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0년 역사 제철소에 터 잡은 올림픽 조직위
  • 베이징 서부 서우강위안 새 명소로 자리매김
  • 검은 연기 뿜던 동네가 올림픽 테마파크 변모
  • 옛 구조물 적극 활용 "친환경 올림픽 치른다"
  • 정부 압박에 中대표 빅테크들도 마케팅 열중

옛 제철소 부지에 새로 조성된 올림픽 테마파크 '서우강위안' 전경. [사진=이재호 기자]

베이징 도심에서 서쪽으로 20㎞ 정도 떨어진 스징산구의 서우강위안(首鋼園). 

1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서우강그룹의 옛 제철소 부지에 첨단기술 단지와 오피스 빌딩, 공원, 인공 호수 등이 새로 조성됐다.

하루에도 1000명 이상의 관람객이 방문하는 명소이지만, 최근 수년 새 더 유명세를 탄 건 베이징 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가 이곳에 터를 잡았기 때문이다.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이 37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중국 내 올림픽 열기도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시커먼 연기를 뿜어내던 폐제철소 터에서 영글어 가던 올림픽 개최의 꿈이 드디어 결실을 맺기 일보 직전이다. 
 

서우강위안 내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본관 건물. [사진=이재호 기자]

◆고로·냉각탑 배경 삼은 올림픽 상징물 

크리스마스였던 지난 25일 한겨울 칼바람을 맞으며 서우강위안으로 향했다.

이른 오전이었지만 이미 인파로 북적였다. 베이징 동계올림픽 조직위가 입주한 뒤 올림픽 테마 파크로 변모하고 있는 서우강위안을 상징하는 건축물은 크게 2개인데, 그 하나가 51년간 쉼 없이 쇳물을 생산하던 제3고로다. 

1959년 첫 가동된 이후 몇 차례의 수리와 개조를 거치며 연명하다가 2010년 12월에야 안식을 얻었다. 중국에서 최장 기간 가동된 고로다. 

현재 제3고로는 올림픽 전시관과 기념품 판매점, 박물관, 서점 등으로 운영되고 있다.

전시물을 둘러보던 중 한 노부부가 한국인이냐며 말을 붙여 왔다. 

스스로를 베이징 토박이라는 뜻의 '라오베이징(老北京)'이라고 소개한 70대 남성은 "분진으로 온통 시커멓던 동네가 이렇게 깨끗하게 바뀌었다는 게 놀랍다"며 "예전에 내 친구 몇몇도 여기서 일한 적이 있다"고 사연을 소개했다.

휠체어에 앉은 부인은 "4년 전 한국에서도 동계올림픽이 열린 걸 안다"며 "중국과 한국의 국가적 위상이 갈수록 높아지는 것 같아 뿌듯하다"며 덕담을 건네기도 했다.
 

베이징 동계올림픽 기간 중 프리스타일 스키와 스노보드 경기가 열리는 서우강 빅에어(맨 왼쪽). 제철소 냉각탑을 배경 삼아 지어진 게 인상적이다. [사진=이재호 기자]

제3고로보다 더 주목을 받는 상징물은 '수정구두(水晶鞋)'라는 별칭이 붙은 서우강 빅에어로, 올림픽 기간 중 프리스타일 스키와 스노보드 경기장으로 활용된다.

경기장 옆 췬밍후(群明湖)라는 호수와 짝을 이뤄 옆모습이 크리스털로 만든 구두 형상을 이룬다. 

4개의 제철소 내 냉각탑을 배경으로 건설되는 등 올림픽 경기가 열리는 12개 경기장 중 가장 독특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확정된 뒤 중국은 동계 스포츠 인구를 3억명으로 늘리겠다는 목표 아래 현재까지 100조원이 넘는 거액을 투자했다. 

올림픽이 개최되는 내년 초까지 중국 전역의 스키장과 스케이트장이 각각 800개와 650개로 늘어날 예정인데, 국토 면적을 감안하더라도 한국보다 20배 정도 많은 수치다.

