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석 스페셜 칼럼] 디지털 세상, NFT에 불가능한 시장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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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
입력 2021-12-28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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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

통상적으로 1만원짜리 지폐는 다른 1만원짜리 지폐와 교환될 수 있다. 1만원을 지인에게 빌려주었다면 반드시 그 1만원짜리 지폐로 돌려받지 않아도 되듯 말이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1만원짜리 지폐는 다른 1만원짜리 지폐와 동일한 가치로 교환될 수 있다. 즉, 대체 가능한 실물자산이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같은 암호화폐나 스테이블 코인도 서로 동일한 가치로 거래할 수 있는 대체 가능한 토큰(FT·Fungible Token)의 일종이다.
 
NFT는 대체 불가능한 토큰(Non Fungible Token)의 약자로, 하나의 토큰을 다른 토큰으로 대체하는 것이 불가능한 디지털 자산을 뜻한다. 토큰마다 별도의 고유한 인식 값이 부여되어 희소성과 유일성을 담보하게 된다. 저작물을 NFT로 만드는 것을 민팅(minting)이라고 하는데, 블록체인 기술에 기초하기 때문에 위조나 조작이 불가능하다. 소위 명품에 고유의 일련번호가 붙고 보증서가 따라다니듯, NFT는 ’디지털 증명서‘역할을 할 수 있다. 복제가 쉬운 디지털 세상에서 ’디지털 원본‘이라는 개념이 만들어진 것이다.
 
NFT가 점유할 시장
NFT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 프로젝트는 크립토펑크(Cryptopunks)다. 2017년 6월 소프트웨어 기업 라바랩스는 이더리움 기반의 NFT 프로젝트로 가로세로 24픽셀로 이루어진 얼굴 이미지의 아바타 1만개를 발행했다. 이 프로젝트는 디지털 캐릭터에 가상자산의 개념을 부여한 것이고, NFT 시장 형성의 토대를 만들었다. 현재 크립토펑크 거래 가격은 1000만 달러를 상회하는 것도 있다.
 

[자료 : NonFungible Corporation]


NFT는 거의 모든 산업에 걸쳐 활용될 것이다. 첫째, 최초의 NFT 프로젝트가 그랬듯, 캐릭터 또는 아이템은 NFT의 가장 많은 활용 영역이다. 크립토키티(Cryptokitties)는 가장 인지도 높은 NFT 프로젝트 중 하나로, 액시엄 젠(Axiom Zen)에서 개발한 가상의 고양이를 수집하고 기르는 게임의 캐릭터다. 엑시 인피니티(Axie Infinity)는 가상의 몬스터를 수집하고 진화시켜 서로 싸움을 붙이는 블록체인 게임의 캐릭터다. 한화로 수억원에 달하는 가격에도 거래되었다. ‘P2E(Play to Earn)’이라는 새로운 장르의 게임이 등장한 것이다.
 
둘째, 디지털 콘텐츠 산업에 활용 가능성이 크다. 2020년 미국프로농구(NBA)는 대퍼랩스(Dapper Labs)와 함께 NFT 거래 플랫폼인 ‘NBA Top Shot’을 론칭했다. 유명 선수의 하이라이트 장면을 편집한 동영상을 NFT 형태로 판매하는 방식이다. SM, JYP, 하이브 등 엔터테인먼트 기업도 NFT를 주목하고 있다. 유튜브를 통해 진행한 ‘강동원 목공 라이브’ 동영상을 판매했다. 트위터 창업자 잭 도시가 쓴 첫 트윗 “내 트위터 설정 중(just setting up my twttr)”은 290만 달러에 낙찰되기도 했다. 아무리 많은 복제품이 돌아다녀도 NFT 형태로 발행된 콘텐츠는 진품, 즉 희소성이라는 가치를 지니기 때문에 형성되는 시장이다.
 
셋째, 미술품, 예술품, 수집품(Collectible) 등과 같은 창작물 거래에 활용되고 있다. 하나의 품목에 여러 개의 NFT를 발행할 수 있으므로 투자자는 수억원 이상 가는 작품도 소유권 일부를 가질 수 있다. 미술품 경매업체인 크리스티(Christie’s) 뉴욕 경매에서 비플(Beeple)이 만든 NFT 작품이 6934만 달러에 낙찰되기도 했다. 코로나19로 침체하였던 예술 시장이 대중의 이목을 집중하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넷째, 중고 거래인 리셀시장에 활용되고 있다. 특히 슈테크(신발+재테크)에 열광하는 MZ세대를 중심으로 상당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나이키는 ‘크립토킥스(Cryptokicks)‘라는 브랜드를 론칭했다. 운동화의 소유권을 추적하고, 정품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NFT 기술을 특허 등록했다. 리셀시장에서 한 켤레에 1억원대에도 팔리고 있다. 그 밖에도 다양한 명품 거래나 중고차 거래 등에 NFT가 확대 적용될 전망이다.
 
