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디폴트 위기 해소...정부 부채한도 증액 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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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현 기자
입력 2021-12-10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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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정부의 '디폴트(채무 불이행·국가 부도) 위기'가 일단락했다. 의회가 여당 단독으로 연방정부의 부채한도를 증액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이다. 

9일(현지시간) 로이터와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저녁 미국 상원은 연방정부 부채한도 증액에 대한 '신속처리 법안(fast-track legislation)'을 표결에 붙이고, 찬성 59표대 반대 35표로 가결했다. 이날 표결에서 해당 법안에 동의한 공화당 상원의원은 미치 매코널 원내대표를 포함해 총 14명이었다.

앞서 하원은 지난 8일 밤 찬성 222대 반대 212표로 법안을 먼저 통과시켰으며, 이날 상원 통과로 법안은 조 바이든 대통령의 최종 서명 후 발효된다. 
 

척 슈머 미국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왼쪽)과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 [사진=AP·연합뉴스]


해당 법안은 상원에서 미국 연방정부의 부채한도 증액 법안을 단순 과반수 찬성으로 통과시킬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현재 미국 상원에서 양당이 동수(각 50석)를 차지한 상황에서, 여당인 민주당이 야당인 공화당의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우회해 해당 법안을 우회 처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통상적으로 상원은 표결시 재적 3분의2 이상의 찬성표를 얻어야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으며, 이에 앞서서도 법안을 발의하는 과정인 '무제한 토론' 종결 투표도 필요하다. 토론 종결 투표에는 60표의 찬성표가 필요하며, 이를 통과하지 못할 경우 법안에 대한 무기한 논의가 이어지기에 표결 자체가 불가능하다. 

이날 법안이 처리됨에 따라, 민주당 지도부는 오는 14일 중 연방정부의 부채한도를 증액하는 본 법안을 처리할 계획이다. 아직 부채한도를 얼마나 증액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규모는 나오지 않았다.  
 
이에 따라, 오는 15일이 고비일 것으로 예상됐던 미국 연방정부의 디폴트 위기도 해소할 것으로 보인다. 6개월 가까이 끌어왔던 양당의 정쟁이 끝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19년 미국 의회는 미국 연방정부의 부채한도 적용을 올해 7월 30일까지 유예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여야는 해당 기한 안에 후속 조치 도입에 실패했다. 

이후 미국 재무부가 긴급조치를 통해 정부 재원을 조달한 한편, 디폴트 시한을 10월 18일로 설정하고 재차 경고했다. 의회는 지난 10월 8일 연방정부의 부채한도를 이달 3일까지 한시적으로 증액하는 임시 법안을 처리했다. 당시 의회는 연방정부의 부채한도를 기존의 28조4000억 달러에서 28조8800억 달러로 4800억 달러를 한시적으로 증액했다. 

다만, 미국 연방정부의 부채한도는 최근 28조9000억 달러에 가까워졌다. 이에,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여러 차례에 걸쳐 의회가 후속 조치 도입에 실패한다면, 이달 15일 이후 미국 연방정부는 디폴트를 선언할 수 있다고 경고해왔다. 

그간 연방정부의 부채한도 증액을 거세게 반대했던 야당인 공화당 측의 태도 전환 역시 이례적이다.

일단, 공화당으로선 실제 부채한도 상향에 실패하며 미국 정부의 디폴트 사태가 현실화할 경우 엄청난 혼란의 책임을 고스란히 떠맡는다는 부담감이 상당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겨냥해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 지도부의 공세도 매서웠다. 앞서 10월 1차 디폴트 위기 당시 바이든 대통령은 특별 연설을 진행하고 공화당을 매섭게 몰아쳤다. 

당시 바이든 대통령은 부채한도 상향 논의에 비협조적인 공화당의 태도를 '러시안룰렛'에 비유하며 "무모하고 위험한 행동"이라고 맹비난했다. 그는 미국 디폴트 사태가 "미국 경제에 '유성이 충돌하는 것'과 같은 대재앙을 불러올 것"이라고도 경고하면서 "이는 전적으로 야당인 공화당에 달렸다"고 책임을 넘겼다.

또한, 바이든 대통령은 공화당이 권력을 남용하고 있으며 "방해와 무책임은 끝이 없다"면서 "나라를 구하는 데 도움이 되고 싶지 않다면 그냥 비켜라"라는 이례적인 어조의 경고를 날리기도 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척 슈머 미국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역시 '상원 필리버스터 폐지' 가능성을 제기하며 공화당을 강하게 압박했다. 사사건건 법안의 표결을 막아서는 공화당의 어깃장을 더이상 좌시하지 않겠다는 경고였다. 

이에 더해,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B.1.1.529·오미크론)가 미국에 유입하며 코로나19 재확산 위기감이 높아지자, 공화당 지도부는 임시 예산안 처리는 물론 이날 법안 통과까지 여당에 협조적인 태도를 취했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미국 경제가 또다시 휘청일 경우, 공화당에 대한 책임론과 심판론이 내년 11월 중간선거(상·하원 선거)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반대로, 공화당은 내년 선거에서 여당인 민주당이 국가 부채를 늘렸다는 정치적 공세를 퍼부을 수 있다는 셈법도 깔린 것이다. 

슈머 여당 상원 원내대표 역시 이를 감안한 듯 이날 표결 후 매코널 야당 대표와의 공동 연설에서 "이는 양당이 쌓은 빚을 갚는 일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다"면서 "양당 의원들과 함께 불필요하고 재앙과 같은 디폴트를 저지했다는 사실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미국 연방정부의 부채한도 증액 과정이 여당인 민주당 만의 책무가 아니라고 선을 그으며, 여야 모두가 합의한 결과라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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