동계 스포츠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 높아져 올림픽 경기가 진행되는 베이징과 허베이성 장자커우 등에서 열리는 전문 및 아마추어 대회가 늘 성황을 이룬다. 

서우강위안 내에서 다수의 스키와 스노보드, 스케이트 체험장이 운영 중이었다.

한 스키·스노보드 체험장에서 만난 한국인 강사 이석준씨는 "한국인 강사가 1명 더 있는데 현재 장자커우의 스키장으로 파견을 나간 상태"라며 "동계 스포츠의 경우 한국이 중국보다 한 수 위라는 인식이 있어 한국인 강사들이 많이 활약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우강위안 내 도로를 달리는 바이두 자율주행 차량(왼쪽)과 징둥의 무인 배달 차량. [사진=이재호 기자]

◆마케팅 첨병 자임하는 빅테크들 

서우강위안 내 올림픽 조직위는 본관과 별관 등 2곳에 나뉘어 있는데 본관 건물 앞은 기념 사진을 찍으려는 관람객들로 붐볐다.

다만 본관과 별관 모두 외부인 진입은 허용되지 않았다. 특히 별관의 경우 주위에 철조망까지 둘러쳐져 있어 위압감을 느낀 행인들이 눈살을 찌푸리며 볼멘소리를 하기도 했다.

점심 식사를 마치고 사무실 건물로 들어서는 조직위 관계자들에게 한국에서 온 기자라고 소개하며 몇 마디 나눌 수 있는지 묻자 몇몇이 발길을 멈췄다.

홍보 파트에서 근무한다는 장(張)모씨는 이번 베이징 동계올림픽의 가장 큰 특징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친환경(綠色)"이라고 답했다.

그는 "동계올림픽 경기장 12곳 중 8곳이 2008년 하계올림픽 때 지어진 건물"이라며 "올림픽 조직위를 서우강위안에 꾸린 것도 시설 재활용도를 높여 비용을 절감한다는 뜻의 상징적 조치"라고 말했다.

그는 "2008년 올림픽 당시 수영 경기가 치러진 국가수영센터 수이리팡(水立方)과 베이징 시내 서우두체육관은 동계올림픽 때 각각 컬링과 빙상 경기장으로 활용된다"고 설명하며 "두 곳 모두 한국 선수가 금메달을 딴 장소"라고 웃었다.

과거 언론 보도를 찾아보니 박태환 선수는 2008년 수이리팡에서 치러진 올림픽 수영 자유형 400m에서, 김연아 선수는 같은 해 11월 서우두체육관에서 열린 '컵 오브 차이나' 피겨스케이팅 경기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게 맞았다.
 

서우강위안을 찾은 관람객들이 베이징 동계올림픽 관련 조형물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이재호 기자]

서우강위안 내에는 중국을 대표하는 빅테크(대형 IT 기업)들도 입주해 있는데, 저마다 올림픽 마케팅 첨병을 자임하는 모습이었다.

주요 도로에서는 바이두의 자율주행 프로그램인 아폴로가 탑재된 무인 차량이 운행되고 있었다. 아직은 시험 운행 중이라 직접 탑승해 볼 수 없는 게 아쉬웠다. 

징둥과 메이퇀의 무인 배달 차량도 관람객들의 이목이 쏠리는 아이템이다. 

붉은색의 징둥 택배 배달 차량은 리어카 크기로 작았지만 행인이 지나가면 멈추고, 차선을 변경하거나 잠시 정차할 때는 방향 지시등이 점등되는 등 완벽한 수준의 자율주행 시스템을 구현했다.

메이퇀은 기업 특성에 맞게 주문한 음식과 간식거리, 음료 등을 주문자 위치까지 무인 차량으로 배송하는 서비스를 제공 중이었다. 서우강위안 내 10여개 정류소에 서 있으면 미리 설정한 시간에 배달 차량이 도착하는 식이다. 

한 베이징 소식통은 "중국 정부는 이번 동계올림픽을 통해 발달된 정보통신기술(ICT) 역량을 과시하려는 의지가 강하다"며 "최근 정부 압박에 시달리는 빅테크 입장에서는 올림픽 마케팅에 적극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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