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세대 창업주 은퇴 시점 도래 중
  • '국민기업' 와하하 등 경영 승계
  • 여성 비중 높고, 80년대생 대세
  • 저성장·통제·국진민퇴 등 걸림돌
  • 2세 경영 vs 전문경영인 갈림길

중국 최대의 식음료 기업 와하하 창업주인 쭝칭허우 회장(오른쪽)과 후계자로 낙점된 딸 쭝푸리 부회장. [사진=바이두 ]

중국이 개혁·개방에 나선 지 40여년이 지나면서 민간 부문에서 처음으로 기업을 일으킨 창업주들의 은퇴 시점이 도래하고 있다.

최근 창업주의 딸이 부회장직에 오른 중국 최대 식음료 기업 와하하의 경우처럼 2세 경영 체제로 진입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소비재 등 전통 제조업 분야의 기업에서 경영권 승계가 활발히 이뤄지는 모습이다.

알리바바의 마윈(馬雲)이나 핀둬둬의 황정(黃崢) 등 당국의 규제 및 견제를 의식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잇따라 경영권을 내놓고 있는 빅테크 분야 스타 기업인들의 상황과는 대조적이다.

다만 가업을 승계한 2세들의 전도가 창창하지만은 않다. 

개혁·개방 이후의 고도 성장기가 종언을 고하고 많은 산업들이 사양화하는 등 악화된 경영 환경 속에서 생존 경쟁을 펼쳐야 한다는 부담이 상당하다.

시진핑(習近平) 체제 들어 민영기업에 대한 압박이 더욱 거세진 데다, 재벌 2세를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도 별로 긍정적이지 않다. 

중국 재계의 한 소식통은 "첫 민영기업 창업 붐으로부터 한 세대 반이 지나 어떤 식으로든 경영권 조정이 필요한 기업들이 많아지고 있다"며 "2세 경영과 전문경영인 체제 중 어느 쪽이 대세가 될지 주목된다"고 전했다.

◆'국민기업' 회생 임무 떠안은 후계자

중국 최대이자 글로벌 5위권 식음료 기업 와하하는 지난 9일 홈페이지를 통해 쭝푸리(宗馥莉) 마케팅 담당 부사장을 부회장 겸 대표이사(CEO)로 승진 임명한다고 발표했다.

쭝 부회장은 와하하 창업주 쭝칭허우(宗慶後) 회장의 딸이다. 

1987년 설립된 와하하는 생수와 우유, 각종 음료 제품으로 유명한 '국민 기업'이다. 중국 전체 브랜드 가치 평가에서 늘 100위권 내에 이름을 올릴 만큼 높은 인지도를 자랑한다.

'와하하를 마시면 밥맛이 더 좋아져요(喝了娃哈哈, 吃飯就是香)'라는 광고 문구를 모르는 중국인은 없다고 할 정도다. 

대부분의 중국 1세대 기업인들이 그렇듯 쭝칭허우 회장도 중학교 졸업 후 소금 공장 노동자 등을 전전하다가 42세 때 창업한 뒤 승승장구해 직원 수 3만명의 대기업을 일군 성공 스토리의 주인공이다. 

그가 언론 인터뷰에서 밝힌 "하루 용돈이 150위안(약 2만8000원)" 발언이 회자되면서 검소함의 대명사로 불린다. 기업 이미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후계자가 된 쭝 부회장은 1982년생으로 미국 페퍼다인대를 졸업하고 2005년 와하하에 입사했다가 3년 후인 2007년 훙성이라는 음료 원료 제조사 대표를 맡으며 독립했다.

훙성을 매출 100억 위안, 500대 민영기업으로 성장시켜 능력을 인정받았다. 이 과정에서 와하하의 물량 몰아주기 논란이 일기도 했다.

2018년 와하하 브랜드·공공관계 부장으로 귀환했고 2020년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경영 일선에 뛰어들었다. 

지난 11월 후룬연구소가 선정한 중국 여성 기업가 순위에서 18위에 오르는 등 중국 재계가 주목하는 신진 기업인 중 한 명이다.

문제는 처한 환경이 녹록지 않다는 것이다. 쭝칭허우 회장이 중국 1위 부호였던 2013년 783억 위안(약 14조6300억원)에 달했던 매출액은 지난해 440억 위안 수준(약 8조2200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중국 내 음료 시장이 포화 상태에 달한 데다 내놓는 신제품마다 실패를 거듭한 탓이다. 

쭝 부회장이 주도한 밀크티 직영점 사업도 실적 악화와 폐점 확대 등으로 좌초 위기를 겪는 등 그 역시 와하하 복귀 후 성과가 미미하다는 비판이 있다. 

남은 승부수로는 기업공개(IPO)가 거론된다. 쭝 부회장도 2019년부터 기회가 있을 때마다 상장 가능성을 언급해 왔다.