다섯째, NFT를 활용한 부동산 거래나 금융산업이 등장하고 있다. 블록체인 기업 엔진(Enjin)과 부동산 플랫폼 랩스(LABS)는 부동산 소유권 일부를 NFT로 발행하고 거래할 수 있는 기술을 발표했다. 금융 분야에서도 NFT를 담보로 대출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론칭했다. NFT 담보대출 플랫폼 NFTfi는 캐릭터나 미술품의 NFT를 담보로 상승하는 가치의 가상화폐로 대출을 제공하고 있다. 씨파이(CeFi, 중앙화 가상자산 금융), 디파이(DeFi, 탈중앙화 금융) 등 금융업계에서는 NFT를 활용한 금융상품을 출시하거나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NFT 거래 동향과 경제적 영향
2021년은 NFT의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8년 6월 NFT 시대가 시작된 이후 2021년 하반기 들어 NFT 거래와 투자 및 산업적 관심이 폭발했다. NFT 거래가 하루 8만건을 초과하거나 하루 4억 달러가량 거래액이 발생하기도 했다. 과열된 NFT 거래가 소강 상태를 보이고 있으나, 추세적으로 거래가 증가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NFT 마켓플레이스인 OpenSea에서 크립토펑크를 비롯한 주요 프로젝트들의 최저 가격(Average Floor Price)이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자료 : NonFungible Corporation]


NFT는 기술적 가치가 상당하고, 또 다른 세상을 이룰 만큼 상당한 경제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첫째, NFT는 디지털 자산시장의 형성을 의미한다. 디지털 세상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영상을 보고, 글을 읽고, 게임을 즐기고, 누군가와 연락을 주고받는 주된 일상이 아날로그가 아니라 디지털 세상인 것이다. NFT는 디지털 공간에서 형성되는 모든 것들에 가치를 부여해 거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있다.
 
둘째, NFT는 실물자산의 디지털화를 주도한다. 미술품과 예술품이 대표적인 예지만 부동산, 자동차 등 모든 실물자산의 거래를 디지털화할 수 있다. NFT는 실물자산에 디지털 증명서를 발행하는 것이고, 해당 자산의 진위나 소유권을 증명하는 데 용이하다. 각종 증명서와 계약서 등 종이문서를 전자문서로 대체하고, 실물자산의 소유권을 이전하는 전 과정이 디지털화될 수 있다.
 
셋째, NFT는 탈중앙화(Decentralization)를 가속화한다. 금융관리자(정부, 은행, 증권 등)의 간섭 없이 블록체인 네트워크상에서 스마트 콘트랙트를 활용하여 P2P(Peer to Peer) 방식의 담보대출이나 금융서비스를 제공한다. 금융기관뿐만 아니라, 부동산 중개소, 중고차 거래소, 디지털 콘텐츠 유통사와 같은 매개체(중개자)가 사라지는 새로운 산업구조로 점차 대체될 것이다.
 
NFT가 이끄는 경제,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2021년 NFT가 산업적으로 활용되는 초기 단계의 모습이었다. 2단계는 미술품 거래와 저작권 보호 등의 관점에서 활용될 것이고, 3단계는 소유권 보장과 탈중앙화라는 기능에 집중해 다양한 산업에 걸쳐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NFT를 기능적 활용에 집중할 수 있는 시장 분위기를 형성하는 것이 중대한 과제가 될 것이다. NFT가 이끄는 탈중앙화는 기존 시스템이나 기득권의 거부감과 충돌할 수 있으므로, 갈등을 최소화하는 새로운 구조의 시장과 제도를 선제적으로 모색해야만 한다.
 
기업들은 NFT를 활용한 새판을 짜야 한다. NFT의 기능을 활용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수립하고, 이를 통해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가상공간에서 NFT 기반으로 거래가 이루어짐과 동시에 현실 공간에서 실물자산이나 창작물이 이동할 수 있도록 하는 등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허무는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 국내외 기업들의 NFT 활용 사례를 분석하고, 기존의 서비스를 혁신할 수 있는 것들이 있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예를 들어 콘텐츠를 생산하는 기업이라면 NFT를 활용해 이용자들이 손쉽게 이용함과 동시에 요금이 부과되고 소유권자에게 실시간으로 정산될 수 있는 모델을 모색할 수 있다.



김광석 필자 주요 이력

△고려대학교 고령사회연구센터 본부장△한양대학교 겸임교수△전 삼정KPM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 △전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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