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8일 치러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생명과학Ⅱ 20번 문항에 대한 출제 오류 주장이 제기됐지만 한국교육평가원(평가원)은 인정하지 않았다. 결국 생명과학Ⅱ 응시자 92명은 평가원을 상대로 해당 문제와 정답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15일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이주영 부장판사)는 생명과학Ⅱ 응시자들이 평가원을 상대로 낸 정답 결정 처분 취소 소송을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같은 날 강태중 평가원 원장은 "이번 일에 대한 책임을 절감한다"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학생들을 위해 무료 변론에 나선 김정선 변호사(변시 1회·일원법률사무소)는 21일 아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평가원이나 교육부에서 문제점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다"며 "평가원장만 사퇴하면 모든 것이 끝나고 조용해진다고 생각하는 점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지난 15일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이주영 부장판사)는 생명과학Ⅱ 응시자들이 평가원을 상대로 낸 정답 결정 처분 취소 소송을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같은 날 강태중 평가원 원장은 "이번 일에 대한 책임을 절감한다"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학생들을 위해 무료 변론에 나선 김정선 변호사(변시 1회·일원법률사무소)는 21일 아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평가원이나 교육부에서 문제점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다"며 "평가원장만 사퇴하면 모든 것이 끝나고 조용해진다고 생각하는 점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기성세대의 잘못이라 생각···소송에 지더라도 비용 받지 않겠다"
김 변호사도 생명과학Ⅱ 20번을 풀고 오류가 맞다고 생각했지만 평가원은 '문항은 완전하지 않지만 타당성은 인정된다'며 정답을 유지하겠다고 발표했다. 김 변호사는 "문제에 이상이 있어도 답만 구하면 된다는 결과 중심주의 사고로, 앞으로 모든 수능에 있어서 나쁜 선례가 될 것 같았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에게 해당 사건을 맡아 달라는 제의가 왔다. 주위에서도 이 사건은 승소하기 힘들 것이라고 만류했다고 한다. 그러나 김 변호사는 "어린 학생들이 우왕좌왕하면서 상실감에 빠져 있는 모습을 보고 이런 사건을 언제 또 해볼까 하는 생각에 도전했다"고 소송 대리를 맡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학생들을 위해 무료 변론에 나섰다. 김 변호사는 "기성세대의 잘못이라고 생각해 책임감을 느꼈다"며 "소송에 지더라도 비용을 받지 않겠다고 말하면서 제 인생 사건이 됐다"고 전했다.
◆"사건을 진행하는 데 학생들 도움이 컸다"
김 변호사는 "이 사건을 진행하는 데 학생들의 도움이 가장 컸다"고 밝혔다. 그는 학생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하면서 소송에 필요한 자료를 받았고,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홍보하고 국내외 학계에 메일을 보내 알리는 노력을 했다.
집단유전학 분야 최고 석학 중 한 명인 조너선 프리처드 스탠퍼드대학 석좌 교수와도 SNS로 소통한 학생들이다. 지난 11일 프리처드 교수는 트위터에 "고등학교 시험에서 이렇게 어려운 문제가 출제된 것이 인상적"이라면서 "터무니없이 어렵고 사실 풀이가 불가능하다"고 적었다.
◆"피해 입은 학생들 위해 책임 소재 분명히 해야"
이번 '수능 출제 오류 소송'은 일단락됐지만 김 변호사는 이 같은 일이 재발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이번 사건으로 많은 사람들이 평가원의 폐쇄적·권위적이고 불공정한 태도를 알게 됐다"며 "평가원이 학생들의 인생을 좌지우지하는 수능 문제를 다루고 있는 게 문제라는 것도 알았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아직까지도 교육부나 평가원에서는 무엇이 잘못인지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며 씁쓸해 했다. 이어 "평가원장만 사퇴하면 모든 것이 끝나고 조용해질 것이라는 생각이 안타깝다"며 "피해를 입은 학생들을 위해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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