서비스와 사업계획이 발표될 전망이다. 지난해에는 지나친 낙관주의로 메타버스를 바라봤다면, 올해는 보다 객관적인 시각으로 대해보는 건 어떨까.
 

IT모바일부 정명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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