그는 "지난 30년간 와하하는 벽돌과 기와를 한 장씩 쌓는 덧셈 경영을 했지만 자본 시장에서는 곱셈을 할 수 있다"며 "기업과 주주, 임직원 모두의 수익이 극대화되는 시점을 택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올해 상장할 것이라는 기대가 컸지만 사측은 "아직 관련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은 상태다. 하지만 도전과 변화를 위해서는 상장으로 신규 자금을 수혈해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상하이보가이컨설팅의 가오젠펑(高劍鋒) 대표는 국제금융보를 통해 "그동안 쭝 부회장은 신규 브랜드 론칭과 신제품 출시에서 재미를 보지 못했다"면서도 "상장으로 자본 운용 폭이 커져 인수합병(M&A) 등에 나선다면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재계의 신진 세력으로 등장한 30대 중후반의 2세 경영인들. 신시왕그룹 후계자인 류창 신시왕류허 회장(왼쪽부터)과 샹퍄오퍄오그룹의 장샤오잉 이사, 하이란즈자의 저우리천 회장, 수이싱자팡의 리라이빈 회장. [사진=바이두]

◆주목할 키워드 '여성·바링허우'

최근 중국 기업 중에는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여성을 전면에 내세우는 곳이 많다.

사회주의의 특성상 남녀 평등 의식이 강하고 여성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 재벌의 경우도 후계자를 고를 때 굳이 아들에 집착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료왕'으로 불리는 중국 최대 농축산 기업 신시왕그룹의 류융하오(劉永好) 회장은 일찌감치 딸인 류창(劉暢)을 후계자로 점찍었다.

패션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실패를 맛본 류창은 아버지 품으로 돌아와 2013년부터 사료 제조 자회사인 신시왕류허를 직접 경영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신시왕류허의 매출액 및 당기순이익은 1098억 위안과 49억 위안으로 2013년 대비 각각 58%와 160% 급증했다. 선전 증시 상장사인 신시왕류허의 시가총액은 같은 기간 3배로 뛰었다. 

류 회장은 "딸을 통해 인터넷과 빅데이터, 젊은층 창업 등에 관한 얘기를 전해 듣는다"며 "예전에 내가 딸을 이끌었다면 이제는 딸이 나를 이끌고 있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중국 내 기성품 밀크티 시장 점유율의 63%를 자랑하는 식음료 기업 샹퍄오퍄오그룹의 장젠치(蔣建琪) 회장도 무남독녀 장샤오잉(蔣曉瑩)에게 경영 수업을 시키고 있다.

대학교 2학년 때 캠핑 장비 및 캠핑장 대여 사업을 시작해 1000만 위안의 외부 투자까지 유치하는 등 수완을 발휘한 바 있는 그는 2016년 샹퍄오퍄오에 입사해 전자상거래 및 뉴미디어 담당 이사로 활약 중이다.

지난해 11월 남성 의류 업체인 하이란즈자의 저우젠핑(周建平) 회장은 돌연 퇴임 의사를 밝히고 경영권을 아들인 저우리천(周立宸)에게 넘겼다.

신임 회장이 된 저우리천은 1988년생으로 칭화대 금융학과를 졸업한 뒤 상하이의 한 펀드 회사에서 근무하다가 2012년 하이란즈자에 합류했다.

'남성의 옷장'이라는 별칭으로 잘 알려진 하이란즈자는 저가 전략으로 큰 성공을 거뒀지만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매출과 순익이 반토막 났다.

여기에 재력 과시에 몰두하는 저우젠핑 전 회장의 괴벽에 대한 비난 여론까지 비등하자 결국 경영권 교체 작업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저우리천은 하이란즈자를 '남성의 옷장'에서 '온 가족의 옷장'으로 바꾸겠다며 아동복과 여성복 등 다양한 신규 브랜드를 론칭하고 있다. 

이 밖에 대형 침구류 업체인 수이싱자팡의 리라이빈(李來斌)은 아버지인 리위제(李裕杰) 회장의 갑작스러운 추락사로 가업을 물려받은 사례다.

취임 뒤 상하이 증시 상장에 성공한 리라이빈 회장은 회사를 안정적으로 이끌고 있다는 호평을 받는다.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액은 24억5600만 위안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8.23% 늘었다. 순이익은 2억5000만 위안으로 44.43% 급증했다. 

앞서 소개한 2세 경영인들은 모두 바링허우(八零後·1980년대 출생) 세대라는 공통점을 갖는다. 

막 경영권을 맡은 30대 중후반의 젊은 '푸얼다이(富二代·재벌 2세)'들이 느끼는 부담감은 상당하다. 

중국 경제는 이미 저성장 국면으로 접어들었고, 부친이 일군 사업은 21세기 환경에 맞지 않아 어떻게든 변화를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시진핑 체제 이후 국진민퇴(國進民退·국유기업 약진 민영기업 후퇴) 논란이 확산하면서 민영기업 창업주가 회사를 물려주기도, 2세들이 적극 나서 이어받기도 애매한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된 것 역시 현실이다.

조기 은퇴를 선언한 마윈처럼 전문경영인을 후계자로 선택하는 경우가 많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하이란즈자의 저우리천 회장은 중국신문사 계열 경제 매체 중신웨이징과의 인터뷰에서 "2대 후계자로서 어깨에 진 짐이 결코 가볍지 않다"며 "전대에서 닦아 놓은 걸 지키면서도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는 스트레스와 끊임없이 싸우고 있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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